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적, 푸르른 계곡 끝에 바람마을이라는 작은 마을이 있었습니다. 그 마을은 부유하지 않았지만, 모든 집 앞에는 꽃시렁이 하나씩 있었고, 빗물을 받는 항아리와 집안사람들이 직접 만든 나무 물건이 적어도 하나씩은 있었습니다. 언덕에서 바람이 불어 내려올 때마다 지붕은 바스락거리고, 나뭇가지들은 몸을 기울였으며, 흙길은 노란 낙엽으로 가득 덮였습니다.
바람마을에는 띠라는 소년이 살고 있었습니다. 띠는 열 살로, 재빠르고 호기심이 많았으며 다른 사람들이 잊고 두고 간 물건을 줍는 것을 무척 좋아했습니다. 지금까지 파란 단추 하나, 손잡이가 깨진 나무 숟가락 하나, 물고기와 닮은 돌멩이 하나, 새하얀 깃털 하나를 주운 적이 있었습니다. 띠는 그 물건들을 팔거나 버리지 않았습니다. 깨끗이 씻고 손질한 뒤 침대 밑에 있는 나무 상자 안에 넣어 두었습니다.
늦여름 어느 날 오후, 숲 가장자리에서 노란 나비를 쫓아가던 띠는 덩굴로 온통 뒤덮인 낡은 오두막을 보았습니다. 그 오두막에는 오랫동안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문은 반쯤 닫혀 있었고, 안은 아주 어두웠으며 눅눅한 나무 냄새가 났습니다. 원래 호기심이 아주 많은 띠는 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오두막 구석에는 커다란 풍경 하나가 있었습니다. 가느다란 대나무 관들로 만들어졌고, 아래에는 색이 바랜 둥근 나무 조각이 매달려 있었습니다. 풍경에는 먼지가 두껍게 쌓여 있어서, 띠가 소매로 여러 번 닦고 나서야 나무 조각에 해 모양으로 그려진 선들이 보였습니다.
띠는 풍경을 들어 올렸습니다. 살짝 흔들어 보았지만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습니다. 더 세게 흔들자 대나무 관들이 서로 부딪혀 메마른 소리를 내더니 이내 잠잠해졌습니다. 띠는 풍경에 입김을 불어 보고, 나뭇가지로 두드려 보기도 했으며, 밖으로 달려 나가 세찬 바람을 찾아보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풍경은 여전히 조용했습니다.
바로 그때, 지팡이를 짚은 할머니 한 분이 오두막 곁을 지나갔습니다. 띠가 애를 쓰고 있는 모습을 본 할머니는 걸음을 멈추고 물었습니다.
“얘야, 그 낡은 풍경에서 무엇을 찾고 있니?”
“소리를 듣고 싶어요.” 띠가 대답했습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고장 난 것 같아요.”
할머니는 갈색 스카프 아래에서 눈을 반짝이며 미소 지었습니다.
“그 풍경은 고장 난 게 아니란다. 그저 성급한 손길 앞에서는 울리지 않을 뿐이지. 옛날에 그 풍경을 만든 장인은 풍경이 진심 어린 웃음소리를 들어야만 소리를 낸다고 했단다. 누군가를 비웃는 웃음도 아니고, 상을 받으려고 억지로 지어내는 웃음도 아니야. 좋은 일을 해서 마음이 따뜻해졌을 때나 다른 사람의 친절을 받았을 때 저절로 나오는 웃음이어야 하지.”
띠는 풍경을 바라보며 반신반의했습니다. 그리고 물었습니다.
“그럼 웃음소리 하나만 있으면 풍경이 울리나요?”
“그럴 수도 있지.” 할머니가 말했습니다. “하지만 진심 어린 웃음은 나뭇가지에 열려서 네가 따 갈 수 있는 게 아니란다. 그 웃음을 찾으려면 슬퍼하는 사람들에게 기쁨이 돌아오도록 도와야 해.”
