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처마 밑의 종
푸른 돌을 깔아 만든 길 끝에는 갈색 기와지붕과 부겐빌레아 울타리, 일 년 내내 박하 잎 향기가 나는 정원이 있는 작은 집이 한 채 있었다. 집 처마 앞에는 안의 외할머니가 아주 특별한 풍경종을 걸어 두었다. 그 풍경종은 가느다란 대나무 관 몇 개와 낡은 구리 숟가락 하나, 그리고 용안 열매처럼 반들반들한 둥근 나무 구슬 하나로 만들어져 있었다. 바람이 스쳐 지나갈 때마다 풍경종은 맑고 투명한 소리를 냈다. 때로는 친구를 부르는 새소리 같았고, 때로는 바위틈을 흐르는 시냇물 소리 같았다.
외할머니는 안에게 그 풍경종은 단지 소리를 내는 것만이 아니라고 말했다. 집에서 일어나는 아름다운 일들도 간직할 줄 안다는 것이었다. 웃음소리 하나, 감사의 말 한마디, 도움을 건네는 손길 하나, 또는 모두가 함께 앉아 보낸 어느 오후는 풍경종의 소리를 더욱 맑게 만들어 주었다.
안은 그 풍경종을 무척 좋아했다. 매일 아침 학교에 가기 전이면 아이는 처마 아래에 서서 풍경종의 울림을 들었다. 그리고 풍경종에 ‘응언응언’이라는 이름도 지어 주었다. 그런데 어느 날 아침, 첫 햇살이 막 기와지붕에 닿았을 때 안은 익숙한 소리를 듣지 못했다. 대나무 관들은 여전히 바람에 흔들리고 나무 구슬도 움직이고 있었지만, 풍경종은 완전히 침묵하고 있었다.
안은 손을 뻗어 대나무 관 하나를 살짝 건드렸다. 울림은 없었다. 아이는 풍경종을 더 세게 흔들어 보았다. 여전히 나뭇잎이 바스락거리는 소리 외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응언응언이 아픈가 봐.” 안이 걱정스럽게 말했다.
외할머니가 처마로 나와 풍경종을 올려다보더니 다정하게 미소 지었다.
“풍경종이 아픈 건 아니란다. 어쩌면 우리에게서 울림을 잃게 만든 무언가를 다시 찾기를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르지.”
안은 그 말을 잘 이해하지 못했지만, 해가 지기 전까지 답을 찾아내기로 했다.
정원에서의 조사
안은 풍경종에서 가장 가까운 곳부터 살펴보기 시작했다. 아이는 매다는 줄과 대나무 관들, 나무 구슬을 점검했다. 부러진 부분은 하나도 없었다. 구리 숟가락에 얇게 앉은 먼지도 부드러운 천으로 닦아 보았지만, 바람이 스쳐 지나가도 소리는 여전히 나지 않았다.
바로 그때 갈색 참새가 울타리로 날아 내려왔다. 참새는 고개를 갸웃하며 안에게 물었다.
“무엇을 찾고 있니?”
“응언응언의 울림을 찾고 있어. 네가 마지막으로 그 소리를 들은 게 언제인지 기억나?”
갈색 참새는 날개를 퍼덕이며 기억을 떠올리려 애썼다.
“어제 정원사 아저씨가 식물에 물을 주실 때 풍경종 소리를 들었어. 그다음에는 스타프루트 나무로 날아가서 깜빡 잠들었지. 아저씨에게 물어보는 게 좋을 것 같아.”
안은 참새에게 고맙다고 인사하고 채소밭으로 갔다. 정원사 아저씨는 몸을 굽혀 잡초를 뽑고 있었지만, 얼굴은 평소처럼 밝지 않았다. 안은 풍경종에 대해 물었다. 아저씨는 집 처마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아저씨도 이상하다고 생각했단다. 요 며칠 정원에 속상한 일이 많았거든. 배추밭은 벌레가 갉아먹고, 수도꼭지는 물이 새고, 구아바 나무 아래 나무 의자는 흔들거리지. 모두들 바빠서 아직 고치지 못했단다.”
“그런 일들이 풍경종 소리와 관련이 있나요?” 안이 물었다.
“아저씨도 모르겠구나. 하지만 아무도 돌보지 않는 정원은 분명 아주 외로울 거야.”
안은 아저씨에게 고맙다고 인사하고 다시 걸어갔다. 구아바 나무 아래에서는 검은 고양이 문이 흔들리는 의자 옆에 몸을 둥글게 말고 있었다. 문은 원래 풍경종 소리를 들으며 누워 있는 것을 아주 좋아했지만, 오늘은 계속 뾰로통한 표정이었다.
“문아, 응언응언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 아니?”
문은 한쪽 눈을 떴다.
