민은 보슬비가 내리는 어느 오후에 마을로 돌아왔다. 동네로 들어가는 길은 오래전에 콘크리트로 포장되었지만, 길가 양쪽의 하이비스커스 나무들은 여전히 그 자리에 남아 얇은 빗장막 너머로 붉은 꽃을 드문드문 피우고 있었다. 차는 낡은 기와지붕 집 앞에 멈췄다. 그곳에서 어머니는 거의 십 년 동안 혼자 살아왔다. 철문에는 초록 이끼가 한 겹 덮여 있었다. 현관 계단에는 입구가 깨진 화분이, 어머니가 우물에 갈 때마다 신곤 하던 갈색 플라스틱 슬리퍼 한 켤레 곁에 여전히 놓여 있었다.
민의 어머니는 오랜 투병 끝에 초여름에 세상을 떠났다. 그는 장례를 치르러 돌아와 사흘을 머문 뒤, 아직 끝나지 않은 프로젝트 때문에 도시로 돌아가야 했다. 이웃들은 그가 집을 닫는 일을 도와주며, 시간이 되면 돌아와 물건을 가져가라고 일러주었다. 그렇게 넉 달이 지나서야 민은 온전히 며칠을 낼 수 있는 여행을 마련했다. 사실 그는 그렇게까지 바빴던 것은 아니었다. 다만 뒤에서 자신을 부르던 어머니의 목소리가 더는 들리지 않는 집 안으로 어떻게 들어가야 할지 몰랐을 뿐이다.
낡은 천 냄새가 밴 방
민은 이웃 아주머니가 돌려준 열쇠로 문을 열었다. 오랫동안 사람이 살지 않은 집의 눅눅한 냄새가 흘러나왔다. 나무 냄새와 좀약 냄새, 그리고 너무나 익숙하지만 이름 붙일 수 없는 어떤 향기가 뒤섞여 있었다. 어머니가 관자놀이에 자주 바르던 멘톨 오일 냄새일지도 몰랐다. 아니면 복도 끝 재봉방에서 나는 새 천 냄새일 수도 있었다.
그 방은 거의 그대로였다. 창가에는 발판이 달린 재봉틀이 놓여 있었고, 색이 바랜 꽃무늬 천이 그 위를 덮고 있었다. 낡은 양철 상자 안에는 실타래들이 정리되어 있었다. 벽에는 줄자와 가위, 재단용 초크, 그리고 나무 집게로 가지런히 고정해 둔 천 조각 몇 개가 걸려 있었다. 민의 어머니는 동네 사람들의 옷을 받아 지어 주곤 했다. 부유하지는 않았지만, 손은 언제나 바쁘게 움직였다. 사람들은 솔기가 터진 셔츠나 허리가 헐렁한 바지, 혹은 다음 날 학교에 가야 하는 아이의 교복을 급히 고쳐 달라고 가져왔다. 어머니는 손님이 돈을 제대로 낼 수 있는지 한 번도 묻지 않고 옷부터 받았다.
어릴 때 민은 문턱에 앉아 어머니가 일하는 모습을 바라보곤 했다. 한낮에 고르게 돌아가는 재봉틀 소리를 들으면 졸음이 왔다. 바늘이 부러지거나 실이 엉킬 때마다 어머니는 몸을 바싹 숙이고 작은 고리 하나하나를 참을성 있게 풀었다. 민은 왜 새 재봉틀을 사지 않느냐고 물은 적이 있었다. 어머니는 웃으며 이 재봉틀이 가장 힘들었던 시절을 자신과 함께 지나왔으니 버리면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민은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당시 그에게 낡은 재봉틀은 그저 낡은 재봉틀일 뿐이었다. 열여덟 살이 되자 그는 고향을 떠나 도시로 공부하러 갔다. 어머니는 아들의 학비를 마련하려고 집 뒤 텃밭 일부를 팔았다. 민은 그 사실을 어머니가 아니라 이웃 아주머니의 말을 통해 알았다. 그가 묻자 어머니는 대수롭지 않게 넘기며, 땅을 놀려 두어도 아무 소용이 없고 일부를 팔아도 밭은 여전히 넓다고 했다.
