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돌아올 줄 알게 되었을 때만 나타나는 다리

옛날, 일 년 내내 안개에 뒤덮인 푸른 산맥 너머에, 물길이 자주 바뀌는 강가에 작은 마을이 하나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그 강을 ‘고요한 강’이라고 불렀다. 물이 잔잔해서가 아니라, 누구도 그 강이 무언가 말하는 것을 들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우기가 찾아올 때마다 강물은 불어나 나뭇가지와 초가지붕, 때로는 사람들이 마음속에 단단히 간직했다고 생각했던 것들까지 휩쓸어 갔다.

마을에는 메이라는 이름의 소녀가 살고 있었다. 그녀는 길 끝에 있는 야자나무 잎 지붕의 집에서 어머니와 함께 살았다. 어릴 때부터 메이는 발이 빠르고 맑은 목소리를 지녔다. 그녀는 자주 언덕에 올라 멀구슬나무 열매를 따고, 강가로 내려가 옷을 빨고, 집 처마 앞에 앉아 어머니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데 메이가 열일곱 살이 되던 해, 한 무역단이 마을을 지나갔다. 그들은 산 너머의 도시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곳에는 돌을 깐 길과 불빛이 환한 시장, 그리고 아래에 선 사람이 지붕을 보려면 고개를 뒤로 젖혀야 할 만큼 높은 집들이 있다고 했다.

메이는 그 말을 듣고 눈을 반짝였다. 자신의 삶이 고요한 강가에서만 맴돌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아주 멀리 가고 싶었고, 어머니의 이야기에서 한 번도 들어 보지 못한 곳들을 보고 싶었다. 어머니는 그녀를 막지 않았다. 그저 딸에게 갈색 스카프 하나를 싸 주고, 손에 씨앗 주머니를 쥐여 주며 당부했다. “언젠가 네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르겠거든, 씨앗 하나를 땅에 심으렴. 자라난 나무가 어디가 너를 키워 준 곳인지 기억하게 해 줄 거야.”

메이는 구름이 많은 어느 아침, 마을을 떠났다. 그녀는 무역단과 함께 구불구불한 오솔길을 지나고, 세 사람이 팔을 벌려야 겨우 감쌀 수 있을 만큼 굵은 나무들이 있는 숲을 통과했다. 그녀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어머니의 집 지붕을 보는 순간 자신이 계속 나아갈 용기를 잃을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도시는 정말로 메이가 상상했던 모든 것보다 눈부셨다. 그녀는 직물 가게에서 일자리를 구해 낮에는 실을 잣고, 밤에는 장부 계산법을 배웠다. 몇 년이 지나자 메이는 솜씨 좋고 부지런한 사람이 되었다. 그녀에게는 다락 위의 작은 방과 예쁜 옷 몇 벌이 든 궤짝, 그리고 그녀가 자립할 줄 안다고 늘 칭찬하는 지인들이 있었다. 그녀는 마을로 돈도 보냈지만 편지는 쓰지 않았다. 어머니가 생각날 때마다, 좀 더 부자가 되면 아주 큰 선물을 들고 돌아가겠다고 스스로 다짐했다.

그러던 어느 겨울, 고향 소식이 도시까지 전해졌다. 소식을 전한 사람은 메이의 어머니가 쇠약해졌고, 야자나무 잎 지붕은 바람에 한쪽이 날아갔으며, 고요한 강물이 불어나 마을로 가는 길이 거의 사라졌다고 말했다. 메이는 곧바로 짐을 꾸렸다. 예전에 어머니가 싸 준 낡은 스카프는 챙겼지만, 씨앗 주머니는 더 이상 없었다. 도시에서 사는 동안 그녀는 여러 번 이사를 했다. 씨앗 주머니는 버려진 궤짝 안 어딘가에 남아 있을 수도 있었고, 그녀도 모르는 사이 길에서 떨어졌을 수도 있었다.

메이는 산을 향해 거슬러 올라갔다. 뒤에 남은 도시는 빠르게 안개 속으로 잠겼다. 사흘째 되는 날, 그녀는 몸통의 절반이 불에 탄 나무 밑에 앉아 있는 노인을 만났다. 노인은 마른 나뭇가지로 땅 위에 구불구불한 선들을 그리고 있었다.

“고요한 강가 마을로 돌아가는 길을 아세요?” 메이가 물었다.

노인이 고개를 들었다. “알지. 하지만 그 길은 언제나 있는 게 아니란다.”

“길이 어떻게 있을 때도 있고 없을 때도 있어요?”

“그곳으로 이어지는 다리는 정말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사람 앞에서만 나타나기 때문이지.”

