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기와지붕에 내리는 비 냄새

돌아오는 길

7월의 어느 오후, 시외버스가 안을 골목 입구에 내려 주었다. 막 비가 그친 뒤라 도로는 물에 젖어 반짝였고, 양옆의 바나나 잎에서는 지나가는 사람의 어깨 위로 빗방울이 아직도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안은 작은 여행 가방을 끌며 잠시 그 자리에 서서, 골목 끝에 이끼가 덮인 갈색 기와지붕을 바라보았다.

그 집은 여전히 그곳에 있었다. 낮고 긴 집은 히비스커스 울타리 뒤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연한 노란색 회벽은 여러 군데 벗겨져 있었다. 어머니가 매일 아침 닦곤 하던 철문은 이제 반쯤 닫힌 채였고, 경첩에는 얇은 먼지가 앉아 있었다. 안은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뒤로 거의 6년 동안 이곳에 돌아오지 않았다.

이번에 돌아온 것은 집을 정리하기 위해서였다. 가족과 아는 사람이 땅을 사겠다고 나섰고, 안은 집이 너무 낡아 수리하려면 돈이 많이 들 텐데 무엇을 위해 그렇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절차를 마치면 일과 작은 아파트가 기다리는 도시로 돌아갈 예정이었다. 모든 일은 끝내야 할 목록처럼 깔끔하게 계산되어 있었다.

하지만 문을 열자마자 안은 오래된 나무와 좀약, 그리고 비의 익숙한 냄새를 맡았다. 그 향기는 정전이 되었던 어느 한낮들을 떠올리게 했다. 어머니는 거실 한가운데 돗자리를 펴고 그 위에 용과 바구니를 올려놓은 뒤, 과일을 까면서 동네 이야기를 들려주곤 했다. 이미 가만히 누워 있다고 생각했던 기억들이 소란스럽지는 않지만 차례차례 되살아났고, 자물쇠 위에 얹힌 안의 손이 가볍게 떨릴 만큼 충분히 강렬했다.

지붕 위의 수리공

다음 날 아침, 안은 물건들을 분류하기 시작했다. 아직 쓸 수 있는 물건은 한쪽에 모아 두고, 서류는 상자에 넣었으며, 낡은 옷은 세탁해 근처의 보호시설에 보내려고 했다. 정오가 가까워졌을 무렵, 부엌 뒤쪽 천장의 한 부분으로 빗물이 스며든 것을 발견했다. 습기 자국은 회색 구름처럼 넓게 번져 있었다.

안은 중개인에게 전화했고, 동네의 지붕 수리공 한 분을 소개받았다. 한 시간쯤 뒤, 예순이 넘은 남자가 자전거를 타고 왔다. 그는 색이 바랜 셔츠를 입고 있었고, 손잡이가 닳은 공구 가방을 들고 있었다. 지붕을 보자마자 허리에 손을 짚고 눈을 가늘게 뜬 채 어긋난 기와들을 살폈다.

“이 지붕은 아직 고칠 수 있어요.” 수리공이 말했다. “하지만 뒤쪽의 기와 몇 장은 바꿔야 하고, 받치는 들보도 다시 보강해야 합니다. 오래 비워 둔 집은 어디든 꼼꼼히 살펴봐야 해요.”

안이 가격을 묻자, 수리공은 그녀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낮은 적당한 금액을 말했다. 안은 놀랐지만 더 묻지는 않았다. 수리공은 내일 다시 오겠다고 말한 뒤 자전거를 끌고 문밖으로 나갔다.

그날 오후, 안이 어머니 방에서 나무장을 닦고 있을 때 수리공이 오래된 기와를 한 다발 자전거 안장에 올려 다시 왔다. 그는 창고 문을 열어 낮은 의자를 꺼낸 뒤 곧장 부엌 쪽으로 향했다.

“오늘은 아직 수리하실 필요 없지 않나요?” 안이 물었다.

“지나가다가 구름이 내려앉는 걸 봤어요. 밤에 비가 오면 물건이 다 망가집니다.”