그 후 몇 년 동안 민은 도시에서 일하며 몇 군데 회사를 옮겼고, 여러 자취방을 전전하다가 작은 아파트를 하나 빌릴 수 있게 되었다. 그는 꾸준히 돈을 부쳤고, 일주일에 한 번씩 전화를 걸었으며, 너무 바쁠 때면 짧은 문자 몇 줄을 보냈다. 어머니는 늘 그에게 밥은 잘 먹는지, 일은 순조로운지, 주말에는 집에 올 수 있는지를 물었다. 민은 서둘러 대답하곤 했다. “저 괜찮아요, 엄마는 걱정하지 마세요.” 그는 그것만으로도 어머니가 안심하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남빛 천 조각
서랍들을 열어 보던 민은 책상 다리 아래 놓인 작은 나무 상자를 발견했다. 안에는 천 조각들이 정성스럽게 접혀 있었다. 연한 노란색 천도 있었고, 이끼색 천도 있었으며, 작은 꽃무늬 천도 있었다. 그리고 부드럽고 시원한 감촉의 남빛 천 조각 하나가 있었다. 그 천 위에는 누렇게 변색된 쪽지가 놓여 있었다. 어머니의 글씨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민이 돌아오면 입히려고 지을 것.”
민은 나무 의자에 앉았다. 마당에서는 여전히 바나나 잎 위로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었다. 그는 쪽지 뒷면을 뒤집어 보았지만 다른 글은 없었다. 날짜도, 설명도 없었다. 짧은 한 문장뿐인데 방 안이 갑자기 비좁아진 듯했다.
민은 어머니가 그 남빛 옷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는지 애써 떠올려 보았다. 어쩌면 어느 전화 통화에서 어머니가 말했을지도 모른다. 민이 운전하면서 전화를 받아 건성으로 대답했기에 기억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었다. 어쩌면 어머니가 시장에 갔다가 천을 사 와 몇 년 동안 상자 안에 그대로 두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오래전부터 그를 위해 옷을 지으려 했지만 미처 만들지 못했을 수도 있었다.
민은 재봉틀 아래쪽 서랍을 당겼다. 그 안에는 갈색 표지의 수첩이 있었다. 앞부분에는 손님 이름과 치수, 옷을 받은 날짜가 적혀 있었다. 뒤로 갈수록 글씨는 드문드문해졌다. 어떤 페이지에는 이름 하나와 작은 점 하나만 찍혀 있었다. 마을을 떠난 사람도 있었고, 세상을 떠난 사람도 있었으며, 어머니의 눈이 나빠져 더는 옷을 고칠 필요가 없어진 사람도 있었다.
수첩 한가운데에는 따로 적힌 페이지가 있었다. “민이 옷, 스탠드칼라, 긴소매, 남빛. 어깨는 조금 넉넉하게 남겨 둘 것.” 그 아래에는 더 작은 글씨로 한 줄이 적혀 있었다. “얘가 많이 야위었구나.”
민은 손을 뻗어 종이 위를 만졌다. 그 문장을 보자 어머니가 입원하기 전 두 사람이 마지막으로 만났던 날이 떠올랐다. 어머니는 처마 아래 서서 그가 여행 가방을 들고 차로 가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머니는 그가 야위었다고 했고, 민은 일이 많아서 그렇다고 웃으며 말했다. 어머니는 구아바 몇 개를 더 싸 주려 했지만, 민은 다음에 가져가겠다고 했다. 어머니가 다음에는 언제 오느냐고 묻자, 그는 일이 몰려 있어 아직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민은 그것이 어머니가 현관 밖에 서서 자신을 배웅한 마지막 순간이었다는 것을 몰랐다.
말로 표현되지 못한 것들
그날 오후, 이웃 아주머니가 검은콩 단팥죽 한 냄비를 들고 왔다. 아주머니는 냄비를 식탁 위에 올려놓고 민의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 마치 아직도 집에 사람이 살고 있고, 두 사람이 그저 어머니가 시장에서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그 옷은 오래전에 지으신 건가요?” 민이 물었다.
