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소리가 사라진 정원
마을 길 끝에는 사계절 내내 푸르른 넓은 정원이 있었다. 정원에는 여러 종류의 나무와 식물이 자랐다. 우물가에 몸을 기울인 별 모양 열매나무, 울타리를 타고 올라간 장미 덤불, 기분 좋은 향기를 퍼뜨리는 허브 밭, 그리고 거대한 우산처럼 넓은 잎을 펼친 늙은 아몬드나무가 있었다. 예전에는 정원이 언제나 활기로 가득했다. 참새들은 나뭇가지를 오가며 재잘거렸고, 벌들은 꽃 주변에서 윙윙거렸으며, 귀뚜라미들은 해 질 무렵이면 합주를 시작했다.
그런데 아주 오래전부터 정원은 갑자기 조용해졌다. 새들은 더 이상 날아오지 않았다. 나비들은 잠시 맴돌다가 서둘러 떠나 버렸다. 정원의 꽃들은 여전히 피어났지만 예전처럼 싱싱하지 않았고, 우물 속 물은 물결 하나 일으키지 않을 만큼 고요했다.
마을 어른들은 정원이 늙어서 더는 생기가 없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어떤 사람은 그해 장마가 너무 길었기 때문일 거라고 했다. 또 어떤 사람은 아이들이 자라 정원에서 더 이상 뛰놀지 않게 되었기 때문에 이곳이 그렇게 쓸쓸해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안이라는 어린 아이만은 믿지 않았다. 안이는 정원도 사람과 같은 친구라고 생각했다. 친구가 갑자기 말이 없어졌다면, 어쩌면 무언가를 말하고 싶은데 아무도 앉아서 귀 기울여 주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아몬드나무 아래의 상자
비가 내린 어느 날 오후, 안이는 작은 바구니를 들고 부러진 나뭇가지를 주우러 정원으로 나갔다. 외할머니는 그것들을 모아 장작불을 피우고, 배추밭이 빗물에 기울지는 않았는지도 살펴보라고 하셨다. 아몬드나무 밑동에 다다랐을 때, 안이는 젖은 낙엽 아래에 놓인 갈색 물건 하나를 보았다.
그것은 흙과 이끼로 뒤덮인 작은 나무 상자였다. 상자 뚜껑은 잠겨 있지 않았다. 안이가 조심스럽게 열어 보니, 안에는 낡은 풍경이 하나 들어 있었다. 풍경은 가느다란 대나무 관들을 둥근 나무 고리에 매달아 만든 것이었다. 가운데에는 나뭇잎 모양의 나무 조각이 달려 있었다. 바람이 아몬드나무 가지 사이로 불고 있었지만, 풍경은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안이는 풍경을 집 처마 밑으로 가져와 수건으로 진흙과 흙을 깨끗이 닦았다. 줄 하나가 끊어져 있고, 대나무 관 몇 개가 비뚤어져 있으며, 나뭇잎 모양의 나무 조각에는 긴 흠집이 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안이는 외할머니에게 새 줄 한 토막을 얻어 풍경의 각 부분을 하나씩 참을성 있게 다시 묶었다. 조금만 세게 다루어도 풍경이 깨질까 봐 천천히 작업했다.
수리를 마친 안이는 풍경을 아몬드나무의 낮은 가지에 매달았다. 그리고 나무 밑에 앉아 기다렸다. 바람이 불어 아몬드나무 잎이 살랑거렸지만, 풍경은 살짝 서로 부딪히기만 할 뿐 다시 잠잠해졌다.
“어쩌면 너는 인사가 필요한가 봐.” 안이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안이는 나뭇잎 모양의 나무 조각을 손으로 만졌다. “안녕. 오늘부터 우리 이 정원에서 함께 지내자.”
바로 그때, 산들바람이 스쳐 지나갔다. 풍경이 맑은 소리를 한 번 울렸다. 누군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면 알아차리지 못했을 만큼 작은 소리였다. 하지만 안이는 아주 또렷하게 들었다. 그 소리는 도자기 그릇에 물방울이 떨어진 것처럼 부드러운 울림의 물결을 퍼뜨렸다.
모든 소리는 다정한 말 한마디
다음 날 아침, 안이는 다시 정원으로 나갔다. 풍경은 울리지 않았다. 안이는 서운해하지 않고, 오늘은 바람이 지쳤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안이는 채소밭에 물을 주고, 기울어진 콩 줄기를 세운 뒤, 나무 밑에 떨어진 아몬드 열매를 주웠다. 바구니를 막 내려놓았을 때, 작은 새 한 마리가 울타리에 앉았다.