“요 며칠 아무도 처마 아래에 앉아 책을 읽지 않았다는 것만 알아. 동네 아이들도 서로 어울려 놀지 않았고. 어제는 다람쥐 두 마리가 솔방울 하나를 두고 서로 다투다가 화가 나서 가 버렸어.”
“그 친구들에게 말해 보지 그랬어?”
“말하려고 했는데, 아무도 나한테 물어보지 않았어.”
안은 문득 정원에 있는 모두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나씩 품고 있지만, 각자 자기 일만 신경 쓰느라 누구도 진심으로 서로의 말을 듣지 않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잊혀진 소리들
안은 다람쥐 두 마리를 찾아 나섰다. 한 마리는 나뭇가지 위에 앉아 있었고, 다른 한 마리는 양치식물 덤불 뒤에 숨어 있었다. 두 마리 사이에는 솔방울이 놓여 있었지만, 이제는 어느 누구도 그것을 바라보려 하지 않았다.
“왜 서로 화가 난 거야?” 안이 물었다.
“쟤가 먼저 솔방울을 가져갔어.” 갈색 다람쥐가 말했다.
“하지만 나는 아침부터 그걸 찾아냈는걸.” 회색 다람쥐가 대답했다.
안은 서둘러 판단하지 않았다. 아이는 나무 밑동에 앉아 두 친구에게 차례대로 처음부터 이야기해 달라고 했다. 갈색 다람쥐는 자신이 솔방울이 먼저 떨어지는 것을 보았지만, 동생을 부르러 달려가야 해서 미처 줍지 못했다고 말했다. 회색 다람쥐는 돌아와 보니 솔방울이 땅에 놓여 있어서 아무도 가져가지 않은 것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두 친구는 이야기를 다 듣고 함께 침묵했다. 알고 보니 누구도 다른 이의 물건을 일부러 가져간 것이 아니었다. 각자 이야기의 절반만 알고 있었기 때문에 서로 화를 냈던 것이다.
“조금만 더 일찍 이야기했더라면 한나절 내내 속상해하지 않았을 텐데.” 회색 다람쥐가 말했다.
갈색 다람쥐는 솔방울을 친구 쪽으로 밀었다.
“반으로 나누자. 안에 있는 씨앗은 둘이 먹기에 충분할 거야.”
두 친구는 함께 웃었다. 바로 그때 집 처마 쪽에서 대나무가 서로 부딪히는 듯한 아주 작은 소리가 들려왔다. 안이 뒤돌아보았지만, 소리는 곧 사라졌다.
아이는 외할머니에게 달려가 이 일을 이야기했다. 외할머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언응언이 무언가 아름다운 것을 들었을지도 모르겠구나. 하지만 웃음소리 하나만으로 풍경종 전체를 깨우기에는 부족하단다. 우리는 구체적인 행동으로 정원을 돌보아야 해.”
안은 곧바로 모두를 불러 함께 일하기 시작했다. 정원사 아저씨는 수도꼭지를 고쳤다. 문은 발톱으로 나무 밑동 주변을 살살 긁어 떨어진 못을 찾았다. 갈색 참새는 날아가 다른 새들을 불러 배추밭의 벌레를 잡게 했다. 다람쥐 두 마리는 울타리에 걸린 마른 나뭇가지들을 주웠다. 안은 외할머니의 작은 공구 상자를 가져와 구아바 나무 아래의 의자를 고쳤다.
처음에는 일이 쉽지 않았다. 수도꼭지는 연결 부위 하나가 꽉 막혀 있었고, 의자는 다른 다리들보다 한쪽 다리가 짧았으며, 벌레 떼는 잎 아래에 아주 깊숙이 숨어 있었다. 안이 못 한 움큼을 땅에 전부 떨어뜨리기도 했다. 문은 그 소리가 무서워 나무 위로 달아났고, 갈색 다람쥐와 회색 다람쥐는 작은 펜치를 서로 가지려고 다투기까지 했다.
외할머니는 누구도 나무라지 않았다. 그저 이렇게 말했다.
“함께 일한다는 건 모두가 같은 일을 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란다. 중요한 건 자신이 무엇을 도울 수 있는지 알고, 필요할 때 서로 양보하는 거야.”
그 말을 듣고 안은 펜치를 정원사 아저씨에게 건네고, 회색 다람쥐에게는 못을 주워 달라고 부탁했다. 갈색 다람쥐에게는 나무 막대들을 잡아 달라고 했고, 문에게는 의자 아래로 무언가 굴러 들어가면 알려 달라며 조금 떨어진 곳에 앉아 있으라고 했다. 갈색 참새는 처마 위에 마른 나뭇가지가 더 걸려 있지는 않은지 주위를 빙빙 날며 살폈다.