그 말을 남기고 할머니는 지팡이를 짚으며 길을 계속 갔습니다. 띠는 풍경을 품에 안고 집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날 밤 내내 띠는 할머니의 말을 곰곰이 생각했습니다. 다음 날 아침, 띠는 풍경을 가지고 진심 어린 웃음소리를 찾으러 가기로 결심했습니다.
첫 번째 웃음들
띠가 처음 찾아간 사람은 마을 입구의 대장장이 아저씨였습니다. 아저씨는 힘이 세기로 유명했지만, 며칠 전부터 꺼진 숯불 화로 앞에 앉아 몹시 풀이 죽어 있었습니다. 아저씨가 가장 아끼는 쇠집게가 부러져서 마을 사람들에게 새 괭이를 만들어 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띠는 쇠를 고칠 줄 몰랐지만, 낡은 물건을 넣어 둔 상자 안에 작은 용수철 하나가 있다는 것을 기억해 냈습니다. 띠는 그것을 아저씨에게 가져갔습니다. 용수철은 집게를 고치는 데 쓸 수 없었지만, 대장장이는 문득 그것을 손잡이를 고정하는 핀으로 활용할 방법을 생각해 냈습니다. 두 사람은 여러 번 함께 시험해 보았습니다. 오후가 되자 쇠집게가 다시 작동하기 시작했습니다.
대장장이는 집게를 들어 올리더니 엄숙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습니다. “이제부터 이 녀석은 절대로 부러지면 안 돼. 만약 부러지면 아저씨가 벽을 보고 벌을 서게 할 거야.”
그 우스운 말에 띠가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대장장이도 따라 웃었고, 그 웃음소리는 망치가 모루에 부딪히는 소리처럼 경쾌하게 울려 퍼졌습니다. 띠의 손에 들린 풍경이 살짝 흔들렸지만, 아주 작은 소리를 한 번 낸 뒤 다시 조용해졌습니다.
띠는 웃음소리 하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는 대장장이에게 인사를 하고 다시 길을 떠났습니다.
시냇가 근처에는 나라는 소녀가 엄마와 함께 살고 있었습니다. 나는 한때 마을에서 노래를 가장 잘 부르는 아이였지만, 대나무 피리를 물에 떠내려 보낸 뒤로는 더 이상 노래를 부르지 않았습니다. 띠는 나에게 피리를 함께 찾아보자고 했습니다. 두 사람은 물길을 따라가며 풀숲을 하나씩 뒤집어 보고, 바위 밑을 살피고, 물에서 헤엄치는 오리들에게도 물어보았습니다.
마침내 두 사람은 물이 얕아진 시냇물 굽이의 갈대숲에 피리가 걸려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피리에는 흠집이 나 있었지만 여전히 불 수 있었습니다. 나는 피리를 깨끗이 닦고 불어 보았습니다. 처음에는 소리가 삑삑거려 새소리나 바람 소리와는 전혀 닮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띠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음악을 듣는 염소 흉내를 냈습니다. 띠의 모습을 본 나는 웃음을 참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피리를 불었습니다. 이번에는 소리가 한결 맑아져 시냇물 위로 퍼졌고, 풀 위에 앉아 있던 잠자리들까지 휙 날아올랐습니다.
풍경이 다시 한 번 울렸습니다. 전보다 소리가 맑아졌지만 여전히 크게 울리지는 않았습니다.
“아마 더 많은 기쁨이 필요한가 봐.” 띠가 말했습니다.
나도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함께 찾아 나서기로 했습니다.
손에서 손으로 전해지는 기쁨
마을로 돌아오는 길에 띠와 나는 연을 만드는 할아버지를 만났습니다. 할아버지에게는 대나무 살이 아주 많았지만, 눈이 침침해져 연의 뼈대를 묶는 일을 제대로 볼 수 없었습니다. 두 아이는 할아버지를 도와드리겠다고 했습니다. 띠는 대나무 살을 잡고, 나는 줄을 꿰었으며, 할아버지는 연이 기울지 않도록 종이를 팽팽하게 붙이는 방법을 알려 주었습니다.
