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는 고개의 우편배달부

마을 끝에는 낮은 언덕으로 이어지는 구불구불한 고개가 하나 있었다. 그 고개에는 이름이 적힌 표지판도 없었고, 관광 지도에도 나오지 않았으며,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기억하는 사람도 없었다. 마을 사람들은 그곳을 그저 ‘장터 뒤 고개’라고 불렀다. 그곳에 가려면 오래된 시장을 지나 이끼로 뒤덮인 돌담을 돌아 보리수나무 줄기를 따라가야 했기 때문이다.

고개 꼭대기에는 회색 기와지붕을 얹은 작은 집이 있었다. 마당 앞에는 페인트가 거의 다 벗겨진 파란 우편함이 놓여 있었다. 매일 아침 람 씨는 집 문을 열고 낙엽을 쓸고 진한 차를 한 주전자 끓인 뒤, 우편함에서 편지들을 꺼내 무더기별로 정리했다. 오후가 되면 그는 갈색 천 가방을 어깨에 메고 자신의 길을 나섰다.

그는 이름 없는 고개의 마지막 우편배달부였다.

주소가 적히지 않은 편지들

이상한 점은 람 씨가 배달하는 편지들에는 분명한 주소가 적혀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어떤 봉투에는 이렇게만 적혀 있었다. ‘엄마에게, 별나무가 보이는 창문이 있는 부엌으로.’ 어떤 편지에는 ‘그해 그 버스에서 내 옆에 앉았던 친구에게’라고 쓰여 있었다. 또 다른 봉투에는 정성스러운 글씨로 ‘두려움을 알기 전의 나에게’라고 적혀 있었다.

외지인이 그것을 보았다면 람 씨가 직업을 잘못 선택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편지에는 길 이름과 번지, 동이나 면의 이름이 있어야 하고, 적어도 찾아낼 수 있을 만큼 분명한 이름 하나는 필요했다. 하지만 그는 결코 불평하지 않았다. 그는 주소 부분을 읽고 잠시 말없이 있다가 편지를 천 가방 안에 넣었다. 누군가 그 편지들이 어디로 가는지 알고 있느냐고 물으면, 그는 그저 웃으며 말했다.

“알고말고. 다만 받는 곳이 지도 위에 없을 뿐이지.”

람 씨는 쉽게 가까워지는 사람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냉정하지도 않았다. 그는 말수가 적고 기억력이 좋았으며, 상대방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스스로 잊어버린 뒤에도 마지막 문장까지 귀 기울여 듣는 버릇이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누구나 그가 약간 구부정한 자세로, 빛바랜 천 모자를 쓰고, 늘 길의 먼지가 묻은 신발을 신은 채 지나가는 모습을 본 적이 있었다.

그가 언제부터 그 일을 시작했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어떤 사람은 그가 예전에 우체국 직원으로 일하다가 은퇴했다고 했다. 또 어떤 사람은 너무 오랫동안 편지 한 통을 기다린 적이 있어서, 나중에는 다른 사람들을 대신해 편지를 전해 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람 씨는 어느 쪽도 확인해 준 적이 없었다.

틴이라는 소년

건기가 끝나 갈 무렵의 어느 오후, 틴이 고개 꼭대기의 집을 찾아왔다. 열세 살인 소년은 몹시 마른 몸에 듬성듬성 잘린 머리카락을 하고 있었으며, 늘 끈이 낡아 해진 배낭을 메고 다녔다. 틴은 마을 끝에서 외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었다. 그의 어머니는 도시에서 일하고 있어 몇 달에 한 번씩만 집에 돌아왔다. 아버지는 틴이 아직 글을 읽을 줄도 모를 때 떠났다.

틴은 한참 동안 대문 밖에 서 있다가 문을 두드렸다. 람 씨는 우편함을 닦고 있었다. 소리를 들은 그는 고개를 들었지만 바로 묻지는 않았다. 틴이 마당 안으로 들어오고 나서야 그는 수건을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편지를 보내고 싶어요.” 틴이 말했다.

“주소가 있니?”

틴은 고개를 저었다.

“그럼 누구에게 쓰려고?”

“엄마한테요.”

“어머니는 어디에 계시니?”

“정확히는 몰라요. 유리창이 아주 많은 곳에서 일하시고, 매일 길 아래로 달리는 차들을 볼 수 있다는 것만 알아요.”