메이는 노인이 농담한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감사 인사를 하고 계속 걸었다. 하지만 날이 어두워졌을 때 길은 갑자기 세 갈래로 나뉘었다. 한 길은 절벽으로 이어졌고, 한 길은 울창한 숲으로 꺾였으며, 나머지 길은 갈대밭을 따라 나 있었다. 메이는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린다는 이유로 가운데 길을 골랐다. 그녀는 계속 걸었고, 달이 떠오를 무렵 눈앞에는 깊은 낭떠러지만 남아 있었다. 아래에는 검은 강물이 세차게 소용돌이치며 흐르고 있었다. 다리도 없었고, 사람의 발자국도 없었다.

그날 밤 메이는 나무 그늘 아래에서 잠들었다. 꿈속에서 그녀는 어머니가 집 처마 앞에 서서 가장자리가 이 빠진 사기그릇을 들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어머니는 그녀를 나무라지 않고 물었다. “너는 엄마가 그리워서 돌아온 거니, 아니면 더는 엄마를 볼 시간이 남지 않을까 봐 두려워서 돌아온 거니?”

메이는 동이 트기 전에 잠에서 깨어났다. 그 질문은 길을 걷는 내내 그녀를 따라다녔다. 그녀는 자신이 여러 번 어머니를 그리워했지만, 늘 미룰 이유를 찾아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는 성공한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었지, 작별 인사조차 하지 못한 채 떠났던 소녀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았다. 침묵으로 보낸 세월을 커다란 선물로 덮고 싶었다. 어쩌면 그녀가 가장 두려워한 것은 어머니가 화를 내는 일이 아니라, 어머니가 더 이상 자신을 기다리지 않는 데 익숙해졌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이었다.

앞만 볼 줄 아는 사람을 위한 길이 아닌 길

다음 날 아침, 메이는 갈림길로 돌아갔다. 이번에는 물소리를 따라가지도 않았고, 가장 걷기 쉬운 길을 고르지도 않았다. 그녀는 눈을 감고 씨앗에 관한 어머니의 당부를 떠올린 뒤, 썩은 낙엽이 가득 덮인 길로 들어섰다. 그 길은 좁고 어두웠다. 덩굴이 발을 휘감아 그녀를 넘어뜨린 적도 많았다. 때로는 뒤에서 누군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는데, 도시의 친구들 목소리와 똑같았다. 그들은 앞에는 온통 진흙탕뿐이라며 돌아오라고 했다.

메이는 계속 걸었다. 그 부름이 실제인지 자신의 상상인지 알 수 없었다. 다만 돌아간다면 ‘언젠가’라는 약속 속에서 계속 살아가게 되리라는 것만은 알고 있었다.

정오가 가까워졌을 때, 메이는 대나무 숲 옆에 앉아 울고 있는 소년을 만났다. 소년은 빈 바구니를 안고 가족의 염소를 잃어버렸다고 말했다. 메이는 집에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급해서 계속 가려 했다. 그러나 어머니가 자신이 떨어뜨린 나무 팔찌를 찾느라 장터에서 한나절을 꼬박 보냈던 일이 떠올랐다. 그녀는 짐을 내려놓고 소년과 함께 땅에 남은 염소 발굽 자국을 따라갔다.

그들은 해가 지기 직전에 염소를 찾았다. 염소는 바위틈에 갇혀 있었고, 다리는 숲의 덩굴에 단단히 감겨 있었다. 메이는 작은 칼로 덩굴을 한 가닥씩 잘라서야 염소를 꺼낼 수 있었다. 소년은 고맙다고 말한 뒤, 강가로 이어지는 오솔길을 알려 주었다. 헤어지기 전에 소년은 마른 열매 하나를 주워 그녀의 손에 올려놓았다.

“이 안에 씨앗이 있어요.” 소년이 말했다. “우리 할머니가 그러셨는데, 모든 나무는 자기를 심은 사람을 기억한대요.”

메이는 손바닥 위의 열매를 바라보았다. 그것이 어머니가 예전에 건네준 씨앗과 같은 종류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수년 만에 처음으로 자신이 아주 분명한 무언가를 손에 쥐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길 끝에서 그녀는 다시 깊은 낭떠러지 앞에 섰다. 고요한 강물은 여전히 거칠게 흐르고 있었다. 메이는 앉아서 갈색 스카프로 땀과 눈물을 닦았다. 그리고 어머니에게 하는 말인지, 강에게 하는 말인지, 아니면 자기 자신에게 하는 말인지 알 수 없었지만 소리 내어 말했다.

“저는 큰 선물을 가져오지 못했어요. 제가 약속했던 그런 사람이 되지도 못했어요. 그저 집에 돌아가 엄마를 정말 많이 그리워했다고 말하고 싶어요.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요.”