안은 몇 주 뒤에 집을 팔 예정이니 그렇게까지 꼼꼼히 고칠 필요는 없다고 말하려 했다. 하지만 수리공이 이미 벽에 사다리를 세워 놓은 것을 보고는 그만두었다. 수리공은 기와 하나하나를 천천히, 조심스럽게 다루었다. 낡은 기와를 하나 뺄 때마다 안이 도시에서 만났던 다른 수리공들처럼 옆으로 던지는 대신, 땅에 가지런히 내려놓았다.

침대 밑의 상자

수리공이 지붕을 고치는 동안 안은 어머니의 방을 계속 정리했다. 침대 밑에는 모서리가 찌그러졌지만 여전히 잠글 수 있는 파란 양철 상자가 하나 있었다. 안은 그 상자를 기억하고 있었다. 어릴 때 어머니는 그 안에 바늘과 실, 단추와 자투리 천을 넣어 두곤 했다. 뚜껑을 열자 맨 위에 빛이 바랜 리본으로 묶인 편지 한 뭉치가 놓여 있었다.

그 편지들은 안에게 보낸 것도 아니었고, 어머니가 친척에게서 받은 것도 아니었다. 같은 마을의 한 주소에 사는 람이라는 사람에게 쓴 편지였다. 안은 첫 번째 편지를 읽었다. 그 편지에는 한 여성이 아이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어머니에게 돈을 빌렸고, 이후 죄책감 때문에 다른 곳으로 이사했다는 이야기가 적혀 있었다. 어머니는 당장 갚을 필요는 없으며, 그저 아이가 건강하기를 바란다고 썼다.

두 번째 편지에는 마당의 경계 문제로 어머니와 다퉜던 한 이웃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어머니는 누구나 화가 날 때가 있고, 이웃은 여전히 이웃이니 다음 날 아침에 만나 서로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썼다. 세 번째 편지는 몇 줄밖에 없었다. 비 오는 날 어머니가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었고 끝내 돌려받지 못한 자전거 한 대에 관한 내용이었다.

안은 처마 밖의 햇빛이 사라질 때까지 편지 뭉치를 다 읽었다. 어머니가 선행을 자랑하려고 편지를 쓴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 편지들은 이미 한 일을 흘려보내고, 그 공로를 기억 속에 붙잡아 둘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스스로에게 상기시키는 방법 같았다. 그래서 어머니는 안에게 그 일들을 한 번도 이야기하지 않았던 것이다.

상자 맨 아래에는 네 겹으로 접힌 종이 한 장이 더 있었다. 어머니의 글씨는 앞의 문장들보다 더 떨려 있었다. “언젠가 네가 이 집이 답답하다고 느끼면, 그냥 떠나도 된다. 하지만 낡은 것들이 모두 쓸모없다고 성급히 생각하지는 마라. 어떤 것들은 그저 다시 고치기만 해도 여러 해 동안 다른 사람들을 비로부터 지켜 줄 수 있단다.”

안은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아주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어머니가 지붕에 대해 말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사람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었다.

갑작스러운 비

그날 밤, 비는 오후의 구름이 예고했던 것보다 빠르게 내렸다. 바람이 마당 앞의 나무들을 세차게 후려쳐 철문이 몇 번이고 덜컹거리게 했다. 안이 책 상자 하나를 거실로 옮기고 있을 때, 부엌 쪽에서 물이 쏟아지는 듯한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

안이 달려가 보니 수리공은 아직 지붕 위에 있었다. 기와 한 장이 바람에 제자리에서 밀려나 물이 벌어진 틈으로 쏟아지고 있었다. 안은 물을 받으려고 대야를 가져와 수리공의 이름을 크게 불렀다. 잠시 뒤 수리공이 작은 창가에 모습을 드러냈다. 옷은 흠뻑 젖어 있었고, 한 손으로 기와 다발을 꼭 붙잡고 있었다.

“내려오세요, 너무 위험해요!” 안이 말했다.

“두 장만 더 하면 끝나요. 작은 망치 좀 가져다줘요.”

