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적, 푸르른 계곡 끝자락에 수가 곁 마을이라는 작은 마을이 있었습니다. 시냇물은 일 년 내내 마을 주변을 흘렀고, 물이 맑아서 사람들은 바닥에 놓인 알록달록한 자갈들을 볼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시냇물 이쪽에는 갈색 기와지붕을 얹은 집들이 있었고, 저쪽에는 넓은 논과 새들의 노랫소리로 가득한 숲이 있었습니다.
예전에 마을 사람들은 시냇물을 가로지르는 나무다리를 하나 가지고 있었습니다. 다리는 크지 않았지만 아주 튼튼했습니다. 아이들은 매일 아침 다리를 건너 학교에 갔고, 어른들은 채소를 짊어지고 시장에 갔으며, 아주머니들은 다리 한가운데에 멈춰 서서 서로 안부를 몇 마디씩 묻곤 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다리의 널빤지들이 점점 썩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비가 많이 내린 밤, 불어난 물살이 다리를 휩쓸어 가 버렸고, 서로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 놓인 두 시냇물 둑만 남았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걸어서 건널 수는 없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새 다리를 세울 방법을 여러 번 의논했습니다. 어떤 사람은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읍내의 솜씨 좋은 목수를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어떤 사람은 아주 많은 목재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또 다른 사람은 그 일은 너무 수고가 많이 드니 산길로 돌아가면 된다고 했습니다. 사람마다 생각이 달랐고, 누구도 다른 사람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다리는 다시 세워지지 않았습니다.
마을에는 안이라는 여덟 살 소녀가 있었는데, 빈랑나무 울타리 곁의 작은 집에서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었습니다. 안은 시냇물을 건너 논 쪽에 사는 외할머니를 찾아가는 것을 무척 좋아했습니다. 하지만 다리가 떠내려간 뒤로는 할머니를 만나러 갈 때마다 아주 먼 길을 돌아가야 했습니다. 어떤 날은 햇볕이 몹시 뜨거워 작은 두 다리가 몹시 지쳤습니다. 어떤 날은 비가 내려 치맛자락에 진흙이 잔뜩 묻었습니다.
어느 날 오후, 집으로 돌아가던 안은 시냇가에 앉아 저녁놀 아래 반짝이는 물줄기를 바라보았습니다. 소녀는 한숨을 쉬며 말했습니다.
“새 다리가 하나 있으면 좋겠다.”
그때 뒤쪽 양치식물 덤불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갈색 털을 가진 다람쥐 한 마리가 튀어나왔는데, 두 앞발에는 자기 머리보다도 큰 도토리 하나를 안고 있었습니다.
“다리는 저절로 생기는 게 아니란다.” 다람쥐가 말했습니다.
안은 깜짝 놀라 주위를 둘러본 뒤 물었습니다.
“방금 저한테 말씀하신 거예요?”
“이 숲에서는 누군가 진심으로 들으려 한다면 우리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단다.” 다람쥐가 대답했습니다. “내 이름은 나무야. 나는 마을의 옛 다리에 관한 이야기를 하나 알고 있지.”
안은 자세를 바로 하고 앉았습니다. 나무는 아주 오래전부터 숲속의 늙은 반얀나무 뿌리 아래에 특별한 다리가 있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 다리는 나무로 만들어진 것도, 돌로 만들어진 것도 아니었습니다. 거미줄처럼 가느다란 빛의 실을 엮어 만든 다리였습니다. 그 다리는 마을 사람들이 함께 친절하고 진심 어린 말을 하고, 서로를 돕고 싶어 할 때에만 나타났습니다.
“그렇게 신기한 다리라면, 마을 사람들이 왜 불러내지 않는 거예요?” 안이 물었습니다.
다람쥐는 도토리를 들어 한입 갉아 먹고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사람들의 말이 선행보다 앞서기 때문이지. 다리를 놓고 싶다고 말하면서도 다른 사람이 하기를 기다린단다. 아이들이 안쓰럽다고 말하면서도 누군가 힘을 보태자고 하면 핑계를 대며 피하지.”
안은 시냇물을 바라보았습니다. 어머니와 외할머니, 그리고 매일 산길을 돌아가야 하는 어린 동생들을 떠올렸습니다. 소녀는 빛의 다리를 찾아보기로 결심했습니다.
늙은 반얀나무로 가는 길
다음 날 아침, 안은 작은 빵 봉지를 챙겨 다람쥐 나무와 함께 숲으로 들어갔습니다. 길에는 마른 잎이 가득 깔려 있었고, 양옆으로는 키가 하늘을 찌를 듯한 나무들이 서 있었습니다. 꾀꼬리들은 나뭇가지를 옮겨 다녔고, 노란 나비들은 보랏빛 꽃덤불 위를 날아다녔습니다. 한참을 가다가 안은 두 돌 사이에 끼인 솔방울을 힘껏 밀어내려 애쓰는 고슴도치를 만났습니다.
