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찾아 돌아오는 잎사귀

작은 정원의 끝자락에는 오래된 망고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다. 거친 나무줄기와 하늘을 품에 안은 두 팔처럼 뻗은 굵은 가지를 가진 나무였다. 매년 여름이면 망고나무는 새들이 둥지를 틀도록 맞아 주었고, 아이들에게는 뛰놀 수 있는 그늘을, 개미들에게는 갑작스러운 비를 피할 곳을 마련해 주었다. 가장 높은 가지에는 작은 잎사귀라는 이름의 어린 잎 하나가 있었다.

작은 잎사귀는 첫 빗방울이 아직 나무눈에 맺혀 있던 이른 봄에 태어났다. 잎은 투명할 만큼 푸르렀고, 잎 표면은 부드러웠으며, 두 줄기의 작은 잎맥이 비밀스러운 길처럼 뻗어 있었다. 매일 아침 작은 잎사귀는 정원을 내려다보며 모두가 새로운 하루를 시작하는 모습을 바라보곤 했다. 소녀 안이 꽃밭에 물을 주는 모습, 검은 고양이 문이 햇볕을 쬐며 누워 있는 모습, 그리고 정원사가 울타리 곁에서 마른 가지를 천천히 줍는 모습을 보았다.

“저 아래에는 분명 아주 많은 신기한 일이 있을 거야.” 작은 잎사귀는 자주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자 더 큰 잎사귀들이 살랑살랑 흔들리며 말했다.

“가장 신기한 일은 나뭇가지 위에 있는 거야.” 한 잎사귀가 말했다. “여기에는 햇빛도 있고, 비도 있고, 우리도 함께 있잖아.”

작은 잎사귀는 그 말을 이해했지만, 마음속에는 여전히 한 가지 의문이 남아 있었다. 울타리 너머에는 무엇이 있는지, 정원 끝의 개울은 어디로 흘러가는지, 멀리 보이는 들판은 어떤 모습인지 알고 싶었다. 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작은 잎사귀는 자신이 드넓은 하늘 위를 날고 있는 모습을 상상했다.

잎사귀가 가지를 떠난 날

늦가을이 되자 하늘은 옅은 회색으로 변했다. 아침은 쌀쌀해졌고, 망고나무는 옷의 색을 바꾸기 시작했다. 작은 잎사귀는 더 이상 예전처럼 푸르지 않았다. 잎 표면에 노란 얼룩이 나타나더니, 점차 윤기 나는 갈색으로 변해 갔다.

어느 날 아침, 들판에서 불어온 바람이 여느 때보다 세차게 불었다. 나뭇가지가 흔들리고 잎사귀들이 앞다투어 바스락거렸다. 작은 잎사귀는 문득 자신의 잎자루가 가벼워진 것을 느꼈다. 잎사귀는 여러 달 동안 함께해 온 나뭇가지를 올려다본 뒤, 익숙한 정원을 내려다보았다.

“잘 있어.” 잎사귀는 조용히 말했다.

바로 그때, 한 줄기 바람이 작은 잎사귀를 가지에서 휘감아 떼어 냈다. 잎사귀는 허공에서 한 바퀴 빙글 돌며 낮은 지붕을 지나고, 울타리를 스쳐 날아가 정원 밖 돌길 위에 내려앉았다.

처음에 작은 잎사귀는 무척 신이 났다. 더 이상 붙잡고 있는 나뭇가지가 없으니 어디든 갈 수 있었다. 바람은 잎사귀를 넓은 풀밭으로 데려갔고, 그곳에는 이른 햇살 아래 이슬방울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노란 나비 한 마리가 주위를 빙빙 돌더니 잎사귀 위에 내려앉았다.

“너는 어디로 가고 있니?” 나비가 물었다.

“아직 모르겠어.” 작은 잎사귀가 대답했다. “세상이 얼마나 넓은지 보고 싶어.”

“그럼 즐거운 여행이 되길 바랄게.” 나비는 꽃밭 쪽으로 날아가기 전에 말했다.

길에서 만난 친구들

바람은 계속해서 작은 잎사귀를 먼 곳으로 밀어 갔다. 잎사귀는 풀밭을 미끄러지듯 지나 작은 도랑을 건너고, 개울가의 풀숲에 걸렸다. 맑은 개울물이 졸졸 흐르며, 물살을 타고 하류로 떠내려가는 다른 잎사귀들을 실어 나르고 있었다.

곁에 걸려 있던 긴 대나무 잎 하나가 말을 걸었다.

“너도 갈 길을 찾고 있니?”