“내일 해도 돼요.”

수리공은 부엌 안을 바라보았다. 어머니의 나무장이 한쪽 모서리부터 빗물에 젖고 있었다. 그는 대답하지 않고 몸을 숙여 작업을 계속했다. 안은 어쩔 수 없이 망치를 가지러 달려갔다. 처마 밑에 서서 빗소리 사이로 기와에 공구가 부딪히는 소리를 듣자, 곧 무너질 무언가를 붙잡기 위해 애쓰는 가족을 바라보는 것처럼 마음이 조급해졌다.

거의 30분이 지나서야 수리공은 내려왔다. 두 손에는 진흙이 묻어 있었고, 무릎 한쪽은 넓게 긁혀 있었다. 안은 마른 수건을 건네고 장에서 약 상자를 꺼냈다. 수리공은 낮은 의자에 앉아 안이 상처를 씻도록 다리를 내맡겼다.

“수리공 아저씨는 우리 엄마를 오래전부터 아셨어요?” 안이 물었다.

“네가 아주 어릴 때부터 알았지.”

“그런데 저는 아저씨를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것 같아요.”

“만난 적 있어. 네가 기억하지 못할 뿐이지.” 수리공이 웃었다. “네 어머니는 사소한 것들을 고쳐 달라고 나를 자주 불렀어. 걸리는 문, 흔들리는 탁자, 새는 처마 같은 것들 말이야. 한 번은 내가 돈을 받으려고 했는데, 그분이 형편이 될 때 주겠다고 계속 말씀하셨지. 그러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그분에게 돈을 받지 않고 집을 고쳐 주는 사람이 되어 버렸어.”

안이 고개를 들었다. 수리공은 여러 해 전 아내가 병원에 입원했을 때, 안의 어머니가 가장 힘들었던 날들을 버틸 수 있을 만큼의 돈을 몰래 가져다주었다고 이야기했다. 어머니는 그것을 빌려주는 것이라고도, 도와주는 것이라고도 하지 않았다. 그저 돈을 받아 두었다가 형편이 되면 자신의 처마를 고쳐 달라고만 했다.

“네 어머니는 처마를 고치는 건 쉬운 일이라고 했어. 돈을 돌려주는 게 어려운 일이라고 말이지.” 수리공이 말했다. “나는 아직 갚지 못했으니, 마음이 가벼워질 때까지 계속 고치는 거야.”

안은 말이 없었다. 안의 기억 속 어머니는 늘 절약하는 사람이었고, 때로는 지나치게 엄격하기까지 했다. 어머니는 불을 끄고 수도꼭지를 잠그며, 아직 쓸 수 있는 종이봉투를 보관하라고 안에게 늘 말하곤 했다. 안은 그것을 궁핍하게 살아온 사람의 계산적인 태도라고 생각했다.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어머니는 보존할 수 있는 것에는 절약했지만, 누군가를 곤경에서 구할 수 있는 일에는 아낌없이 베풀었던 것이다.

더 이상 비어 있지 않은 집

다음 날, 안이 집을 팔 준비를 하고 있다는 소식이 동네에 퍼졌다. 몇몇 이웃이 안부를 물으러 들렀고, 어떤 사람은 구아바 바구니를 가져왔으며, 어떤 사람은 고향 과자 봉지를 들고 왔다. 그들은 안이 한 번도 알지 못했던 어머니의 작은 이야기들을 들려주었다. 어머니는 보충 수업을 받으러 가는 한 소년을 위해 집 열쇠를 맡아 주기도 했고, 옆집 아이의 책가방을 꿰매 주기도 했으며, 혼자 사는 노인의 집 문 앞에 따뜻한 국을 덜어 놓기도 했다고 했다.

그 일들은 공적이라고 기록할 만큼 대단한 일은 아니었다. 그저 몇 끼의 식사와 몇 번의 바느질, 다른 사람이 필요로 할 때 몇 차례 문을 열어 준 일이었다. 하지만 그런 작은 일들이 여러 해 동안 쌓이면서, 그 집은 사람들이 미리 알리지 않고도 들를 수 있는 곳이 되어 있었다.