울림이 돌아오다
정오가 되자 배추밭은 벌레 하나 없이 깨끗해졌고, 수도꼭지에서는 더 이상 물이 새지 않았으며, 울타리는 다시 묶이고 나무 의자도 튼튼해졌다. 모두가 구아바 나무 아래에 앉아 쉬었다. 외할머니는 따뜻한 고구마 과자 한 바구니를 가져왔다. 안은 과자를 하나씩 나누었지만, 문이 혼자 앉아 있는 것을 보자 자기 몫을 반으로 쪼개 절반을 고양이 앞에 놓아 주었다.
문은 놀란 눈으로 안을 바라보았다.
“나는 네가 나와 이야기하는 것보다 고구마 과자를 더 좋아하는 줄 알았어.” 고양이가 말했다.
“둘 다 좋아해. 하지만 내가 물어보지 않았다면 네가 아무도 자신을 신경 써 주지 않아서 속상했다는 걸 어떻게 알았겠어?”
문은 고개를 숙였고, 꼬리가 살랑살랑 흔들렸다.
“나도 말하지 않았던 걸 미안하게 생각해.”
갈색 참새가 의자 등받이에 내려앉았다. 갈색 다람쥐와 회색 다람쥐는 나란히 앉아 함께 과자를 조금씩 먹었다. 정원은 문득 조용해졌지만, 그것은 전날들의 무겁고 답답한 침묵이 아니었다. 모두가 나뭇잎 소리와 숨소리, 친구들의 작은 웃음소리를 들을 수 있는 편안한 고요였다.
들판에서 불어온 바람 한 줄기가 스쳐 지나갔다. 응언응언의 대나무 관들이 살짝 서로 부딪혔다. 딩. 정원 한가운데 맑고 투명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모두가 고개를 들었다.
바람이 더욱 세게 불었다. 구리 숟가락이 가볍게 흔들리고, 둥근 나무 구슬이 대나무 관에 부딪혔다. 그러자 울림은 반짝이는 소리의 연속으로 퍼져 나갔다. 흐르는 물소리와 새의 노랫소리, 그리고 누군가 아주 즐겁게 웃는 소리를 한꺼번에 닮아 있었다.
안은 처마 아래로 달려갔다.
“응언응언이 나았어!”
외할머니가 미소 지었다.
“풍경종이 나은 게 아니란다. 정원이 자기만의 즐거운 리듬을 되찾은 거야.”
안은 풍경종을 오래 바라보았다. 아이는 외할머니가 풍경종의 대나무 관 속에 정말로 웃음소리를 간직하고 있다고 말한 것이 아니라는 걸 이해했다. 아마 특별한 점은 풍경종 소리를 들을 때마다 모두가 함께 해낸 아름다운 일들을 떠올리게 된다는 데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모두가 서로에게 더 친절하게 살아갈 때, 익숙한 그 소리도 더욱 맑아지는 듯했다.
귀 기울이는 집
그날부터 정원의 아이들은 새로운 습관을 만들었다. 매일 저녁 집으로 돌아가기 전에, 주변을 둘러보며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는지 잠시 살폈다. 누군가는 식물에 물을 주고, 누군가는 낙엽을 줍고, 누군가는 울타리를 점검했다. 속상한 일이 생기면 아이들은 둥글게 앉아 차례대로 이야기했다. 서로의 말을 끊지 않고, 서둘러 탓하지도 않았다.
문도 더 이상 구아바 나무 아래에 혼자 숨지 않았다. 고양이는 튼튼하게 고쳐진 의자에 누워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 누군가 감사하다는 말을 잊으면 문은 꼬리를 살짝 흔들어 알려 주었다. 갈색 참새는 여전히 멀리 날아가곤 했지만, 돌아올 때마다 새로운 이야기를 하나씩 가져왔다. 갈색 다람쥐와 회색 다람쥐는 솔방울과 도토리뿐 아니라 가장 어려운 나무 타기 차례도 서로 나누었다.
안은 더 이상 아침에 서서 풍경종 소리만 듣지 않았다. 매일 저녁이면 안은 외할머니와 함께 처마 아래에 앉았다. 두 사람은 그날 있었던 즐거운 일 하나, 배운 것 하나, 그리고 자신을 도와준 사람 한 명에 대해 서로 이야기했다.
풍경종은 여전히 바람이 지나갈 때마다 울렸다. 하지만 그때부터 모두는 바람이 전혀 불지 않는 날에도 정원이 소리로 가득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은 고쳐진 수도꼭지에서 흐르는 물소리, 새가 날아갈 때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 돌길 위를 달리는 발소리, 미안하다는 말, 고맙다는 말, 그리고 서로를 아끼는 사람들의 웃음소리였다.
안은 집이 지붕이나 아름다운 벽만으로 따뜻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걸 이해했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잠시 멈추어 귀 기울이고, 주변의 작은 것들을 함께 돌볼 때 집은 따뜻해진다. 때로는 안부를 묻는 말 한마디나 제때 내미는 손길 하나만으로도, 사라진 줄 알았던 소리가 다시 돌아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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