“응. 그런데 개울 끝에 무엇이 있는지는 모르겠어.”

“들판일 수도 있고, 마을일 수도 있고, 우리가 한 번도 보지 못한 곳일 수도 있지.” 대나무 잎이 대답했다. “중요한 건 관찰하는 걸 잊지 않는 거야.”

작은 잎사귀는 한동안 물살을 따라갔다. 작은 물고기들이 돌 아래로 숨어드는 모습, 잠자리들이 갈대 가지에 앉는 모습, 그리고 맞은편 강둑에서 아이들이 크게 웃는 소리를 보거나 들었다. 모든 것이 새롭고 신기했다. 잎사귀는 세상이 자신이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넓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정오가 되자 개울은 나무다리 아래를 지나 흘렀다. 세찬 바람이 불어 작은 잎사귀를 공중으로 날려 올리더니 작은 집의 뜰에 내려놓았다. 그곳에서는 한 소년이 시들어 축 늘어진 화분 곁에 앉아 있었다. 소년은 컵으로 물을 조금씩 떠서 식물에 주고 있었지만, 흙은 여전히 단단하고 말라 있었다.

작은 잎사귀는 소년의 발치에 놓여 있었다. 소년은 잎사귀를 주워 화분 바닥에 깔아 흙이 수분을 머금도록 했다. 잎사귀 덕분에 물이 너무 빨리 흘러나가지 않았다. 소년은 오후 내내 식물을 돌보았다. 다음 날, 땅 위로 아주 작은 초록 싹 하나가 고개를 내밀었다.

작은 잎사귀는 그 새싹을 보고 기뻐했다. 자신은 비록 작지만 그래도 좋은 일이 일어나도록 도울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망고나무 가지를 떠났다고 해서 쓸모없어진 것은 결코 아니었다.

다음 날, 큰비가 쏟아졌다. 빗물이 작은 잎사귀를 화분에서 쓸어 내어 다른 길로 데려갔다. 이번에는 잎사귀가 언덕 아래 숲으로 날아갔다. 높은 나무줄기들이 하늘을 온통 가리고 있어, 작은 잎사귀는 호기심이 나면서도 조금 무서웠다.

숲속에서 잎사귀는 나무 밑에서 낑낑대고 있는 고슴도치를 만났다. 고슴도치의 작은 가시 하나가 덩굴에 걸려 있어서 고슴도치는 걸음을 옮길 수 없었다.

바람에 떠밀린 작은 잎사귀가 가까이 다가갔다. 잎사귀가 덩굴을 스치자 덩굴이 흔들렸다. 고슴도치는 걸린 곳을 알아차리고 발로 힘껏 잡아당겼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고슴도치는 자유로워졌다.

“고마워.” 고슴도치가 말했다. “너는 어디를 찾아가고 있니?”

작은 잎사귀는 망고나무와 정원, 그리고 자신의 여행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고슴도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생각하더니 말했다. “어떤 여행은 우리를 낯선 곳으로 데려가. 또 어떤 여행은 우리가 떠나온 곳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게 해 주지.”

작은 잎사귀는 고슴도치의 말을 전부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그 말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다.

그리움이 찾아왔을 때

그 후 며칠 동안 작은 잎사귀는 바람을 타고 여러 곳을 지나갔다. 작은 학교의 계단에 놓여 학생들이 글을 읽는 소리를 듣기도 했고, 논 위를 날아가 바람에 고개를 숙이는 벼 이삭을 바라보기도 했다. 한 할머니의 대나무 바구니에 걸렸다가, 할머니가 잎사귀를 조심스럽게 떼어 내어 나무 밑에 흙을 덮는 덮개로 놓아 주기도 했다.

모든 곳에는 저마다의 아름다움이 있었다. 작은 잎사귀는 자신이 보고 싶어 했던 신기한 일들을 많이 보았다. 하지만 멀리 갈수록 옛 정원이 더욱 그리워졌다. 현관 곁 항아리에서 물이 흐르는 소리도 그리웠고, 꽃에 물을 주며 노래하던 소녀 안도 그리웠으며, 함께 살랑거리며 이야기를 나누던 큰 잎사귀들도 그리웠다.

어느 오후, 작은 잎사귀는 언덕 비탈에 누워 해가 천천히 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하루의 마지막 햇빛이 잎사귀를 부드러운 황금빛으로 물들였다. 그때 문득, 잎사귀는 더 이상 계속 여행하고 싶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돌아가고 싶어.” 작은 잎사귀가 말했다.

