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탈길 옆의 집
구불구불한 흙길이 산기슭에 닿는 목 마을의 끝자락에는 이끼 낀 푸른 기와지붕을 얹은 작은 집이 한 채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그 집을 새벽의 집이라고 불렀지만, 빛바랜 나무문에서 새벽이 걸어 나오는 모습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집은 크지 않았다. 부엌 하나와 거실 하나, 어른이 고개를 숙여야 할 만큼 낮은 다락방이 전부였다. 이상한 점은 그 집이 언제나 깨끗하다는 것이었다. 부엌에는 먼지가 내려앉는 법이 없었고, 문지방 위에는 늘 맑은 물이 가득 담긴 질그릇 하나가 놓여 있었다.
아무도 그 집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지 못했다. 노인들은 아주 오래전, 자주 앓던 아내를 위해 한 목수가 그 집을 지었다고 이야기했다. 다른 사람들은 그곳에 병을 고쳐 주던 할머니가 살았으며, 산꼭대기를 분홍빛 구름이 온통 뒤덮은 어느 아침에 사라졌다고 했다. 또 어떤 사람들은 그 집이 결코 비어 있지 않다고 말했다. 날씨가 맑은 밤이면 의자를 끄는 소리, 장작이 타며 탁탁 튀는 소리, 그리고 때로는 문 뒤에서 누군가 아주 낮게 노래하는 소리를 들었다는 것이었다.
마을 아이들은 자주 서로에게 비탈길을 달려 올라가 문손잡이를 만진 뒤 다시 내려오자고 내기를 했다. 어느 누구도 오래 머물 용기는 내지 못했다. 하지만 안은 그런 이야기들을 믿지 않았다. 열세 살인 소녀 안은 바람 때문에 늘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하고 있었고, 모든 돌멩이 아래에 비밀이 숨겨져 있기라도 한 듯 늘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지니고 있었다. 안은 마을 끝집에서 어머니와 함께 살며, 두 모녀는 먹고살기 위해 옥수수빵을 팔았다. 안의 아버지가 홍수로 세상을 떠난 뒤부터 어머니는 말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 여전히 일하고, 밥을 짓고, 딸의 옷을 꿰매었지만, 그 집 안에는 누구도 감히 건드리지 못하는 침묵의 공간이 하나 있었다.
안은 아버지가 그리웠다. 굳은살이 박인 그의 손, 장작을 패며 휘파람을 불던 모습, 자신을 산꼭대기로 데려가 해 뜨는 모습을 보여 주겠다고 약속하던 말을 기억했다. 그 약속은 끝내 이루어지지 않았다. 홍수가 난 뒤 어른들은 안에게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어머니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버지의 낡은 우비를 나무 궤짝에 넣어 잠갔다. 안이 물을 때마다 어머니는 어떤 일은 자꾸 이야기할수록 더 아픈 법이라고 대답했다.
열리지 않으려는 문
장마가 끝나 갈 무렵의 어느 오후, 안은 염소 치는 사람에게 전할 빵 바구니를 들고 산에 올라갔다. 돌아오는 길에 그녀는 얇은 안개가 풀밭을 기어와 새벽의 집 앞에서 멈추는 것을 보았다. 늘 굳게 닫혀 있던 나무문이 갑자기 작은 틈을 벌리고 있었다. 안쪽에서는 아버지가 살아 있던 시절 어머니가 만들곤 하던 빵과 똑같은 옥수수빵 냄새가 풍겨 나왔다.
안은 문턱 앞에 아주 오래 서 있었다. 조금만 들여다본 뒤 곧바로 돌아가면 된다고 스스로 다짐했다. 그러나 손이 막 손잡이에 닿는 순간, 문이 닫혔다. 안은 밀어 보기도 하고 당겨 보기도 했으며, 마을 사람들이 서로의 집을 방문할 때 하듯 세 번 두드리기까지 했다. 문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바로 그때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문은 그저 알고 싶어 하는 사람에게는 열리지 않는단다.”
안이 돌아보았다. 늙은 느릅나무 곁에 할머니 한 분이 서 있었다. 할머니는 갈색 옷을 입고 있었고, 아직 날이 밝은데도 손에는 등유 램프를 들고 있었다. 주름진 얼굴이었지만 눈빛은 밝고 평온했다.
“그럼 누구에게 열려요?” 안이 물었다.
“자기가 무엇을 찾고 있는지 아는 사람에게.”
“저는 집 안에 뭐가 있는지 알고 싶어요.”
할머니가 고개를 저었다. “그건 호기심이지, 찾는 게 아니란다.”
안은 화가 나서 바구니를 들고 돌아가려 했다. 그러나 비탈길을 내려가기 전, 할머니가 다시 말했다.
“내일은 네가 너무 오래 간직해 온 것을 하나 가져오너라.”
