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불지기와 어둠이 없는 길

비탈길 곁의 등불

골짜기 한가운데 자리한 마을 끝에는 오래된 숲으로 이어지는 구불구불한 비탈길이 있었다. 낮에는 회색 돌멩이와 길가에 비집고 자란 몇 그루의 산앵두나무, 나뭇잎 덮인 지붕 너머로 서로를 부르는 새소리 말고는 특별할 것이 없는 길이었다. 하지만 해가 지면 그곳은 다른 어느 곳보다 빠르게 어두워졌다. 구름은 산허리 위로 낮게 내려앉곤 했고, 키 큰 나무들은 달빛이 스며드는 것을 막았다.

그래서 오래전부터 마을 사람들은 비탈길 입구에 가로등 하나를 세워 두었다. 그 등불은 크지 않았다. 유리갓 하나와 작은 기름통이 전부였지만, 처음 몇 걸음은 충분히 비출 수 있었다. 등불을 맡아 불을 밝히는 사람은 람 아저씨였다. 그는 반평생이 넘는 세월을 느릿한 걸음으로 살아왔고, 언제나 두 손에는 등유 냄새가 배어 있는 남자였다.

해가 산봉우리 뒤로 사라질 때마다 람 아저씨는 나무 사다리를 가져와 올라간 뒤 유리면을 닦고, 기름을 붓고, 불을 붙였다. 그는 너무나 한결같이 그 일을 했기에 마을 사람들은 시계를 보지 않고도 밤이 시작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아이들은 그를 흔히 별지기라고 불렀다. 하늘의 별 하나를 가져다가 비탈길 입구에 내려놓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람 아저씨는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그저 웃었다. 그는 자신의 등불이 어둠을 전부 몰아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등불은 긴 밤 한가운데 작은 빛의 공간 하나를 만들 뿐이었다. 하지만 때로는 그 작은 빛만으로도 두려움에 떠는 사람이 다음 걸음을 찾기에 충분했다.

어머니를 찾아 나선 소녀

우기가 끝나갈 무렵의 어느 늦은 오후, 람 아저씨가 막 기름통 뚜껑을 닫았을 때 비탈길 쪽에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울음소리는 가까워졌다 멀어졌다 하며 바람에 실려 끊어진 소리처럼 길게 이어졌다. 그는 폭풍등을 들고 돌계단을 몇 칸 내려가 나무 밑동 옆에 앉아 있는 소녀를 발견했다.

소녀는 흠뻑 젖은 갈색 옷을 입고 있었고, 두 손으로 천으로 된 손수건 하나를 꼭 움켜쥐고 있었다. 소녀는 그를 보자 곧바로 일어섰지만 달려오지는 않았다. 눈빛에는 경계심이 서려 있었고, 뺨에는 아직 빗물이 남아 있었다.

“이름이 뭐니? 왜 여기 혼자 앉아 있니?” 람 아저씨가 물었다.

“제 이름은 안이에요. 엄마를 찾으러 왔어요.”

“어머니는 어디 계시니?”

안은 고개를 저었다. 아침에 어머니가 자신을 데리고 옆 마을로 가서 천을 쌀과 바꾸었다고 했다. 돌아오는 길에 큰비를 만났고, 어머니는 안에게 버려진 집의 처마 밑에서 비를 피하고 있으라고 한 뒤 떨어뜨린 바구니를 찾으러 되돌아갔다. 안은 한참을 기다렸지만 어머니는 돌아오지 않았다. 어머니가 길을 잘못 들까 봐 걱정된 안은 혼자 비탈길을 따라왔고, 점점 더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게 되었다.

람 아저씨는 숲 쪽을 바라보았다. 하늘은 이미 완전히 어두워져 있었다. 앞길은 미끄러웠고, 웅덩이들은 흔들리는 등불을 비추고 있었다. 안을 데리고 계속 나아가면 두 사람 모두 위험에 처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아이를 이곳에 혼자 둘 수도 없었다.

“우선 아저씨의 오두막에 들어가 몸을 녹이자꾸나.” 그가 말했다. “내일 아침에 네 어머니를 찾으러 가자.”

안은 그의 소매를 붙잡았다.

“하지만 엄마가 저를 찾으러 오고 있다면요?”

람 아저씨는 잠시 말이 없다가 비탈길 위의 등불을 바라보았다.

“그렇다면 등불을 더 밝게 해야지. 너를 찾으러 오는 사람이 이곳에 누군가 기다리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도록 말이야.”