안이는 새를 잡으러 달려가거나 부르려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 있었다. 그저 조용히 말했다. “여기서 쉬고 싶으면 쉬어도 돼. 정원에는 아직 네 자리가 있어.”
작은 새는 한참 동안 고개를 갸웃하며 안이를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아몬드나무 가지 위로 뛰어올랐다. 나뭇가지가 살짝 흔들리자 풍경이 맑은 소리를 두 번 냈다. 새는 깜짝 놀라 날아갔지만, 저녁이 되자 다른 새 한 마리와 함께 다시 돌아왔다.
그날부터 안이는 매일 정원과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물뿌리개에 물을 가득 채운 뒤에는 우물에게 고맙다고 인사했다. 실수로 어린 가지 하나를 밟았을 때는 꽃밭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담장 아래 줄지어 행진하는 개미들에게 인사하고, 그들의 작은 길을 무너뜨리지 말아야겠다고 스스로 다짐했다.
처음에는 마을 아이들이 안이를 비웃었다. 이웃집 남자아이 민은 울타리에 팔을 걸치고 물었다.
“정말 나무와 식물에게 말을 거는 거야?”
안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나무와 식물은 말로 이야기할 수 없으니까, 우리는 다른 방법으로 들어야 해.”
민은 그 대답이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뭐라고 반박해야 할지는 몰랐다. 민은 풍경을 바라보다가 말했다. “그게 들을 수 있다면, 한 번 울어 보라고 해 봐.”
안이는 풍경을 억지로 울리려 하지 않았다. 대신 민이 방금 꽃덤불에 던진 마른 가지를 주워 바구니에 넣고 말했다. “나와 함께 정원을 치워 줄래? 꽃들이 더 기뻐할 거야.”
민은 원래 그럴 생각이 없었지만, 안이가 혼자 하는 모습을 보니 조금 쑥스러워졌다. 민은 몸을 숙여 나뭇가지 몇 개를 더 주웠다. 두 아이가 치우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꽃덤불에서 시든 잎들이 치워지자 노란 나비 떼가 날아갔다. 산들바람이 아몬드나무의 잎을 스치자 풍경이 웃음소리처럼 편안한 음의 연주를 울렸다.
소원을 싣고 온 바람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을 아이들도 정원으로 찾아오기 시작했다. 어떤 아이는 씨앗을 가져왔고, 어떤 아이는 빗물을 받을 작은 항아리를 가져왔으며, 어떤 아이는 그저 아몬드나무 아래에 앉아 책을 읽으러 왔다. 안이는 모두에게 꼭 큰일을 할 필요는 없다고 일러 주었다. 흙밭을 걸을 때는 조금 더 살살 걷고, 꽃은 필요한 만큼만 꺾고, 가지를 부러뜨리지 않으며, 자신을 길러 주는 것들에 감사할 줄 알면 된다고 말했다.
정원은 조금씩 변해 갔다. 새들은 별 모양 열매나무에 돌아와 둥지를 틀었다. 벌 떼는 장미 덤불을 찾아왔다. 귀뚜라미들은 저녁이 되면 울기 시작했다. 우물 속 물은 반짝이는 달빛을 비추었고, 더는 예전처럼 쓸쓸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풍경은 여전히 때때로 잠잠했다. 어느 날, 안이는 아몬드나무 아래에 앉아 외할머니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외할머니는 수건 하나를 가져와 개면서 말씀하셨다. “풍경은 스스로 바람을 만들지 못한단다. 공기의 흐름이 지나갈 때에만 소리를 내지. 사람도 마찬가지야. 어떤 날은 마음속에 말이 가득하고, 어떤 날은 그저 조용히 있고 싶어 하지. 조용하다고 해서 사랑이 다 사라진 것은 아니란다.”
안이는 오랫동안 생각했다. 자신은 정원이 매일 즐거워야 하고, 매일 새소리가 울려야 한다고 바랐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정원에도 바람이 잔잔한 아침, 빗방울이 천천히 떨어지는 오후, 잎들이 서로 스치는 소리만 들리는 밤이 필요했다. 언제나 시끄럽기만 하다면 오히려 가장 작은 소리들을 듣지 못할 수도 있었다.