화요일 오후, 땅을 사려는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집을 보러 왔다. 그들은 마당을 둘러보고 부엌의 너비를 재며 서류와 인도 기한을 물었다. 안은 처마 옆에 서서 그들이 벽을 허물고 나무를 베어 내며 새 방들을 지을 계획을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 그 계획들은 전혀 무리가 없었다. 땅은 편리한 위치에 있었고 집은 이미 낡아 있었다. 집을 팔면 안은 생활을 안정시킬 수 있는 돈을 더 마련할 수 있었다.

하지만 중개인이 언제 계약할 수 있느냐고 묻는 순간, 안은 문득 새로 고친 기와지붕을 올려다보았다. 오래된 기와들이 서로 나란히 놓여 있었고, 색깔은 고르지 않았다. 어떤 것은 짙은 갈색이었고, 어떤 것은 하얗게 바래 있었다. 새것처럼 아름답지는 않았지만, 집이 한 차례의 비를 견딜 만큼은 충분히 튼튼했다.

“일주일만 더 시간을 주세요.” 안이 말했다.

중개인은 놀랐다. 안 역시 무엇을 위해 일주일이 더 필요한지 알지 못했다. 어쩌면 잠시 스쳐 가는 미련과 정말로 지켜야 할 것을 구분하기 위해 조금 더 머물고 싶었는지도 몰랐다.

남겨 두기로 한 것

일주일이 지나도 안은 집을 팔지 않기로 결정하지 못했다. 그녀는 회사에 전화해 한동안 원격으로 일할 수 있게 해 달라고 부탁한 뒤, 방 하나하나를 손보기 시작했다. 이곳을 어머니를 기리는 박물관으로 만들 생각은 없었다. 그저 벽을 다시 칠하고, 낡은 전기 배선을 교체하고, 거실에 긴 탁자를 놓고, 부엌의 나무장은 그대로 두었다.

안은 앞쪽 방을 주말마다 동네 아이들이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으로 정리했다. 지붕 수리공은 선반 하나를 더 만들어 주기로 했다. 이웃 어른들은 화분과 헌 동화책 몇 권, 집에서 더 이상 쓰지 않는 의자들을 가져왔다. 원래 고요하기만 했던 집에는 발걸음 소리와 책장을 넘기는 소리, 창가 자리를 차지하려고 다투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누군가 왜 집을 팔아 돈을 받지 않느냐고 물으면, 안은 그저 웃었다. 이 집이 자신의 모든 어려움을 해결해 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여전히 일을 해야 했고, 생활비도 내야 했으며, 지쳐서 도시로 돌아가고 싶은 날도 있었다. 집을 남겨 두는 것은 미래에 등을 돌리는 일이 아니었고, 기억 속에서 영원히 살아가는 일은 더더욱 아니었다. 그것은 어머니가 자신의 삶에 심어 준 것의 일부를 간직해 가기로 선택한 방식이었다.

또 다른 비가 내린 어느 오후, 안은 처마 밑에 서서 마당 밖으로 물이 줄지어 흘러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젖은 흙냄새가 오래된 기와 냄새와 뒤섞여, 처음 돌아왔던 날과 똑같았다. 수리공은 문지방 옆에 앉아 가위 하나를 다시 갈고 있었다. 방 안에서는 아이들이 이야기를 큰 소리로 읽고 있었고, 어떤 아이는 페이지를 넘기는 것도 잊은 채 깔깔 웃고 있었다.

안은 문득 깨달았다. 집은 벽과 문과 지붕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그곳을 지나간 사람들, 아무도 기록하지 않은 친절한 일들, 인내심을 가지고 고쳐 온 금과, 이미 사라졌다고 생각했지만 여전히 머물 방법을 찾아낸 것들이 모여 집을 이루는 것이었다.

오래된 기와지붕 위로 비가 내렸다. 이번에는 물방울 하나도 부엌으로 새어 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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