아주머니는 민의 손에 들린 남빛 천을 바라보다가 슬프게 웃었다. “오래됐지. 네가 도시에서 처음 직장에 들어갔을 무렵이야.”
민이 고개를 들었다. 그는 자신이 그 일을 어머니에게 말했던 기억이 없었다. 취직하던 날, 그는 짧은 문자 하나만 보냈다. “저 취직했어요.”
“네 엄마가 얼마나 기뻐했는지 몰라.” 아주머니가 말했다. “며칠 동안 왔다 갔다 하면서 꼭 네게 제대로 된 옷 한 벌을 지어 줘야 한다고 했어. 네가 돌아오는 날 그 옷을 입고 밥을 먹게 하겠다고 했지.”
“왜 저한테 말하지 않으셨어요?”
“나이 든 사람들은 어떤 일은 말하지 않아. 말하면 네가 바쁠까 봐, 옷 한 벌 때문에 네가 꼭 돌아와야 한다고 느낄까 봐 겁이 나는 거지.”
민은 고개를 숙였다. 그는 어머니가 한 번도 자신에게 돌아오라고 요구한 적이 없었다는 사실을 문득 깨달았다. 어머니는 그저 언제 시간이 나는지, 먹고 싶은 음식은 없는지, 그곳 날씨는 춥지 않은지를 물었다. 전화를 받지 못한 일을 탓하지도 않았고, 그가 여러 번 약속하고도 오지 않은 일을 들먹이지도 않았다. 어쩌면 어머니는 아들의 삶이 다른 곳에 있다는 것을 이해했을 것이다. 아니면 사랑하는 사람이 빚진 마음을 느끼지 않도록 사랑하는 데 익숙해졌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아주머니는 민의 어머니가 천 조각을 여러 번 꺼내 치수를 재곤 했다고 말했다. 어머니는 민의 낡은 셔츠를 어깨에 대고 초크로 표시한 뒤 다시 넣어 두었다. 어떤 날은 눈이 흐려져 이웃에게 바늘귀에 실을 꿰어 달라고 해야 했다. 어떤 날은 허리가 아파 재봉틀 곁에 한참 앉아 있어도 발판을 밟을 힘이 없었다. 하지만 몸이 조금만 나아지면 어머니는 다시 일을 이어 갔다.
“마지막 무렵에는 나한테 그러더라. 민이가 돌아오면 이 옷을 건네 달라고. 맞지 않아도 꼭 간직해야 한다고. 먼 길을 떠난 사람을 위해 지은 옷은 바느질을 튼튼하게 해야 한다고 했어. 그 사람이 언제 다시 입을지 모르니까.”
민은 그 말을 듣고도 대답하지 못했다. 그의 마음속에는 오래전부터 빈틈 하나가 있었다. 그는 그 빈틈이 일 때문이고, 도시 때문이며, 어른이 되면서 내린 선택들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이제야 그는 그 빈틈이 아주 작은 일들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았다. 한 번 돌아가지 않은 일, 일찍 끝내 버린 한 통의 전화, 되묻지 않은 한마디의 질문.
마지막 바느질
다음 날, 민은 읍내의 재봉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남빛 천 조각과 수첩, 그리고 자신의 낡은 셔츠를 들고 가 어머니가 만들다 만 옷을 완성해 달라고 부탁했다. 재봉사는 한참 살펴보더니 재단은 되어 있지만 몸판은 절반만 이어진 상태라고 말했다. 옷깃의 실밥은 조금 삐뚤어져 있었는데, 아마도 재봉하던 사람의 눈이 약해졌기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
“전부 다시 만들까요?” 재봉사가 물었다.
민은 소매 부분에 고르게 놓인 작은 바늘땀들을 바라보았다. 각각의 바늘땀은 느리게 내딛는 한 걸음 같았다. 애쓰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는 걸음. 그는 고개를 저었다.
“어머니의 바느질은 그대로 두세요. 입을 수 있게만 고쳐 주세요.”