하지만 어떻게 돌아갈 수 있을까? 바람은 잎사귀를 수많은 길을 지나 이곳까지 데려왔다. 잎사귀는 자신이 어느 방향에서 이곳에 왔는지 정확히 기억하지 못했다. 작은 잎사귀는 걱정하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 새 떼가 하늘을 가로질러 날아갔다. 새 떼의 앞에는 망고나무 정원에 여러 번 들렀던 찌르레기 한 마리가 날고 있었다. 찌르레기는 작은 잎사귀가 부르는 소리를 듣고 아래로 내려왔다.

“너는 하얀 울타리가 있는 정원의 망고나무 잎사귀 맞지?”

“맞아. 돌아가는 길을 알고 있니?”

찌르레기가 고개를 끄덕였다. “높은 곳에서 보면 개울이 보여. 개울은 들판으로 이어지고, 들판 뒤에는 네 정원이 있어.”

찌르레기는 작은 잎사귀의 잎자루를 물고 날아올랐다. 높은 곳에서 작은 잎사귀는 실처럼 구불구불 이어진 길과 저녁 햇살 아래 빛나는 개울, 그리고 나무들 사이에 고요히 자리 잡은 지붕들을 바라보았다. 그 순간 잎사귀는 깨달았다. 자신이 속한 곳은 한 번도 가 보지 못한 곳이 아니라, 생각만 해도 마음이 평온해지는 곳이라는 것을.

망고나무 밑의 선물

찌르레기는 날이 막 어두워지기 시작할 무렵 작은 잎사귀를 정원으로 데려왔다. 오래된 망고나무는 여전히 울타리 곁에 서 있었지만, 가지는 전보다 성겨져 있었다. 남아 있던 잎사귀들은 다정한 바스락거림으로 작은 잎사귀를 맞이했다.

“정말 먼 곳까지 갔구나.” 한 잎사귀가 말했다.

“응.” 작은 잎사귀가 대답했다. “노란 나비와 대나무 잎, 고슴도치와 아주 많은 다른 친구들을 만났어. 새싹 하나가 다시 살아나도록 도왔고, 고슴도치가 덩굴에서 빠져나오도록 도왔어.”

오래된 망고나무는 이야기를 들으며 가지를 바람에 살며시 흔들었다.

“너는 정원의 다정함을 여러 곳에 전해 주었구나.” 나무가 말했다. “그러니 네가 더 이상 가지 위에 있지 않아도, 너는 여전히 이 정원의 일부란다.”

그날 작은 잎사귀는 망고나무 밑에 놓였다. 밤비가 땅속으로 스며들어 잎사귀의 영양분을 나무뿌리로 되돌려 주었다. 몇 달 뒤, 이른 봄이 되자 망고나무 밑에서 아주 작은 새싹 하나가 돋아났다.

소녀 안은 꽃에 물을 주다가 그 새싹을 발견했다. 그리고 사람들이 밟지 않도록 주변에 작은 막대기를 둘러 세워 새싹을 보호했다. 오래된 망고나무는 어린 새싹을 바라보았고, 새 떼는 가지 위에서 작은 잎사귀가 먼 길을 떠났던 이야기를 들려주기라도 하듯 재잘거렸다.

새싹은 날마다 자라났다. 바람이 불 때마다 어린 잎사귀들이 살랑살랑 흔들렸다. 어린 잎사귀들은 따뜻한 흙 아래에서 오래된 잎사귀 하나가 새 생명을 조용히 길러 주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하지만 망고나무는 알고 있었다. 그리고 누군가 가장 신기한 일이 무엇을 담고 있느냐고 묻는다면, 망고나무는 신기한 일은 여행 속에, 돌아오는 순간에, 또는 아주 작고 사소한 선행 속에도 있을 수 있다고 대답할 것이다.

그러니 사랑하는 어린이 여러분, 언젠가 자신이 작게 느껴지거나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모를 때에는 작은 잎사귀를 떠올려 보세요. 누구나 반드시 아주 위대한 일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랍니다. 그저 잘 관찰하고, 할 수 있을 때 도와주며, 자신을 사랑해 준 곳을 언제나 기억한다면, 여러분도 주변의 많은 사람들에게 따뜻함을 전할 수 있어요.

우리 모두에게는 각자의 길이 있습니다. 때로 그 길은 우리를 아주 먼 곳으로 데려가고, 때로는 익숙한 것들 곁으로 돌아오게 하지요. 어느 방향으로 가든, 친절한 마음은 언제나 우리에게 가장 평온한 곳이 어디인지 알아보게 해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