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빛 숲 가장자리, 높은 나무줄기들이 햇살을 맞으려 하늘 높이 뻗어 있고 작은 시냇물이 밤낮으로 졸졸 흐르는 곳에 갈색 다람쥐 한 마리가 오래된 참나무의 구멍 속에 살고 있었습니다. 갈색 다람쥐는 재빠르고 유쾌했으며 반짝이는 물건을 줍는 것을 무척 좋아했습니다. 반짝이는 이슬방울이 맺힌 나뭇잎이나 매끈하고 윤이 나는 돌멩이, 빛을 받아 반짝이는 깃털을 발견하기만 하면 소중히 품에 안고 작은 나무 상자에 넣어 두곤 했습니다.
하지만 갈색 다람쥐에게는 숲속 친구들을 가끔 속상하게 만드는 습관이 있었습니다. 그는 약속은 아주 쉽게 했지만, 약속을 지키는 일은 나중으로 미루곤 했습니다. 아기 고슴도치에게 솔방울을 찾아 주겠다고 약속하고, 흰 토끼의 밤 열매 바구니를 지켜 주겠다고 약속하고, 들쥐 가족을 위해 나뭇가지 다리를 고쳐 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런데 반짝이는 물건을 하나라도 발견하면 갈색 다람쥐는 그것을 쫓아가느라 정신이 팔려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잊어버리곤 했습니다.
바람이 불기 시작한 계절의 어느 아침, 갈색 다람쥐가 참나무 가지에 앉아 있는데 숲 가장자리 쪽에서 맑은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딸랑딸랑, 딸랑딸랑.
그 소리는 물방울이 소라 껍데기 안으로 떨어지는 소리처럼 가벼웠지만, 양치식물 숲까지 멀리 울려 퍼졌습니다. 갈색 다람쥐는 호기심이 생겨 그 소리를 따라 달려갔습니다. 한참 동안 덤불 사이를 헤치고 나아간 끝에, 그는 낮은 나뭇가지에 걸려 있는 작은 풍경 종을 발견했습니다. 풍경 종은 가느다란 대나무 관들로 만들어져 있었고, 아래에는 둥근 나무 구슬 하나가 달려 있었습니다. 바람이 불 때마다 대나무 관들이 서로 부딪치며 부드러운 소리를 냈습니다.
풍경 종은 혼자 그곳에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곁에는 마이머 참새가 걱정스러운 듯 이리저리 날아다니고 있었습니다.
“무엇을 찾고 있어?” 갈색 다람쥐가 물었습니다.
“할머니의 풍경 종을 찾고 있어.” 참새가 대답했습니다. “남쪽으로 날아가시기 전에 할머니께서 내게 주신 거야. 어제 바람이 세게 불어서 나뭇가지에서 떨어졌어. 다시 찾지 못하면 정말 슬플 거야.”
갈색 다람쥐는 두 나뭇가지 사이에 걸려 있는 종을 바라보았습니다. 나무에 올라가기만 하면 금방 내려 줄 수 있었습니다. 그는 가슴을 쭉 펴고 말했습니다.
“걱정하지 마! 해가 지기 전에 네게 풍경 종을 가져다줄게.”
마이머 참새는 기뻐하며 고맙다고 인사했습니다. 갈색 다람쥐는 나무에 올라가 조심스럽게 종을 풀어 부드러운 끈에 묶었습니다. 그런데 돌아오는 길에 시냇가에서 눈부시게 푸른 돌멩이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돌멩이는 햇빛을 반사해 너무나 아름답게 빛났고, 갈색 다람쥐는 자신이 무슨 일을 하고 있었는지 금세 잊어버렸습니다. 그는 풍경 종을 나무 밑동에 내려놓고 돌멩이를 주우러 달려가 한참 동안 이리저리 살펴보았습니다.
바로 그때 북풍이 불어왔습니다. 풍경 종이 흔들리더니 나무 밑동에서 굴러 떨어져 마른 나뭇잎이 가득한 비탈길 아래로 미끄러져 내려갔습니다. 그리고 시냇가 가장자리의 빽빽한 갈대숲 속으로 퐁당 떨어졌습니다.
아주 멀리서 딸랑거리는 소리가 들려오고 나서야 갈색 다람쥐는 약속을 떠올리고 깜짝 놀랐습니다. 그는 비탈길을 뛰어 내려가 한참 동안 찾았지만 풍경 종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마이머 참새가 날아왔습니다. 당황한 갈색 다람쥐의 표정을 본 참새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차렸습니다.
“네가 잃어버린 거야?”