이어지는 빛

람 아저씨의 오두막은 대나무 침상 하나와 흙화덕, 낡은 탁자가 놓인 작은 목조 건물에 불과했다. 그는 불을 피우고 안에게 자신의 마른 옷을 내준 뒤 묽은 죽 한 솥을 끓였다. 죽이 익기를 기다리는 동안 그는 나무 막대기 하나를 가져와 끝에 붉은 천 조각을 묶고 오두막 앞에 꽂았다.

안이 궁금한 듯 물었다. “무엇을 하시는 거예요?”

“지나가는 사람이 우리를 볼 수 있게 하려는 거란다.”

“작은 깃발 하나만으로 엄마가 어떻게 볼 수 있어요?”

“작은 깃발 하나로는 충분하지 않지. 하지만 집집마다 표지가 하나씩 있다면, 길 전체가 부르는 소리가 될 수 있단다.”

그 말을 마친 람 아저씨는 폭풍등을 들고 마을로 내려갔다. 그는 집집마다 문을 두드리며 길을 잃은 소녀의 이야기를 전하고, 모두에게 문 앞에 밝은 색 천 조각을 걸거나 처마 밑에 작은 등불을 하나 놓아 달라고 부탁했다. 아무도 왜 도와야 하느냐고 묻지 않았다. 누군가는 횃불을 가져왔고, 누군가는 담요를 가져왔으며, 또 누군가는 음식을 가져왔다. 몇몇 젊은이들은 당장 숲으로 들어가려 했지만, 람 아저씨는 비 때문에 언제든 흙과 돌이 무너질 수 있다며 그들을 말렸다.

“오늘 밤은 조급함으로 찾지 맙시다.” 그가 말했다. “어머니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을 찾도록 합시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을 입구에서 비탈길 아래까지 작은 빛들이 차례로 나타났다. 기름등이 있는 집은 기름등을 켰다. 등불이 없는 집은 처마 밑에서 마른 볏짚 한 다발을 태웠다. 어떤 사람은 장대에 널어 둔 흰옷을 표지로 삼기도 했다. 원래 어둠에 잠겨 있던 길은 어느새 황금빛 시냇물처럼 이어지는 빛의 틈들로 가득해졌다.

안은 오두막 앞에 앉아 그 빛들을 바라보았다. 더 이상 울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천 손수건을 꼭 움켜쥐고 있었다.

“람 아저씨,” 안이 물었다. “엄마가 못 보면 어떡해요?”

“그러면 내일 아침에 우리가 찾으러 가자꾸나.”

“내일 아침에도 못 찾으면요?”

람 아저씨는 화덕에 장작을 더 넣었다.

“그러면 그다음 날에도 다시 찾는 거야. 숲에서 자취를 잃은 사람을 밤이 한 번 어두워졌다는 이유만으로 내버려 둘 수는 없단다.”

빗속에서 돌아온 사람

그날 밤 비는 끈질기게 내렸다. 바람이 널빤지 틈으로 스며들어 화덕의 불꽃은 여러 번 기우뚱거렸다. 안은 잠깐 잠들었다가 깜짝 놀라 깨어났다. 아주 먼 곳에서 누군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숲 쪽에서 메아리쳐 오는 듯하다가, 어느 순간에는 개울 건너편에서 들려오는 것 같기도 했다.

람 아저씨도 그 소리를 들었다. 그는 일어나 오두막 문을 열었다. 비탈길 전체는 고요했고, 돌 아래로 흐르는 물소리만 남아 있었다.

“엄마!” 안이 벌떡 일어났다.

두 사람은 밖으로 나갔다. 람 아저씨는 폭풍등을 높이 들었고, 안은 붉은 천을 묶은 나무 막대기를 들었다. 그들은 가만히 서서 귀를 기울였다. 다시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희미했지만 전보다 분명했다.

“안아!”

개울 건너편에서 한 사람이 나무줄기를 붙잡고 있었다. 진흙투성이 옷을 입은 여성이었고, 다리에는 긁힌 상처가 있었으며, 한쪽 팔에는 찌그러진 바구니가 걸려 있었다. 그녀는 딸을 찾으려고 산허리를 돌아왔지만 낮은 흙둑 아래로 미끄러져 내려갔다. 크게 다치지는 않았지만, 불어난 물살을 혼자 건널 수는 없었다.