안은 빵 봉지를 내려놓고 작은 나뭇가지로 솔방울을 밀어 빼냈습니다. 고슴도치는 기뻐하며 소녀에게 고마워했습니다. 안은 빵 하나를 떼어 고슴도치에게 건넸지만, 고슴도치는 그중 절반만 받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머지는 네가 가지고 있거라. 착한 사람도 길을 가려면 힘이 필요하단다.”
조금 더 가자 안은 둥지에서 떨어진 아기 새를 만났습니다. 소녀는 낮은 나무줄기를 타고 올라가 아기 새를 조심스럽게 가지 위에 있는 둥지로 돌려보냈습니다. 어미 새는 주위를 빙빙 돌며 계속 지저귀었습니다. 나무는 안을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착한 일 하나하나는 실 한 가닥과 같단다. 한 가닥은 아주 가늘지만, 많은 가닥이 서로 엮이면 튼튼한 것이 되지.”
정오가 되자 그들은 늙은 반얀나무 아래에 도착했습니다. 굵은 뿌리들이 커다란 장막처럼 아래로 늘어져 있었습니다. 뿌리들 사이에는 둥근 돌판 하나가 있었고, 돌판 표면에는 다리 모양이 새겨져 있었습니다. 나무는 안에게 돌판 위에 손을 얹고 자신이 바라는 것을 말하라고 했습니다.
안은 눈을 감았습니다.
“마을의 모든 사람이 안전하게 시냇물을 건널 수 있으면 좋겠어요. 모두가 서로의 말을 듣고 함께 도움이 되는 일을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돌판은 잠시 희미하게 빛났다가 곧 꺼졌습니다.
“아직 충분하지 않단다.” 나무가 말했습니다. “너 혼자서는 마을 전체를 위한 다리를 놓을 수 없어. 친절한 말에는 행동이 따라야 한다는 것을 사람들이 기억하도록 도와야 해.”
마을을 바꾼 말들
안은 마을로 돌아와 아주 작은 일부터 시작했습니다. 아침에 소녀는 집 앞에 앉아 있는 목수 아저씨를 만났습니다. 안은 공손하게 인사한 뒤 말했습니다.
“아저씨, 아저씨가 만드신 널빤지는 정말 예뻐요. 나중에 마을에서 다리를 놓게 되면, 모두에게 다리를 아주 튼튼하게 만드는 방법을 알려 주셨으면 좋겠어요.”
목수 아저씨는 원래 자주 얼굴을 찌푸리는 사람이었습니다. 아저씨는 안에게 다른 곳에 가서 놀라고 말하려다가, 소녀의 맑은 눈을 보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모두가 정말로 하기를 원한다면, 나도 힘을 보태마.”
정오 무렵, 안은 채소 장수 언니가 염소를 치는 노인과 잘못 놓인 바구니 하나 때문에 다투는 것을 보았습니다. 안은 그냥 달아나는 대신 바구니를 집어 채소 장수에게 건네며 말했습니다.
“언니, 너무 속상해하지 마세요. 할아버지가 일부러 그러신 건 아닐 거예요. 할아버지, 다음에는 바구니를 저쪽에 조금 옮겨 두면 사람들이 더 쉽게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채소 장수는 말없이 있었고, 염소를 치는 노인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잠시 뒤 채소 장수는 먼저 목소리를 너무 크게 냈다며 사과했습니다. 노인도 주의하지 못했다며 사과했습니다.
그날 오후, 안은 마을의 아이들을 불러 함께 시냇물 양쪽 둑 주변의 나뭇가지와 돌조각, 쓰레기를 주웠습니다. 처음에는 몇몇 아이들이 소녀를 비웃었습니다.
“이런 걸 주운다고 다리가 나타나기라도 해?”
안은 화내지 않았습니다. 소녀는 일을 계속하며 대답했습니다.
“오늘 당장 다리가 생기지 않을 수도 있어. 하지만 우리가 시작하지 않으면 내일도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을 거야.”
그 말을 들은 티라는 남자아이가 풀숲에 걸려 있던 낡은 바구니를 몸을 굽혀 주웠습니다. 그러자 다른 아이 하나가 더 합류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들은 시냇가 한 구간을 깨끗이 치웠습니다. 지나가던 어른들은 그 모습을 보며 어떤 이는 미소를 지었고, 어떤 이는 말없이 집으로 돌아가 삽과 곡괭이를 가져왔습니다.