그들이 만든 첫 번째 연은 물고기 모양이었습니다. 풀밭으로 가져가 날렸지만 조금 날아가더니 띠의 머리 위로 떨어졌습니다. 두 번째 연은 새 모양이었는데, 막 떠오르자마자 빙글빙글 돌더니 덤불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세 번째 연을 만들 때는 꼬리가 아주 긴 고양이 모양으로 만들었습니다. 그 연은 앞의 연들보다 높이 날았지만, 꼬리가 자꾸 바람에 휘감겨 하늘에서 고양이가 빙글빙글 뒤집혔습니다.
연을 만드는 할아버지는 눈물이 날 때까지 웃었습니다. 띠와 나도 함께 웃었습니다. 마을의 다른 아이들도 달려와 저마다 아이디어를 보탰습니다. 누구는 날개를 더 달자고 했고, 누구는 꼬리를 줄이자고 했으며, 어떤 아이는 감자 모양 연을 만들자고까지 했습니다.
그날 오후, 풀밭은 서투르게 만든 연들로 가득했습니다. 연들은 멋지게 날지 못했지만 모두가 즐거워했습니다. 띠의 손에 들린 풍경에서 잇따라 맑은 소리가 울려 나왔습니다. 대나무 관 사이로 바람이 지나가며 너무나 맑은 소리를 만들어 내자, 모두가 동시에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띠는 풍경이 깨어났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집으로 달려가자 소리는 점점 작아지더니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띠는 조금 실망했습니다. 그는 나무 밑에 앉아 고개를 숙이고 말했습니다.
“내가 충분히 잘하지 못했나 봐. 사람들을 웃게 하기는 했지만 기쁨은 여전히 사라져 버리잖아.”
나는 띠의 곁에 앉았습니다. 곧바로 위로하지 않고 언덕으로 올라가는 길을 바라보았습니다. 그곳에는 빵을 파는 할머니의 작은 집이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혼자 살고 있었는데, 큰비로 길이 진흙탕이 된 뒤로는 며칠째 빵을 사러 오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습니다.
“어쩌면 아주 멀리 가서 웃음소리를 찾을 필요는 없을지도 몰라.” 나가 말했습니다. “기쁨은 자신을 기억해 줄 사람을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어.”
두 아이는 곧바로 언덕으로 올라갔습니다. 할머니가 마당을 쓸고 장작을 정리하는 일을 도왔으며, 아직 따뜻한 빵을 마을로 날랐습니다. 띠는 집집마다 문을 두드리며 사람들이 빵을 사러 오도록 초대했습니다. 나는 아이들을 부르기 위해 피리를 불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작은 집 앞길은 활기로 가득 찼습니다. 누군가는 빵을 사고, 누군가는 안부를 물었으며, 누군가는 할머니에게 드리려고 채소와 과일을 가져왔습니다.
할머니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그리고 가장 둥근 빵을 띠에게 건네며 말했습니다. “할머니는 이 집에 이제 부엌 연기 냄새만 남았다고 생각했단다. 그런데 아직 사람들의 목소리로 가득 찰 수 있었구나.”
띠가 빵을 한입 베어 물자 팥소가 코끝에 묻었고, 나는 킥킥 웃었습니다. 띠는 모르는 척하며 진지하게 모두에게 자기 얼굴에 방금 새가 앉았는지 물었습니다. 아이들이 큰 소리로 웃었습니다. 할머니도 웃었습니다. 처음에는 조용히 웃더니, 이내 추운 밤의 난롯불처럼 따뜻한 웃음소리를 터뜨렸습니다.
바로 그 순간 풍경이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이번에는 소리가 끊기지 않았습니다. 대나무 관들이 높고 낮은 음으로 부드러운 가락을 연주했습니다. 그 소리는 바위 사이로 흐르는 시냇물과 나뭇잎이 이야기를 들려주는 소리 같았습니다. 그 소리는 바람마을까지 내려갔고, 마을 사람들은 소리를 듣자마자 집 밖으로 나왔습니다.