갈색 다람쥐는 고개를 숙였습니다. 그는 바람이 너무 셌다고, 덤불이 너무 빽빽했다고, 파란 돌멩이 때문에 정신을 팔았다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이렇게만 대답했습니다.
“응. 내가 조심하지 않았어. 미안해.”
마이머 참새는 슬픈 표정으로 날아갔습니다. 참새는 갈색 다람쥐를 꾸짖지 않았지만, 그 침묵은 어떤 질책보다도 갈색 다람쥐의 마음을 무겁게 했습니다.
상자에 넣어 둘 수 없는 약속
갈색 다람쥐는 풍경 종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나뭇잎을 하나씩 뒤집고, 풀숲을 하나씩 헤치며, 시냇가의 바위틈까지 내려다보았습니다. 아기 고슴도치가 지나가다가 그 모습을 보고 물었습니다.
“무엇을 찾고 있어?”
“마이머 참새의 풍경 종이야. 내가 가져다주겠다고 약속했는데, 잃어버리고 말았어.”
아기 고슴도치는 잠시 말이 없다가 입을 열었습니다.
“나도 네가 나를 도와 솔방울을 찾아 주기를 오후 내내 기다린 적이 있어. 결국 내가 직접 찾으러 가야 했지. 이제는 화가 나지 않지만, 그날 이후로 네 약속을 믿어도 되는지 모르겠어.”
그 말에 갈색 다람쥐의 가슴이 콕 아팠습니다. 전에는 약속이 그저 가볍게 내뱉는 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잊어버리면 미안하다고 하고, 다음에 다시 약속하면 된다고 여겼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는 모든 약속이 다른 누군가를 기다리게 만든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약속을 잊어버리면 사라지는 것은 작은 일 하나만이 아니라, 자신에게 희망을 걸었던 사람의 믿음이기도 했습니다.
갈색 다람쥐는 나뭇가지 다리로 갔습니다. 그곳에서는 들쥐가 형제자매들과 함께 부러진 나무판자를 고치고 있었습니다. 갈색 다람쥐는 들쥐 가족을 위해 다리를 단단히 묶을 끈을 마련해 주겠다고 약속했지만, 하루 종일 놀기만 했습니다.
“혹시 풍경 종을 보았어?” 갈색 다람쥐가 물었습니다.
“아니.” 들쥐가 대답했습니다. “하지만 네가 참새에게 약속했다면 꼭 찾아내도록 해 봐. 네가 대단하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네가 자신의 말을 정말 소중하게 여긴다는 걸 친구에게 보여 주기 위해서 말이야.”
갈색 다람쥐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는 더 이상 서두르며 찾지 않았습니다. 땅 위의 흔적을 살펴보았습니다. 갈대 한 줄기가 시냇물 쪽으로 기울어져 있었습니다. 마른 나뭇잎 몇 장에는 길게 끌린 자국이 있었습니다. 진흙 위에는 작은 둥근 자국들이 남아 있었는데, 아마도 종 밑에 달린 나무 구슬이 만든 흔적인 듯했습니다.
갈색 다람쥐는 흔적을 따라갔습니다. 커다란 바위 가까이에 이르렀을 때, 시냇물 아래에서 아주 희미한 울림이 들려왔습니다.
딸랑딸랑.
풍경 종은 물가 가까이 자란 나무뿌리에 걸려 있었습니다. 대나무 관의 일부는 진흙에 뒤덮여 있었고, 매달려 있던 끈도 곧 끊어질 것 같았습니다. 갈색 다람쥐가 잡아당겨 보았지만 빠지지 않았습니다. 그는 아기 고슴도치와 들쥐, 흰 토끼를 불러 도움을 청했습니다. 친구들은 긴 나뭇가지로 물풀을 밀어냈고, 갈색 다람쥐는 물가에 바짝 엎드려 손을 뻗어 끈을 풀었습니다.
일은 모두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어려웠습니다. 시냇물은 얼음처럼 차가웠고, 바닥의 돌은 미끄러웠습니다. 갈색 다람쥐는 두 번이나 물에 빠질 뻔했습니다. 그래도 그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일어나고 싶을 때마다 마이머 참새의 슬픈 표정과 자신이 잊어버렸던 옛 약속들을 떠올렸습니다.
한참 후 마침내 끈이 풀렸습니다. 갈색 다람쥐는 풍경 종을 들어 올렸습니다. 종에는 진흙이 잔뜩 묻어 있었고 대나무 관 하나는 금이 가 있었지만, 여전히 아주 작은 딸랑거리는 소리를 냈습니다.
친구들이 부르는 소리를 들은 마이머 참새가 날아왔습니다. 갈색 다람쥐는 두 손으로 풍경 종을 참새에게 건넸습니다.