사흘 뒤, 옷이 완성되었다. 완벽하게 잘 만들어진 옷은 아니었다. 깃은 조금 높았고, 왼쪽 어깨가 오른쪽보다 약간 넓었다. 하지만 입어 보니 이상하리만치 잘 맞았다. 남빛은 그의 얼굴을 한결 부드럽게 보이게 했고, 부드러운 천은 어린 시절부터 그 자리에 놓이곤 했던 손처럼 그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민은 그 옷을 입고 집으로 돌아와 어머니 방의 낡은 거울 앞에 섰다. 거울 속에는 서른을 넘긴 남자가 서 있었다. 머리에는 흰머리가 몇 가닥 보였고, 얼굴에는 어머니가 피곤할 때마다 보이던 표정의 흔적이 담겨 있었다. 민은 문득 어릴 때 열이 나면 어머니가 밤새 침대 곁에 앉아 있곤 했던 일이 떠올랐다. 아침이 되면 어머니는 여전히 재봉틀을 돌렸지만, 눈은 잠을 이루지 못해 충혈되어 있었다. 그는 어머니가 피곤한지 한 번도 물어본 적이 없었다. 돌봄을 받는 데 너무 익숙해져서 그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만 생각했다.
민은 옷을 벗어 접은 뒤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그는 그 옷을 잠긴 장롱 속 기념품처럼 간직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고향으로 돌아오는 날들에, 자신이 어디에서 멀리 떠나왔는지 기억해야 할 때마다 그 옷을 입기로 했다. 그리고 자신의 어깨를 조용히 다시 재어 주었던 사람이, 그 아들이 자신을 알아차리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렇게 했다는 사실을 기억하기로 했다.
돌아온다는 것은 문을 통과하는 것만이 아니다
민은 집에 일주일 더 머물렀다. 창문을 닦고 처마를 고쳤으며, 아직 쓸 수 있는 실타래들을 상자에 정리해 넣었다. 낡은 재봉틀은 깨끗이 닦고 기름을 친 뒤 다시 제자리에 놓았다. 이웃집 여자아이가 놀러 왔다가 재봉틀을 보고는 호기심 어린 얼굴로 재봉을 배워도 되느냐고 물었다. 민은 재봉을 할 줄 몰랐지만, 어머니의 수첩을 꺼내 이웃 아주머니를 불러 여자아이에게 실 꿰는 법을 알려 달라고 했다.
도시로 돌아가야 하는 날, 민은 재봉방을 동네 여성들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작은 공간으로 고쳐 달라고 부탁했다. 옷을 고칠 사람이 있으면 직접 하고, 아직 모르는 사람은 서로 배우도록 하자는 뜻이었다. 민은 자신이 어머니의 일을 이어 가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그 방에 여전히 재봉틀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고, 새 천 냄새가 나며, 평범한 대화들이 오후를 가로질러 오가기를 바랐을 뿐이다.
문을 닫기 전, 민은 현관 계단에 오래 서 있었다. 그는 어머니에게 작별 인사를 하지 않았다. 이제는 곁에 더는 존재하지 않는 사람도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 속에 남아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민이 이웃 아주머니의 이야기를 참을성 있게 들어 주는 모습 속에 있었다. 낡은 재봉틀을 버리지 않기로 한 결정 속에 있었다. 조금 삐뚤어졌지만 튼튼한 바느질이 놓인 남빛 옷 속에 있었다.
민은 대문을 잠그고 다시 돌아서서 집을 마지막으로 바라보았다. 이번에는 집이 텅 빈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비는 그쳐 있었다. 하이비스커스 나뭇잎 끝에는 맑은 물방울이 맺혀, 점점 밝아지는 하늘 한 조각을 비추고 있었다.
사람들은 흔히 돌아온다는 것이 지나온 길을 거슬러 올라가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때로 돌아온다는 것은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을 다시 바라보는 법을 배우는 일이다. 따뜻한 한 끼의 식사, 안부를 묻는 한마디, 여러 해에 걸쳐 천천히 지어진 한 벌의 옷. 그런 사랑은 요란하지 않고, 즉시 보답받기를 요구하지도 않는다. 그저 삶의 한구석에 가만히 놓여 있다. 나무 상자 속 남빛 천 조각처럼, 사람이 충분히 자라 자신이 얼마나 큰 사랑을 받고 있었는지 이해할 수 있는 날을 기다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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