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울리고 싶지 않은 풍경종

구불구불한 언덕길 끝에 바람마을이라는 작은 마을이 있었다. 마을의 집들은 언덕 아래에 다소곳이 자리하고 있었고, 집 앞에는 으레 국화나 채송화, 은은한 향기를 풍기는 민트 몇 포기가 심어져 있었다. 매일 아침이면 언덕에서 불어 내려오는 바람이 어린 풀 냄새를 실어 왔다. 매일 저녁이면 햇살이 들판으로 이어지는 돌계단 위에 황금빛을 부었다.

안이의 외할머니 정원에는 대나무로 만든 풍경 하나가 있었다. 풍경은 처마 밑, 바로 부겐빌레아 덩굴 옆에 매달려 있었다. 작은 대나무 관 다섯 개와 추 역할을 하는 둥근 나무 조각 하나, 빛이 바랜 빨간 끈 하나로 이루어져 있었다. 바람이 지나갈 때마다 대나무 관들이 서로 부딪히며 맑은 소리를 냈다. 땡그랑, 땡그랑.

안이는 처마 밑에 앉아 풍경 소리를 듣는 것을 무척 좋아했다. 아이는 화분 옆에 작은 의자를 가져다 놓고, 그날 있었던 모든 일을 풍경에게 이야기하곤 했다. 얼룩고양이 무옵이 채소 바구니 위에서 깜빡 잠든 이야기, 티가 공을 도랑에 빠뜨린 이야기, 엄마의 도움 없이 혼자 신발 끈을 묶었다는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풍경은 말로 이야기할 줄 몰랐지만, 안이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살랑살랑 몸을 흔들었다. 안이는 그것이 풍경이 대답하는 방법이라고 믿었다.

작은 풍경의 커다란 소망

초여름이 시작된 어느 아침, 바람마을에서는 언덕 아래 풀밭에서 축제가 열렸다. 어른들은 과자가 담긴 바구니를 가져왔고, 아이들은 종이연을 챙겨 왔으며, 노인들은 느티나무 아래 앉아 옛날이야기를 나누었다. 올해는 이장이 모두 함께 노래할 수 있도록 대나무로 작은 무대를 세웠기 때문에 모두가 들떠 있었다.

안이도 풍경을 축제에 데려가고 싶었다. 아이는 처마에서 풍경을 떼어 조심스럽게 대나무 바구니에 넣은 뒤 말했다.

“오늘은 아주 많은 사람들이 노래하는 걸 듣게 될 거야. 어쩌면 사람들이 네 소리가 마을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칭찬할지도 몰라.”

그 말을 듣자 풍경이 몸을 흔들었다. 풍경의 마음속에 지금껏 가져 본 적 없는 소망이 갑자기 싹텄다. 풍경은 가장 유명한 풍경이 되고 싶었다. 자신이 울리기만 하면 모든 사람이 걸음을 멈추고 자신을 바라보기를 바랐다. 자신의 소리가 산 아저씨의 피리 소리보다 멀리 울리고, 아가씨들의 노랫소리보다 맑으며, 아이들의 웃음소리보다 더 경쾌하기를 바랐다.

풀밭으로 내려가는 길에 안이는 언덕 비탈에서 세차게 불어오는 바람을 만났다. 바람이 대나무 관 사이로 파고들자 풍경이 쉴 새 없이 크게 울렸다. 땡그랑, 땡그랑, 땡그랑. 소리가 너무 빠르고 요란하게 이어지는 바람에 씨앗을 찾던 새 몇 마리가 덤불에서 황급히 날아갔다. 몇몇 아기들은 귀를 막았고, 개 벳은 깜짝 놀라 짖어 댔다.

안이는 서둘러 바구니를 붙잡았다.

“너무 세게 울리지 마. 축제가 시작하기도 전에 모두를 놀라게 하잖아.”

풍경은 조금 슬퍼졌다. 자신의 소리가 왜 다른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저 사람들의 관심을 받으려고 애쓰고 있었을 뿐인데 말이다.