그날 밤 안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 상자 안에 넣어 둔 물건들, 부러진 머리핀, 개울가에서 주워 온 돌멩이, 아버지가 땀을 닦을 때 쓰던 천 조각을 떠올렸다. 다음 날 아침, 안은 서랍에서 대나무 피리 하나를 꺼냈다. 그것은 홍수가 나기 전에 아버지가 만들어 준 선물이었다. 안은 그것을 3년 동안 간직했지만 한 번도 불어 본 적이 없었다. 소리가 울려 퍼지면 아버지가 더 그리워질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안은 대나무 피리를 새벽의 집으로 가져갔다. 할머니는 문턱 곁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안이 물건을 질그릇 안에 내려놓았다. 그릇 속의 물이 가볍게 흔들리더니 한 방울이 밖으로 넘쳤다. 문은 여전히 닫혀 있었다.
“네가 가장 오래 간직해 온 것을 가져온 게 아니구나.” 할머니가 말했다.
“이건 아버지가 남겨 주신 물건이에요.”
“아니. 너는 두려움을 더 오래 간직했단다.”
안은 대답하지 않았다. 피리를 집어 들고 등을 돌려 걸어갔다. 그날 산을 내려오는 길은 어느 때보다 길었다. 머릿속에서는 할머니의 말이 계속 울려 퍼졌다. 반박하고 싶었지만, 부정하려고 할수록 그 말이 옳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무 궤짝 안에 있는 것
그날 저녁, 안의 어머니는 마을 이장에게 빵을 배달하러 갔다. 안은 방 한구석에 놓인 나무 궤짝 앞에 섰다. 3년 동안 한 번도 손대지 않은 궤짝이었다. 열쇠가 소금 항아리 아래에 숨겨져 있다는 것을 안은 알고 있었다. 어머니는 늘 중요한 물건을 그곳에 보관했다. 안은 열쇠를 꺼내 궤짝을 열었고, 갈색 수건 아래에 아버지의 낡은 우비가 가지런히 놓여 있는 것을 보았다. 우비는 진작 말라 있었지만 아직도 젖은 흙 냄새가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우비 아래에는 네 겹으로 접힌 종이 한 장이 있었다. 안은 그런 것을 본 적이 없었다. 종이에 적힌 글씨는 비스듬하고 서툴렀지만 익숙했다. 아버지는 햇살이 시작되는 첫날 안을 산에 데려가고 싶다고 썼다. 바위 봉우리 뒤로 해가 떠오르는 모습을 보여 주고 싶다고 했다. 처음에는 빛이 옅은 보랏빛이었다가 차츰 노란빛으로 바뀌는 곳이라고. 종이의 끝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언젠가 아빠가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되더라도, 그 약속이 사라졌다고 생각하지 마렴. 이루지 못한 일도 남은 사람에게 길을 비춰 줄 수 있단다.”
안은 눈물이 종이 위로 떨어질 때까지 그 글을 몇 번이고 읽었다. 안은 약속을 하고도 지키지 못한 아버지에게 화가 나 있었다. 질문하지 말라고만 하던 어머니에게도 화가 나 있었다. 하지만 그 분노 아래에는, 자신이 실컷 울어 버리면 아버지가 기억 속에만 존재하는 사람이 되어 버릴 것이라는 두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안은 강한 척했고, 아버지의 이름을 입에 올리지 않으려 했으며, 모든 것을 궤짝 안에 넣어 두었다. 마치 열어서는 안 되는 방 하나를 궤짝 속에 감춰 두듯이.
어머니가 돌아왔을 때, 안은 불가에 앉아 종이를 어머니에게 내밀었다. 어머니는 그것을 받아 한참 바라보았다. 궤짝을 열었다고 해서 딸을 나무라지 않았다. 그저 곁에 앉아 두 손을 맞잡았다.
“엄마는 홍수가 난 뒤에 이 종이를 찾았단다.” 어머니가 말했다. “네가 아빠를 더 그리워할까 봐 너에게 보여 주지 않았어. 사실 엄마도 무서웠단다. 아빠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아픔이 조금씩 작아질 거라고 생각했지. 하지만 어쩌면 그 아픔은 그저 가만히 누워 있다가, 어느 날 더 커진 모습으로 나타날 때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구나.”
그날은 안의 어머니가 여러 해 만에 아버지에 대해 그토록 오래 이야기한 첫날이었다. 모녀는 서로 기억하는 것들을 이야기했다. 어머니는 아버지가 자신이 아플 때 직접 죽을 끓여 주고 싶어 냄비 세 개를 깨뜨렸던 서툰 일화를 들려주었다. 안은 아버지가 휘파람 부는 법을 가르쳐 주었지만 자신은 일그러진 바람 소리만 냈던 일을 이야기했다. 두 사람은 때로 함께 웃다가 다시 울었다. 그날 밤 마을 끝집은 더 이상 예전처럼 침묵에 잠겨 있지 않았다.