람 씨는 소년을 바라보았다. 그런 설명만으로는 보통의 편지가 수취인을 찾아갈 수 없었지만, 그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그는 나무 의자를 끌어 틴에게 앉으라는 손짓을 한 뒤 흰 종이 한 장을 건넸다.

“일단 하고 싶은 말부터 써 보렴.”

틴은 오랫동안 펜을 들고 있었다. 썼다가 찢고, 다시 썼다가 구겨 버렸다. 마침내 그는 펜을 내려놓았다.

“엄마, 이제는 엄마가 돈을 보내 주지 않아도 돼요. 그냥 집 앞 구아바나무에 열매가 열렸다는 걸 엄마가 알아주면 좋겠어요. 외할머니는 여전히 기침을 많이 해요. 저는 이제 혼자 밥을 지을 줄 알지만, 가끔 밥을 태워요. 엄마한테 화난 건 아니에요. 그저 언젠가 엄마가 돌아왔을 때 제가 엄마 목소리를 기억하지 못할까 봐 무서워요.”

다 쓴 틴은 편지를 네 겹으로 접었다. 봉투가 없었기에 람 씨가 낡은 상아색 봉투 하나를 건넸다. 틴은 봉투 겉면에 정성스럽게 적었다. ‘엄마에게, 유리창이 아주 많은 곳으로.’

람 씨는 편지를 받아 가방에 넣었다.

“엄마가 언제 편지를 받게 돼요?” 틴이 물었다.

“네가 엄마에게 읽혀도 괜찮다고 생각할 때.”

틴은 이해하지 못했지만 더 묻지는 않았다.

지도에 없는 곳들을 지나는 여정

다음 날 아침, 람 씨는 평소보다 일찍 집을 나섰다. 그는 고개를 내려가 오래된 시장을 지나 버스터미널로 향했다. 그곳에서 그는 종이꽃을 파는 남 씨를 만났다. 일흔이 넘은 남 씨는 오래전에 세상을 떠난 남편에게 매주 편지 한 통씩 보내고 있었다. 그녀는 답장을 바라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꽃값이 올랐다는 이야기, 현관 앞 레몬나무가 죽었다는 이야기, 올해는 비가 적게 온다는 이야기를 남편에게 들려주고 싶어 했다.

람 씨는 보통 그녀의 곁에 몇 분 동안 앉아 있었다. 그러고 나서 편지를 마을 남쪽 강가로 가져가 오래된 바엉나무 아래에 놓았다. 남 씨는 강 위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자신의 이야기를 멀리 데려다줄 것이라고 믿었다. 람 씨는 그것이 정말 맞는지 알지 못했지만, 편지 한 통도 잃어버린 적은 없었다.

강가를 떠난 그는 폐공장 지대로 향했다. 그곳에서는 카이라는 남자가 외국에 사는 딸에게 종종 편지를 보내고 있었다. 카이의 편지에는 그리움이 언급되지 않았다. 그는 낡은 자전거를 고친 이야기, 이웃이 푸른 여주 덩굴을 기르는 데 성공한 이야기,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법을 배웠지만 여전히 자주 잘못 누른다는 이야기만 썼다. 중요한 것들이 너무 빨리 흘러가 버릴까 봐 그는 인터넷으로 편지를 보내지 않았다.

오후가 되면 람 씨는 서쪽 언덕으로 올라갔다. 그곳에는 비어 있는 나무 오두막이 하나 있었다. 그는 편지 몇 통을 문틈에 넣고, 나머지는 마른 나뭇가지 아래에 묶어 두었다. 살아 있는 사람에게 미안하다고 말할 용기가 아직 충분하지 않은 사람들이 보낸 편지였다. 그들은 받을 사람이 없는 곳으로 편지를 보냈다. 그래야 솔직해질 수 있고, 용서를 기다리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이다.

수년 동안 람 씨는 온갖 사람들의 편지를 받아 왔다. 어떤 사람은 예전에 자존심 때문에 우정을 끊어 버린 오랜 친구에게 편지를 보냈다. 어떤 사람은 아직 세상에 나오지 못한 아이에게 편지를 보냈다. 또 어떤 사람은 지친 결혼 생활에서 처음 빠져나오던 날의 자신에게 편지를 보냈다. 그런 편지들이 시간을 되돌려 주지는 않았지만, 글쓴이가 너무 오랫동안 마음속에 간직해 온 것을 똑바로 바라보게 해 주었다.