“내가 너를 슬프게 했고 기다리게 만들었어. 풍경 종을 처음과 똑같이 되돌릴 수는 없지만, 네가 괜찮다면 내가 너와 함께 고쳐 볼게.”
마이머 참새는 풍경 종을 바라본 다음 갈색 다람쥐를 바라보았습니다. 여전히 슬퍼 보였지만 눈빛은 한결 부드러워져 있었습니다.
“좋아. 하지만 이제부터 네가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확신이 없을 때는 바로 약속하지 마.”
“이제 알겠어.” 갈색 다람쥐가 대답했습니다. “말하기 전에 먼저 생각할게. 그리고 일단 말한 것은 행동으로 기억하고 지킬게.”
약속을 자라게 하는 작은 일들
풍경 종은 참나무 밑으로 옮겨졌습니다. 마이머 참새는 대나무 관을 깨끗이 씻었고, 들쥐는 새 끈을 구했으며, 갈색 다람쥐는 끈끈한 나무 수액을 이용해 금이 간 대나무 관을 붙였습니다. 풍경 종은 예전과 완전히 같아지지는 않았습니다. 대나무 관 하나는 더 짧아졌고, 다른 하나에는 길게 긁힌 자국이 생겼습니다. 그래도 바람이 불면 여전히 맑은 소리를 냈습니다.
그날부터 갈색 다람쥐는 아주 평범한 일들을 통해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누군가를 도와주겠다고 말하기 전에 자신에게 충분한 시간과 능력이 있는지 잠시 생각했습니다.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언제 하겠다고 분명히 말했습니다. 당장 할 수 없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솔직하게 말했습니다.
그는 들쥐를 도와 다리를 고쳤습니다. 다음 날 아침에는 아기 고슴도치를 위해 솔방울을 찾아 주었습니다. 흰 토끼와 함께 시냇가에 작은 지붕을 세워 조그마한 동물들이 비를 피할 수 있는 곳도 만들었습니다. 어느 일도 아주 크지는 않았지만, 갈색 다람쥐는 모든 일을 끝까지 해냈습니다.
숲속 친구들은 갈색 다람쥐가 더 이상 예전처럼 많은 약속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차츰 알아차렸습니다. 그는 말수가 줄었지만, 말 한마디 한마디는 더욱 믿을 만해졌습니다. 그가 나무 꼭대기 너머로 해가 기울 때쯤 오겠다고 말하면, 모두는 그가 정말 올 것임을 알았습니다. 그가 밤 열매 바구니를 돌보겠다고 말하면, 정말로 잊지 않고 살펴보았습니다.
계절이 끝나 갈 무렵의 어느 오후, 마이머 참새는 갈색 다람쥐의 집 앞 참나무 가지에 풍경 종을 걸었습니다. 그리고 말했습니다.
“이 풍경 종을 네게 주고 싶어.”
갈색 다람쥐는 깜짝 놀랐습니다.
“하지만 이건 네 할머니께서 네게 주신 선물이잖아.”
“맞아. 그래서 더더욱 네가 간직했으면 해. 종소리를 들을 때마다 약속은 상자 속에 넣어 두는 물건이 아니라는 걸 기억해 줘. 약속은 나무처럼 돌보아야 해. 말만 하고 행동하지 않으면 약속은 시들어 버리지. 하지만 조금씩 꾸준히 실천하면 믿음으로 자라나.”
갈색 다람쥐는 바람에 흔들리는 풍경 종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는 대나무 관이나 나무 구슬 때문에 그 종이 아름답다고 생각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 소리가 자신이 실수했던 어느 아침과, 그 실수를 바로잡기 위해 애썼던 긴 하루를 떠올리게 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날부터 바람이 숲을 지나갈 때마다 참나무 아래에서 풍경 종 소리가 울려 퍼졌습니다.
딸랑딸랑, 딸랑딸랑.
그 소리는 시냇물을 지나고, 나뭇가지 다리와 양치식물 숲을 지나 멀리 퍼져 갔습니다. 그 소리는 진심 어린 말 한마디도 매우 소중하지만, 꾸준한 행동은 그보다 더 소중하다는 사실을 모두에게 일깨워 주었습니다. 아이든 어른이든 누구나 약속을 잊어버릴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잘못을 인정하고, 바로잡으려 노력하며, 다른 사람에게 희망을 건네기 전에 신중하게 생각하는 법을 배우는 것입니다.
그리고 초록빛 숲에서 갈색 다람쥐는 마침내 깨달았습니다. 약속을 지킨다고 해서 자유를 잃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약속을 지키면 누구나 더욱 믿을 수 있는 친구가 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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