빛이 시작되는 곳
다음 날 아침, 안은 종이를 새벽의 집으로 가져갔다. 할머니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안은 종이를 대나무 피리와 함께 질그릇 안에 넣었다. 이번에는 그릇 속의 물이 넘치지 않았다. 나무문이 가볍게 끼익 소리를 내며 안쪽으로 열렸다.
집 안에는 보물도, 유령도, 눈부신 마법도 없었다. 거실에는 나무 탁자 하나와 의자 몇 개, 불이 꺼진 화덕 하나, 그리고 똑같은 질그릇이 아주 많이 놓여 있었다. 벽에는 그림이 걸려 있지 않았지만, 꿀빛을 띤 수많은 빛줄기가 널빤지 틈 사이로 흘러들고 있었다. 그 빛은 바깥의 햇빛과 달랐다.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방금 이름을 불린 듯한, 더 따뜻한 빛이었다.
방 끝에는 또 다른 문이 있었다. 할머니는 안에게 그 문을 열라고 했다. 문 뒤에는 언덕 꼭대기로 이어지는 돌길이 있었다. 안은 걸음을 옮기다가 자신이 아버지가 데려가고 싶어 했던 바로 그곳에 서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해는 아직 완전히 떠오르지 않았다. 동쪽 하늘은 옅은 보랏빛이었다가 서서히 노랗게 변하고 있었다. 계곡 아래의 목 마을은 안개 속에 작게 자리 잡고 있었다.
안은 아버지를 보지 못했다. 익숙한 휘파람 소리도 듣지 못했다. 하지만 약속이 여전히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알기 위해 반드시 어떤 형상이 나타나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버지는 안에게 바라보아야 할 방향과 하나의 이야기, 아침을 맞이하는 방법을 남겨 주었다. 나머지는 안이 스스로 걸어가야 할 길이었다.
“이 집은 무슨 일을 해요?” 안이 내려와 물었다.
할머니는 질그릇에 물을 부었다. “사람들이 마음속에서 스스로 잠근 문을 열도록 도와준단다. 하지만 손을 놓는 일까지 대신해 주지는 않아.”
“할머니는 누구예요?”
할머니가 미소 지었다. “너무 오랫동안 문을 잠가 두었던 사람이지.”
안은 더 묻지 않았다. 어떤 비밀은 설명되지 않아도 의미를 지닐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 후의 아침들
그날 이후 안은 이른 아침이면 자주 새벽의 집에 올라갔다. 어느 날은 제때 구하지 못한 말 한 마리를 두고 늘 자신을 탓하는 나무꾼을 만났다. 어느 날은 멀리서 일하고 있는 오빠에게 아직 보내지 못한 편지를 품에 안은 마을 소녀를 만났다. 사람마다 가져오는 것은 달랐다. 누군가는 낡은 수건을 내려놓았고, 누군가는 부러진 빗을 가져왔으며, 누군가는 그저 질그릇 위에 손을 올린 채 오랫동안 울기만 했다.
문은 언제나 곧바로 열리지는 않았다. 할머니는 결코 재촉하지 않았다. 그저 그들에게 불가에 앉아 자신을 아프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한 이름으로 부르라고 했다. 그 사람이 도망치기를 멈추면 문은 저절로 열렸다.
안은 점차 그 집이 누구에게 새로운 삶을 내려 주는 곳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저 자신이 살아가고 있는 삶을 돌아볼 수 있을 만큼의 고요를 주는 곳이었다. 나무꾼은 남아 있는 말들을 돌보기 위해 돌아갔다. 소녀는 답장을 받을 수 있을지 알지 못하면서도 편지를 보냈다. 안의 어머니는 아버지의 우비를 햇볕에 말린 뒤, 꼭 잠가 두는 대신 궤짝 안에 접어 넣었다.
햇살이 시작되는 계절의 어느 아침, 어머니는 안에게 함께 산에 올라가겠느냐고 물었다. 모녀는 옥수수빵과 대나무 피리를 챙겼다. 그들은 언덕 꼭대기에 앉아 해가 떠오르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안은 처음으로 피리를 불었다. 소리는 여전히 서툴고 가늘며 약간 박자가 어긋났지만, 풀밭 너머로 아주 멀리 날아갔다.
새벽의 집은 그들의 등 뒤에 있었다. 문은 열려 있었고, 작은 방 안으로 빛이 가득 흘러들고 있었다. 그날 이후 마을 사람들은 더 이상 그 집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여전히 예전 이름으로 그 집을 불렀지만, 아무도 안에 어떤 마법이 있는지 묻지 않았다. 진정한 마법은 그 집이 간직한 것들 속에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것은 한 사람이 감히 자신의 문턱을 넘어, 아픔을 짊어진 채 그것이 빛이 되도록 배우는 순간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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