돌아온 편지

편지를 보낸 지 사흘 뒤, 틴은 다시 고개 꼭대기의 집을 찾아왔다. 그는 람 씨가 문가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그의 앞에는 상아색 봉투가 놓여 있었다. 봉투에는 틴의 글씨가 아닌 새로운 글씨가 한 줄 적혀 있었다.

“편지가 돌아왔구나.” 람 씨가 말했다.

틴은 고개를 숙였다. 그는 그렇게 될 거라고 미리 짐작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가슴이 무겁게 내려앉았다.

“엄마가 못 받은 거예요?”

“그렇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

“편지가 돌아왔다면서요.”

“편지가 여기로 돌아왔다고 해서 네 말까지 도착하지 않은 건 아니란다.”

틴은 봉투를 낚아챘다. 안에는 어머니의 편지가 없고 작은 종이쪽지만 들어 있었다. 거기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어머니가 직장을 옮겼습니다. 새로 간 곳을 아는 사람은 없습니다.’

틴은 가만히 앉아 있었다. 울지는 않았지만 두 손을 새하얗게 될 때까지 꽉 쥐고 있었다. 람 씨는 그를 달래지 않았다. 아이들이 쓴맛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연한 차 한 잔을 따라 주었다.

“엄마에게 보내지 못한다면, 외할머니에게 계속 써 보렴.” 그가 말했다.

“할머니는 바로 집에 계시잖아요.”

“아주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도 아직 다 하지 못한 말이 있을 수 있단다.”

틴은 종이를 들고 집으로 돌아갔다. 그날 밤, 그는 몇 달 만에 처음으로 외할머니의 침대 곁에 십 분 넘게 앉아 있었다. 외할머니가 기침하는 동안 틴은 조용히 할머니의 등을 쓸어 주었다. 그는 편지가 돌아온 이야기를 했다. 이야기를 다 들은 외할머니는 틴의 어머니를 나무라지도 않았고, 틴에게 더 노력해야 한다고 말하지도 않았다. 그저 예전에 틴의 어머니도 답장을 한 번도 하지 않는 사람에게 아주 많은 편지를 쓴 적이 있다고 말했다.

“누구한테요?” 틴이 물었다.

외할머니는 마당을 바라보았다.

“네 아버지에게.”

그날 밤 외할머니는 이야기를 더 들려주었다. 틴의 아버지는 아이를 미워해서 떠난 것이 아니었다. 그는 사고를 당한 뒤 죄책감과 돌아갈 용기를 내지 못하는 두려움을 안고 마을을 떠났다. 그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틴의 어머니는 주소를 알지 못하면서도 여러 해 동안 그에게 편지를 썼다. 그러다 어느 날, 더는 쓰지 않게 되었다.

틴은 무엇 때문에 슬퍼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아버지가 떠났기 때문일 수도 있고, 어머니가 먼 곳에서 일해야 하기 때문일 수도 있으며, 주변의 어른들이 중요한 이야기들을 늘 닫힌 문 뒤에 간직하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었다.

우편배달부에게도 편지가 있었다

몇 주 뒤, 마을에 큰비가 내렸다. 언덕에서 흘러내린 물이 붉은 흙과 나뭇가지를 휩쓸고 내려왔다. 장터 뒤 고개 일부가 무너졌고, 람 씨의 기와집도 부엌 쪽 지붕에서 비가 샜다.

틴은 람 씨를 도우러 달려가 나무 상자들을 마른 곳으로 옮겼다. 낡은 종이 상자 하나를 끌던 중, 그는 연한 파란색 봉투를 떨어뜨렸다. 그 봉투는 다른 편지들과 달랐다. 주소는 분명하게 적혀 있었지만, 수취인의 이름은 잉크가 번져 있었다.

람 씨가 재빨리 다가와 봉투를 주웠다.

“누구 편지예요?” 틴이 물었다.

람 씨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낮은 의자에 앉아 오랫동안 봉투를 바라보았다. 마침내 그가 말했다.

“내 편지란다.”

“누구한테 보내신 거예요?”

“이미 세상을 떠난 사람에게.”

“그런데 왜 아직 가지고 계세요?”

“보내 버릴 용기가 아직 충분하지 않았거든.”