웃음소리를 간직하지 않는 풍경
그날 밤, 사람들은 마을 한가운데 있는 느티나무 아래에 모였습니다. 띠는 낮은 나뭇가지에 풍경을 매달았습니다. 바람이 지나가자 풍경이 맑게 울렸습니다. 모두가 신기해했지만, 띠는 이상한 점 하나를 알아차렸습니다. 풍경은 그 주변에 다른 사람과 기쁨을 나누는 사람이 있을 때만 울렸습니다. 칭찬을 받으려고 억지로 재주를 부리면 풍경은 조용했습니다. 다른 사람의 슬픔을 비웃어도 풍경은 조용했습니다.
대장장이가 가장 먼저 그 뜻을 알아차렸습니다. 그는 말했습니다. “그러니까 이 풍경은 웃음소리를 모아서 간직하는 게 아니었군. 기쁨은 나누어 줄 때 더욱 커진다는 걸 우리에게 알려 주는 거야.”
빵을 파는 할머니도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한 사람은 슬플 수 있지만, 온 마을이 관심을 가져 주면 그 슬픔은 더 이상 외롭지 않단다.”
그날부터 바람마을 사람들은 작지만 많은 것들을 바꾸어 나갔습니다. 대장장이는 노인들의 망가진 괭이를 자주 무료로 고쳐 주었습니다. 나는 마을 아이들에게 피리 부는 법을 가르쳤습니다. 연을 만드는 할아버지는 기술을 배우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찾아올 수 있도록 마당 한쪽을 내주었습니다. 띠는 매주 풍경을 닦고, 거짓된 행동으로 풍경을 울리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사람들에게 일깨워 주는 일을 맡았습니다.
어떤 날에는 풍경이 아주 크게 울렸습니다. 또 어떤 날에는 모두가 바쁘거나 지쳐 있어서 작은 소리 하나만 냈습니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것 때문에 슬퍼하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삶이 언제나 즐거울 수는 없다는 것을 이해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누군가 기분 나쁜 일을 겪었을 때 다른 사람들이 곁에 앉아 이야기를 들어 주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 기꺼이 도와주는 일이었습니다.
여러 해가 지나 띠는 목수가 되었습니다. 그는 마을 아이들에게 선물할 작은 풍경들을 만들었습니다. 풍경마다 해 모양의 나무 조각이 달려 있었지만, 똑같은 소리를 내는 풍경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띠는 풍경을 받는 아이들에게 늘 이렇게 일러 주었습니다.
“풍경을 울리려고 애쓰지 마. 친절한 일을 하나 찾아서 해 보렴. 그러고 나서 기쁨이 저절로 찾아오는지 귀 기울여 보렴.”
그리고 언덕에서 바람이 불어 내려올 때마다 마을 한가운데의 큰 풍경이 다시 은은하게 울렸습니다. 그 소리는 행복이란 애써 빼앗거나 혼자 간직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일깨워 주었습니다. 행복은 대개 아주 작은 일에서 시작됩니다. 누군가 떨어뜨린 물건을 주워 주거나, 슬퍼하는 사람 곁에 앉아 주거나, 빵 하나를 반으로 나누거나, 온 세상에 잊힌 것처럼 보이는 사람에게 미소를 지어 주는 일 같은 것입니다.
그 작은 일들이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해지면, 온 마을을 따뜻하게 감싸기에 충분히 큰 가락이 됩니다.
어린이를 위한 교훈
띠의 이야기는 진정한 기쁨은 억지로 만들어 낼 수 없다는 것을 알려 줍니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도우며 나누면, 우리는 그들을 더 행복하게 할 뿐만 아니라 우리 마음도 따뜻해집니다. 좋은 행동이 즉시 웃음을 만들어 내지 못할 수도 있지만, 그 행동은 받는 사람의 마음에 아름다운 씨앗을 심습니다. 언젠가 그 씨앗은 감사와 우정, 그리고 이어지는 친절한 행동으로 싹을 틔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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