마지막 말이 바람 속으로 사라지는 순간, 눈앞의 수면이 석양 아래 갑자기 빛났다. 맞은편 강기슭에서 회색 돌판들이 차례로 솟아올라 낮은 다리를 이루었다. 다리에는 난간도, 기둥도 없었다. 마치 아주 오래전부터 그곳에 있었지만 누군가 이름을 불러 주자 이제야 모습을 드러낸 듯 강물 위에 조용히 놓여 있었다.

메이는 첫 번째 돌판 위에 올라섰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다리가 가볍게 흔들렸다. 그녀는 아래의 강물을 내려다보지 않았다. 다리 한가운데에서 그녀는 익숙한 여러 소리를 들었다. 부엌의 불가에서 어머니가 부르는 소리, 어릴 적 자신의 웃음소리, 비 오는 오후에 나무문이 열리는 소리였다. 그 소리들은 그녀를 붙잡지 않았다. 그저 자신에게 돌아갈 곳이 한때 있었다는 사실을 일깨워 줄 뿐이었다.

강 건너편에서 기다리고 있던 것

메이가 맞은편 강기슭에 발을 내딛자 다리는 사라졌다. 앞에는 마을로 곧장 이어지는 흙길이 있었다. 어머니의 집은 여전히 그곳에 있었지만, 지붕 한쪽은 대나무 막대기로 임시로 묶여 있었다. 처마 앞에는 백발의 여인이 앉아 콩을 고르고 있었다. 어머니는 메이의 기억 속 모습보다 야위었지만, 눈빛은 그녀가 떠나던 날처럼 여전히 다정했다.

메이는 오랫동안 대문 밖에 서 있었다. 무슨 말부터 꺼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마침내 어머니가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발견하고 콩 바구니를 내려놓았다.

“돌아왔구나?”

그 단순한 한마디만으로도 메이는 울음을 터뜨렸다. 그녀는 어머니의 발치에 무릎을 꿇고 자신이 숨겨 왔던 모든 것을 털어놓았다. 한 번도 쓰지 못한 편지들, 돌아가고 싶었지만 또다시 내일을 기다렸던 순간들, 바라는 만큼 부자가 되지 못했다는 부끄러움, 그리고 씨앗 주머니를 잃어버린 일까지 모두 이야기했다.

어머니는 이야기를 다 듣고 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씨앗을 잃어버렸으면 다른 씨앗을 심으면 되지. 멀리 떠난 사람이 길을 잃으면 돌아오는 길을 찾으면 되고. 엄마는 네가 무엇인가를 가져오기를 한 번도 바란 적이 없단다.”

그 후 며칠 동안 메이는 집 지붕을 고치고 어머니를 돌보며, 홍수 뒤 흙과 돌에 묻힌 물길을 마을 사람들과 함께 다시 팠다. 그녀는 사람들에게 도시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더 이상 자랑하는 듯한 말투로 말하지 않았다. 또한 사람들이 진심으로 돌아가고 싶어 할 때만 나타나는 다리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믿는 사람도 있었고 웃는 사람도 있었지만, 메이가 지나온 곳에서 그 다리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초봄의 어느 아침, 메이는 소년이 그날 건네준 마른 열매를 집 앞에 심었다. 어머니는 씨앗이 너무 오래되어 싹이 나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래도 메이는 매일 물을 주었다. 몇 주 뒤, 땅 위로 푸른 싹 하나가 돋아났다. 그것은 천천히 자랐지만 줄기는 튼튼했다. 여러 해가 지나자 나무는 집 처마 앞에 시원한 그늘을 드리웠고, 마을 아이들이 메이의 이야기를 들으러 앉는 자리가 되었다.

메이는 그 다리가 마법으로 만들어진 것인지, 강의 자비로 만들어진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마음속 용기로 만들어진 것인지 영원히 알지 못했다. 다만 한 가지는 이해했다. 어떤 길은 우리가 아주 빠르게 걷는다고 나타나는 것도 아니고, 커다란 선물 덕분에 열리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그 길은 우리가 사랑하는 것으로부터 더 이상 도망치지 않고, 자신이 한때 길을 잃었다는 사실을 인정할 용기를 낼 때 모습을 드러낸다.

그때부터 마을에서 누군가 떠나고 싶어 할 때면 메이는 그들에게 남으라고 충고하지 않았다. 그저 씨앗 하나를 건네며 말했다. “마음이 원한다면 떠나렴. 하지만 돌아와야 할 때가 되었다고 해서 완벽한 사람이 될 때까지 기다리지는 마. 집은 한 번도 잘못한 적 없는 사람이 아니라, 솔직한 사람에게 문을 열어 주는 법이란다.”

그리고 고요한 강물이 불어나는 밤이면, 사람들은 때때로 달빛 아래 강 한가운데에서 회색 돌판 몇 개가 솟아올랐다가 조용히 가라앉는 모습을 보았다. 아무도 그 다리가 어디로 이어지는지 알지 못했다. 오직 진정으로 돌아가고 싶은 사람들만이 그것을 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