사람들 속에서 길을 잃은 소리

풀밭에 도착한 안이는 낮은 나뭇가지에 풍경을 매달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축제가 시작되었다. 이장이 북을 세 번 두드리자, 아저씨와 아주머니들이 차례로 음식을 내와 사람들에게 권했다. 아이들은 알록달록한 리본 사이를 뛰어다녔다. 무대에서는 산 아저씨가 마을 어귀의 시냇물에 관한 잔잔한 곡을 피리로 불었다.

풍경은 피리 소리를 듣고 마음속에 질투가 조금 생겼다. 풍경은 생각했다. “나도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어. 아주 크게 울리기만 하면 돼.”

그래서 바람이 한 번 불어오자 풍경은 온 힘을 다해 이리저리 흔들렸다. 대나무 관들이 서로 부딪히며 쨍쨍한 소리를 냈다. 풍경의 소리는 피리 소리 사이로 끼어들어 무대 가까이에 서 있던 사람들의 노랫소리마저 덮어 버렸다. 산 아저씨는 연주를 멈춰야 했다. 춤추던 아기들도 우뚝 멈췄다. 과자 바구니 옆에 앉아 있던 할머니는 얼굴을 찌푸리며 손으로 귀를 가렸다.

이장이 나뭇가지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아마 풍경을 다른 곳으로 옮겨야겠구나. 어떤 소리든 사랑스럽지만, 제때 울리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이 듣고 싶은 소리를 듣지 못하게 할 수도 있단다.”

안이는 얼굴을 붉혔다. 아이는 풍경을 조심스럽게 떼어 냈다. 그리고 풀밭에서 멀리 떨어진 곳, 키 큰 대나무 숲이 있는 자리에 풍경을 두려고 했다. 풍경은 자신이 버려졌다고 느껴 너무 슬픈 나머지 더는 울리지도 못했다.

바로 그때, 도랑 쪽에서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여러분, 나가 어디 있나요?”

나는 아이들 무리에서 가장 어린 여자아이였다. 사람들이 무대 공연에 정신이 팔린 사이, 나는 노란 나비를 따라가다가 대나무 숲 쪽으로 길을 잃고 말았다. 나의 엄마는 놀라서 도랑을 따라 달리며 계속 아이를 불렀지만,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

마을 사람들은 모두 나뉘어 아이를 찾으러 갔다. 어떤 사람은 흙길을 따라갔고, 어떤 사람은 들판 쪽으로 나갔으며, 어떤 사람은 갈대밭을 돌아갔다. 안이도 풍경을 들고 함께 따라갔다. 나무 아래에 풍경을 혼자 두기가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풍경이 귀 기울이는 법을 배웠을 때

그때 언덕의 바람은 아주 약하게 불고 있었다. 풍경은 전처럼 큰 소리로 울리지 않았다. 안이가 풀숲을 지날 때면 살짝 흔들릴 뿐이었다. 땡그랑. 그리고 고요. 땡그랑. 그리고 고요.

안이는 그 작은 소리 덕분에 주변의 다른 소리들을 들을 수 있다는 사실을 문득 깨달았다. 대나무 잎이 사각거리는 소리, 도랑 아래로 물이 흐르는 소리, 지붕 위에서 참새들이 서로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대나무 숲 쪽에서 들려오는, 흐느낌처럼 아주 희미한 소리도 들었다.

“모두 잠깐 멈춰 보세요.” 안이가 말했다. “저쪽에 누군가 있는 것 같아요.”

사람들이 조용해졌다. 정말로 대나무 덤불 뒤에서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엄마!”

나의 엄마는 서둘러 소리가 나는 쪽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대나무 숲이 빽빽하게 자라 있어 길은 아이 한 명이 겨우 지나갈 만큼 좁았다. 안이는 풍경을 들고 앞장섰다. 아이가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대나무 관들이 살짝 부딪히며 작지만 일정한 땡그랑 소리를 냈다. 덕분에 뒤따라오는 사람들은 그 소리를 따라 방향을 알 수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은 나가 바위 옆에 앉아 있는 것을 발견했다. 아이는 나무뿌리에 신발이 걸려 더 이상 갈 수 없었던 것이다. 엄마를 본 나는 울음을 터뜨리며 엄마에게 달려가 꼭 안겼다.