그것은 람 씨가 남동생에게 쓴 편지였다. 오래전 두 사람은 사소한 돈 문제로 다투었다. 남동생은 도시로 떠났고, 그 뒤 큰 병을 얻어 두 사람이 화해하기도 전에 세상을 떠났다. 람 씨는 부고를 들은 바로 그날 이 편지를 썼지만 서랍 안에 넣어 두었다. 그는 집을 옮기고 직업을 바꾸고 수많은 길을 지났지만, 편지는 여전히 그곳에 남아 있었다.

틴은 그를 바라보았다. 그때 처음으로 소년은 우편배달부가 언제나 자신의 가장 중요한 것들을 필요한 곳에 전달하는 방법을 아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제가 대신 가져다드릴까요?” 틴이 물었다.

람 씨는 얇고 슬픈 미소를 지었다.

“아니. 어떤 편지는 쓴 사람이 직접 내려놓아야 한단다.”

그날 오후 비가 그치자 람 씨는 외투를 걸치고 파란 봉투를 손에 든 채 혼자 고개를 내려갔다. 틴은 뒤따라갔지만 거리를 두었다. 두 사람은 작은 강 위에 놓인 돌다리에 도착했다. 람 씨는 다리 한가운데 서서 탁한 물이 들판 쪽으로 흘러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봉투를 작은 양철 상자에 넣고 조그만 돌을 하나 묶은 뒤 강물에 내려놓았다.

상자는 아주 빠르게 가라앉았다. 람 씨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틴 역시 그 편지가 받는 곳에 도착할 수 있을지 묻지 않았다.

이름을 얻은 고개

그해 장마는 오래 이어졌다. 산사태가 난 뒤, 마을 사람들은 힘을 모아 고개를 다시 고쳤다. 그들은 길 입구에 나무 표지판 하나를 세우고 그 위에 ‘편지의 고개’라고 적었다. 누가 그 이름을 제안했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표지판은 예쁘지 않았고 글씨도 고르지 않았지만, 그날부터 고개는 더 이상 이름 없는 곳이 아니었다.

람 씨는 여전히 예전 일을 계속했다. 사람들은 주소가 없는 봉투들을 계속 그에게 보냈다. 다만 길을 고친 뒤부터 그는 우편함 옆에 작은 수첩 하나를 놓기 시작했다. 편지를 보내고 싶은 사람은 자신의 이름과 보낸 날짜를 적을 수 있었다. 찾아보기 위해서도, 무언가를 증명하기 위해서도 아니었다. 그는 그저 글쓴이가 자신의 말이 누군가에게 실제로 받아들여졌다는 사실을 알기를 바랐다.

틴은 가끔 언덕에 올라갔다. 아직 어머니를 찾지는 못했지만, 이제는 밥을 거의 태우지 않고 혼자 지을 줄 알게 되었다. 그는 외할머니와 한집에 살면서도 외할머니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편지마다 몇 줄뿐이었고, 보통은 구아바나무에 열매가 더 열렸다는 이야기나 국어 과목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다는 이야기였다. 외할머니는 그 모든 편지를 낡은 과자 상자 안에 보관했다.

어느 날 아침, 틴은 람 씨에게 자신도 우편배달부가 될 수 있는지 물었다.

“먼저 길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단다.” 람 씨가 대답했다.

“하지만 지도에 없는 곳은요?”

람 씨는 언덕 아래에서 깨어나고 있는 마을을 내려다보았다.

“그때는 귀 기울여 듣는 법을 알아야 하지. 어떤 주소는 기억으로 쓰여 있고, 어떤 주소는 그리움 속에 간직되어 있단다. 그곳을 찾아가려면 길만 바라봐서는 안 돼.”

훗날 마을 사람들 대부분은 누가 고개 위에 표지판을 세웠는지 잊어버렸다. 그들은 그곳에 이름 없는 곳들을 지나 편지를 전하고, 사람들이 두려워하거나 너무 오래 미뤄 둔 말을 꺼낼 수 있도록 도와준 한 남자가 있었다는 사실만 기억했다.

그리고 람 씨는 매일 저녁 회색 기와지붕 집으로 돌아와 차를 한 주전자 끓이고 우편함 옆의 수첩을 펼쳤다. 막연한 주소가 적힌 줄을 발견해도 더는 놀라지 않았다. 그는 그저 미소를 지으며 편지를 가방에 넣고 다시 길을 나섰다.

그는 이 세상에는 꼭 정확한 집을 찾아가지 않아도 되는 말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말들은 그저 전해지기만 하면 된다. 그래야 글쓴이가 더 이상 그 말들을 혼자 침묵의 세월 속으로 짊어지고 가지 않아도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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