그때부터 안이는 풍경이 소리를 내지 않을 때에도 더 이상 조급해하지 않았다. 그저 시간이 필요한 친구를 돌보듯 꾸준히 정원을 보살폈다.
정원이 깨어난 날
장마가 끝나 갈 무렵, 마을에 작은 축제가 열렸다. 사람들은 함께 정원으로 이어지는 길을 고치고, 마른 낙엽을 깨끗이 쓸어 내고, 우물 주변에 키가 낮은 꽃나무들을 더 심었다. 아이들은 떨어진 낙엽과 마른 가지, 과일 껍질로 만든 수공예품을 가져왔다. 아무도 아직 푸른 가지를 꺾지 않았다. 아무도 쓰레기를 땅에 버리지 않았다.
그날 오후, 가벼운 햇살이 비친 하루가 지나고 하늘은 맑고 푸르렀다. 들판에서 불어온 바람은 새로 말린 짚 냄새와 풀꽃 향기를 실어 왔다. 처음에는 한 번의 울림이 들렸다. 이어 두 번째, 세 번째 소리가 났다. 풍경의 대나무 관들이 서로 부딪히며 맑은 선율을 만들어 냈다. 높아졌다 낮아지고, 가까워졌다 멀어지는 소리였다.
바로 그때, 참새들이 나무 그늘에서 날아 나왔다. 노란 나비들이 꽃밭 곁에서 팔랑거렸다. 벌들은 장미 덤불 주변에서 윙윙거렸다. 아몬드나무 밑동에서는 나뭇잎들이 박수를 치는 듯 살랑거렸다. 아이들은 가만히 서서 귀를 기울였고, 어른들도 미소를 지었다.
민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알고 보니 정원은 잠들어 있던 게 아니었네. 그저 전에는 우리가 정원을 슬프게 만들었던 거야.”
안이는 풍경을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어쩌면 정원은 우리가 정원도 사랑받아야 한다는 걸 기억해 내기를 계속 기다리고 있었던 걸 거야.”
밤이 되자 사람들은 집으로 돌아갔다. 안이는 아몬드나무 아래에 잠시 더 남아 있었다. 풍경은 바람 속에서 여전히 살며시 울리고 있었다. 안이는 그 나무 밑에 누가 언제 나무 상자를 놓아두었는지도 몰랐고, 풍경이 어떻게 많은 사람들을 변화시킬 수 있었는지도 몰랐다. 하지만 한 가지는 이해했다. 누군가 멈춰 서서 귀 기울이기만 한다면, 아주 작은 소리 하나도 선함으로 이어지는 문을 열기에 충분할 때가 있다는 것을.
아이를 위한 다정한 교훈
풍경 이야기는 자연이 단지 이용하기 위한 무생물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에게 일깨워 준다. 나무와 식물, 물줄기, 새와 짐승, 그리고 우리 주변의 땅은 모두 인내심을 가지고 돌보아야 한다. 고맙다는 말 한마디, 가벼운 발걸음 하나, 또는 쓰레기 가지 하나를 주워 버리는 일도 다정한 행동이 될 수 있다.
어린이들에게 자연을 사랑하는 일은 반드시 큰일에서 시작할 필요가 없다. 어린이는 화분에 물을 주고, 집 마당을 깨끗이 유지하고, 개미 한 마리를 방해하지 않고 관찰하거나, 가족에게 쓰레기를 제자리에 버리자고 말할 수 있다. 귀 기울이고 관심을 가지면, 아이는 주변 세상에 아름다운 소리가 아주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리고 어느 날 아이의 마음속 풍경이 갑자기 잠잠해지더라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자신에게 잠시 쉴 시간을 주고, 아주 천천히 숨을 쉬며, 다정한 바람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면 된다. 어쩌면 기쁨은 사라진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기쁨은 그저 다정한 행동 하나로 깨어나기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같은 카테고리의 기사
무화과나무 아래 잠든 씨앗
갈색 다람쥐의 나뭇잎 다리
작은 종과 아기 고슴도치의 약속
귀 기울일 줄 아는 새싹
갈색 다람쥐의 우비
울림을 되찾은 풍경종
같은 장르의 기사
떰깜 제2부: 후궁을 떠도는 원혼들
떰과 깜 : 궁중 암투와 원전의 결말 – 파트 1
밀기울
코코넛 두개골
세인트 지옹
흰 국화의 전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