“아무도 나를 찾지 못할 줄 알았어요.” 나가 말했다.

엄마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모두에게 고맙다고 했다. 이장은 안이의 손에 들린 풍경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오늘 풍경이 아주 작은 목소리를 우리가 들을 수 있게 도와주었구나.”

풍경이 맑은 소리로 한 번 울렸다. 처음으로 풍경은 사람들이 자신을 바라보기를 원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을 찾아야 하는 누군가를 자신의 소리가 도와주었다는 사실이 기뻤다.

모든 소리에는 제자리가 있다

나를 풀밭으로 데려온 뒤, 축제는 다시 이어졌다. 산 아저씨는 다시 피리를 불었지만, 이번에는 안이에게 풍경을 무대 옆에 매달아 달라고 했다. 그리고 말했다.

“피리 연주가 끝나면 풍경을 울려 보렴. 네 소리가 모두에게 보내는 인사처럼 들릴 거야.”

안이는 그대로 했다. 산 아저씨는 느긋한 곡을 연주했다. 피리 소리는 풀밭 위로 가볍게 퍼져 나갔다. 때로는 졸졸 흐르는 물소리 같았고, 때로는 친구를 부르는 새소리 같았다. 곡이 끝나자 때마침 언덕에서 바람이 불어 내려왔다. 풍경이 맑은 소리로 땡그랑, 땡그랑, 땡그랑 세 번 울렸다.

이번에는 아무도 귀를 막지 않았다. 아무도 얼굴을 찌푸리지 않았다. 사람들은 박수를 쳤고, 아이들은 더 잘 듣기 위해 가까이 달려왔다. 풍경은 깨달았다. 꼭 아주 크게 울려야 사랑받는 것은 아니었다. 제때 울리고 다른 소리에게 자리를 양보할 줄 아는 소리도 축제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 수 있었다.

그날 오후, 돌아가기 전에 안이는 친구들과 함께 나뭇가지와 씨앗 껍질로 작은 풍경들을 더 만들었다. 각각의 풍경은 서로 다른 소리를 냈다. 어떤 것은 쨍그랑 소리를 냈고, 어떤 것은 낮고 둔탁한 소리를 냈으며, 어떤 것은 살랑살랑 작게 울릴 뿐이었다. 친구들은 그것들을 마을로 돌아가는 길을 따라 매달았다. 누군가 지나갈 때마다 바람이 서로 다른 소리들을 함께 울려 퍼지게 하도록 한 것이다.

처마 밑에서 배운 교훈

밤이 되자 안이는 풍경을 다시 처마 밑에 매달았다. 아이는 익숙한 작은 의자에 앉아 축제에서 있었던 일을 풍경에게 들려주었다. 나를 찾았다는 이야기, 산 아저씨가 피리를 아주 잘 불었다는 이야기, 길가에 매단 작은 풍경들이 저마다 다른 모습과 소리를 지녔다는 이야기도 했다.

“있잖아.” 안이가 말했다. “네가 누구보다 크게 울리려고만 하면 사람들은 다른 소리를 들을 수 없을 거야. 하지만 귀 기울일 줄 알고 네 차례를 기다리면, 네 소리는 특별해질 거야.”

밤바람이 부겐빌레아 덩굴 사이를 지나갔다. 풍경이 부드럽게 흔들렸다. 땡그랑, 땡그랑. 시끄럽지는 않았지만, 안이가 미소 짓기에는 충분한 소리였다.

그날부터 풍경은 마을에서 가장 유명한 풍경이 되는 꿈을 꾸지 않았다. 그저 바람이 불 때 울리고, 필요할 때는 조용히 있으며, 정원과 마을, 그리고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화음에 작은 소리 하나를 보태기를 바랐다.

그리고 안이는 한 가지를 더 깨달았다. 대화에서도, 즐거운 놀이에서도, 한 가족 안에서도 누구나 목소리를 낼 때가 필요하다. 하지만 사람들이 진정으로 가까워지려면 서로 귀 기울일 줄도 알아야 한다. 서로 다른 소리들이 서로에게 자리를 양보할 줄 알 때, 그 소리들은 더 이상 소음이 아니다. 따뜻한 음악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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