그날 밤, 마을 회관 뜰에서 마을 사람들이 다시 모였습니다. 이번에는 돈이나 나무와 돌에 관해 의논하기 전에 안이 먼저 말할 수 있게 해 달라고 했습니다. 소녀는 늙은 반얀나무 아래에 있는 빛의 다리 이야기를 했지만, 아무도 비웃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하루 종일 안이 해 온 작은 일들을 이미 보았기 때문입니다.
안이 말했습니다.
“빛의 다리가 정말 있는지는 저도 몰라요. 하지만 모두가 다른 사람이 시작하기만 기다린다면 어떤 다리도 세울 수 없다는 건 알아요. 목수 아저씨는 품을 보태실 수 있고, 림 아저씨 댁에는 대나무가 있어요. 한흐엉 할머니 댁에는 등나무 줄기가 있고요. 재료가 없는 사람은 밥을 짓거나 물건을 나르거나 아이들을 돌볼 수 있어요. 우리 모두 함께하기만 하면 돼요.”
회관 뜰은 한동안 조용했습니다. 그 후 목수 아저씨가 일어나 다리의 뼈대를 맡겠다고 말했습니다. 림 아저씨는 대나무를 내놓겠다고 했습니다. 한흐엉 할머니는 마을의 아주머니들을 불러 줄을 엮겠다고 했습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서로 다투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내놓기 시작했습니다.
나타난 다리
다음 날, 온 마을이 일에 착수했습니다. 어떤 사람은 대나무를 베고, 어떤 사람은 나무를 다듬고, 어떤 사람은 돌을 날랐습니다. 아이들은 길을 깨끗이 쓸고 어른들에게 물을 날라다 주었습니다. 누군가 지칠 때마다 다른 사람이 격려의 말을 건넸습니다. 일이 잘못된 곳이 있으면 사람들은 서로를 나무라기보다 부드럽게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해 질 무렵, 목수 아저씨가 방금 다리 뼈대 위에 마지막 널빤지를 올려놓았을 때, 숲 쪽에서 풍경 소리처럼 맑은 소리가 울려 퍼졌습니다. 안은 늙은 반얀나무가 있는 쪽으로 고개를 들었습니다. 나무줄기들 사이에서 옅은 푸른빛의 띠가 시냇물을 가로질러 천천히 뻗어 나가고 있었습니다.
빛의 다리는 새로 놓은 나무다리 바로 옆에 나타났습니다. 가늘지만 눈부시게 빛났고, 발을 디딜 때마다 부드러운 빛의 고리가 퍼져 나갔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그 놀라운 광경 앞에 말없이 서 있었습니다. 나이 든 사람들은 감격했고, 아이들은 신이 나서 환호했습니다.
다람쥐 나무는 나뭇가지에 앉아 아래를 내려다보았습니다. 안에게만 나무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다리는 아름다운 말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란다. 말이 깨워 낸 착한 행동으로 만들어진 것이지.”
그때부터 마을 사람들은 나무다리를 아주 소중히 관리했습니다. 널빤지가 흔들리면 함께 고쳤고, 비가 내린 뒤에는 함께 시냇가를 깨끗이 치웠습니다. 빛의 다리는 마을 사람들 모두가 진심을 다해 어떤 일을 함께할 때처럼 특별한 때에만 나타났습니다. 한 번은 숲에서 길을 잃은 염소 떼를 모두가 힘을 모아 구했을 때였습니다. 또 한 번은 폭풍을 만난 한 가족의 지붕을 다시 세우기 위해 힘을 합쳤을 때였습니다.
안은 어른이 되었지만 여전히 종종 늙은 반얀나무 아래에 와서 다람쥐 나무를 만났습니다. 어떤 아이가 다리가 왜 빛나는지 물을 때마다, 안은 자신이 그 다리를 찾아냈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미소를 지으며 말했습니다.
“우리가 친절한 말을 하고, 서로의 말을 듣고, 진심으로 손을 내밀어 도와주면, 서로 멀리 떨어져 있는 곳 사이에도 언제나 건너갈 길이 생기기 때문이란다.”
너를 위한 교훈
친절한 말은 다른 사람을 더 기쁘게 할 수 있지만, 말은 행동과 함께할 때 비로소 의미를 갖습니다. 감사의 말 한마디, 사과의 말 한마디, 한 번의 양보나 도움의 손길 하나가 서로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을 가까이 이어 줄 수 있습니다. 각자가 진심을 담아 작은 일 하나씩을 보탤 때, 불가능해 보이던 일도 조금씩 현실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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