안은 당장 어머니에게 달려가려 했지만 람 아저씨가 아이를 붙잡았다. 그는 마을 사람들을 불렀다. 잠시 후 밧줄과 긴 막대기를 든 남자들이 그곳에 도착했다. 그들은 밧줄을 안전한 통로처럼 묶은 뒤, 한 걸음씩 여성을 개울 건너편으로 데려왔다. 모녀가 서로를 힘껏 끌어안았을 때 아무도 말을 할 수 없었다. 빗소리는 여전히 내리고 있었지만, 비탈길 전체가 한결 가벼워진 듯했다.

어머니는 람 아저씨와 마을 사람들에게 몇 번이나 감사 인사를 했다. 그러나 그는 고개만 저었다.

“저는 등불 하나를 밝혔을 뿐입니다. 길을 밝게 만든 건 다른 사람들이지요.”

여성은 비탈길 아래에서 마을까지 길게 펼쳐진 빛의 행렬을 바라보았다. 만약 외로운 등불 하나뿐이었다면 자신은 돌아가는 길을 알아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깨달았다. 집집마다 놓인 작은 표지들이야말로 그녀를 빗속의 길로 이끌어 주었다.

그 후의 길

그날 이후 마을 사람들은 큰비가 내리거나 멀리 떠난 사람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을 때면 집 앞에 등불 하나를 놓는 습관을 지켰다. 처음에는 몇몇 사람들이 그런 일은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 작은 등불 하나가 밤을 바꿀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곧 중요한 것은 등불 하나하나의 밝기가 아니라, 등불들이 서로 곁에 서 있다는 사실임을 깨달았다.

람 아저씨는 여전히 비탈길 곁의 등불을 돌보았다. 나이가 들면서 그는 예전처럼 빠르게 사다리를 오를 수 없었다. 마을 사람들은 번갈아 가며 그를 도와 유리를 닦고, 기름을 붓고, 덮개의 상태를 살폈다. 아이들은 자라났고, 그중 많은 아이들이 먼 곳으로 공부하러 갔지만, 돌아올 때마다 나무 오두막에 들러 그의 안부를 물었다.

안도 자주 찾아왔다. 한때 길을 잃었던 소녀는 이제 어른이 되어 마을에서 옷을 만드는 사람이 되었다. 비가 올 듯 날씨가 바뀔 때마다 안은 언제나 문 앞에 붉은 천을 길게 걸었다. 어느 날 한 아이가 왜 그렇게 하느냐고 묻자, 안은 자신이 길을 잃었던 밤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말했다.

“무서울 때는 세상 전체가 한꺼번에 밝아질 필요가 없어. 내가 버려진 게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도록 작은 표지 하나만 보이면 돼.”

그 말은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다. 사람들은 그 마을의 비탈길이 더 이상 예전처럼 무서운 곳이 아니라고 말했다. 숲의 나무가 줄어든 것도 아니고, 비가 덜 내리게 된 것도 아니며, 어둠이 사라진 것도 아니었다. 어둠은 원래 그래야 하듯 매일 밤 찾아왔다. 다만 어둠이 나타날 때면 마을 사람들은 서로에게 더 가까이 서는 법을 알고 있었다.

등불이 일깨워 주는 것

살다 보면 우리는 모든 불안을 몰아낼 아주 커다란 해결책을 기다릴 때가 있다. 완벽한 답이나 길을 이끌어 줄 만큼 강한 사람, 혹은 모든 어려움을 사라지게 할 기적을 원한다. 하지만 많은 경우 사람을 계속 나아가게 하는 것은 그렇게 거창한 것이 아니다. 때로는 때맞은 안부 인사일 수도 있고, 남겨 둔 한 끼 식사일 수도 있으며, 한밤중에 열려 있는 문이나 포기하지 않는 사람의 인내일 수도 있다.

람 아저씨의 등불은 길의 미끄러움을 없애지 못했다. 비를 막아 주지도 않았고, 길을 찾는 사람의 두 발을 대신해 주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등불은 길을 잃은 사람에게 출발점을 건네주었다. 그런 출발점들이 서로 이어졌을 때 새로운 길이 생겨났다. 그것은 어둠이 없는 길이 아니라, 어둠 속에서도 사람이 더 이상 홀로 남겨지지 않는 길이었다.

그리고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서로에게 해 줄 수 있는 가장 다정한 일이기도 하다. 한 사람의 모든 슬픔을 반드시 해결해 줄 필요는 없다. 때로는 그 자리에 남아 등불 하나를 밝힌 채 “한 걸음만 더 내디뎌 보세요”라고 말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그 사람이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찾도록 도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