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골목 끝에는 두 사람이 나란히 서 있기만 해도 비좁게 느껴질 만큼 좁은 시계 수리점이 있다. 가게 문 위의 나무 간판은 빛이 바래 “안심 시계 수리점”이라는 몇 글자만 겨우 읽을 수 있다. 동네 사람들은 예순이 넘은 림이라는 남자가 죽은 것이나 다름없는 시계도 되살려 낼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의 가게가 기억되는 이유는 능숙한 솜씨가 아니라, 토요일 오후에는 손님에게 돈을 받지 않는 그만의 원칙 때문이다.
그 원칙이 언제 시작되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어떤 사람은 손님을 끌기 위해 그러는 것이라고 추측했고, 어떤 사람은 낡은 방식의 광고라고 여겼다. 모든 것에 가격이 매겨지는 도시에서 아무것도 돌려받기를 바라지 않고 수고를 들이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믿기 어려운 일이었기에, 지나가던 젊은이들 몇 명은 그 이야기를 듣고 웃기도 했다.
림 씨는 설명하지 않았다. 토요일 오후마다 그는 여전히 철문을 올리고, 탁상용 램프를 카운터에 내려놓은 뒤, 고장 난 시계를 들고 오는 사람들을 차분히 기다렸다. 돈을 내려고 하면 고개를 저었다. 누군가 돈을 억지로 탁자 위에 올려놓으면, 그는 다시 그 사람 쪽으로 살며시 밀어 주며 말했다. “꼭 갚아야겠다고 생각한다면, 다음에는 다른 사람의 삶에서 무언가를 다시 고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서랍 속에 멈춰 있던 시계
장마가 시작될 무렵의 어느 토요일 오후, 마이라는 이름의 여자가 가게를 찾아왔다. 그녀는 그곳에서 멀지 않은 사무실에서 일했으며, 늘 골목을 지나 다녔지만 한 번도 안으로 들어가 본 적은 없었다. 그날 마이는 아버지의 오래된 방을 정리하다가 서랍 맨 아래에서 회중시계 하나를 발견했다. 유리판은 금이 가 있었고, 사슬은 녹슬어 있었으며, 시곗바늘은 4시 17분에 멈춰 있었다.
마이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지는 거의 2년이 되었다. 그동안 그녀는 아버지의 물건이 들어 있는 수납장들을 여는 일을 계속 피했다. 자신이 그저 바빠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익숙한 물건들이 한 번도 이름 붙여 본 적 없는 빈자리를 마주하게 만들까 봐 두려웠던 것이다.
그 회중시계는 아주 오랜만에 그녀가 손에 든 첫 번째 물건이었다. 마이는 그것이 가치 있는 물건인지 알지 못했다. 다만 아버지가 특별한 날이면 그것을 차곤 했다는 사실을 기억했다. 특히 아침에 자신을 학교에 데려다줄 때나, 자신이 열이 났을 때 병원 문 앞에서 기다리던 때였다. 그럴 때면 그녀는 아버지의 걸음에 따라 시계가 가볍게 흔들리는 모습을 늘 보았다.
마이는 시계를 카운터 위에 올려놓았다. 림 씨는 그것이 누구의 것인지 묻지 않았다. 부드러운 천으로 유리판을 닦고, 뒷뚜껑을 연 뒤, 먼지가 뒤덮인 시계 내부를 오랫동안 들여다보았다.
“고칠 수 있을까요?” 마이가 물었다.
“일단 봐야지. 어떤 시계는 부품 하나만 고장 났고, 어떤 시계는 오랫동안 아무도 기억해 주지 않아서 고장 나기도 한단다.”
그 말에 마이는 조금 불쾌해졌다. 자신을 나무라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나이 든 수리공은 이미 작업대 쪽으로 몸을 숙여 돋보기와 작은 공구 세트를 꺼내고 있었다. 자그마한 톱니바퀴들이 분해되어 파란 천 위에 가지런히 놓였다. 그는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작업했다. 마치 연약한 생명체를 돌보는 듯했다.
탁자 위에 올려놓을 수 없는 돈
마이는 문 가까이에 놓인 나무 의자에 앉았다. 밖에서는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빗방울이 처마를 두드리며 일정한 소리를 냈다. 그녀는 벽을 빙 둘러 걸린 시계들을 바라보았다. 어떤 시계는 빠르게 가고, 어떤 시계는 느리게 가며, 어떤 시계는 완전히 침묵하고 있었다. 가게는 서로 다른 여러 시간의 흐름을 담은 방처럼 보였다. 물건 하나하나가 그것을 가졌던 사람의 이야기 일부를 간직하고 있는 듯했다.
거의 한 시간이 지나 림 씨는 작은 태엽을 교체하고 기름을 친 다음 시계 내부를 다시 조립했다. 그는 태엽을 감아 시계를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초침이 한 칸 움직였다가 멈추더니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가늘고 또렷한 째깍거림은 오래 닫혀 있던 문을 누군가 살며시 두드리는 소리 같았다.
“얼마예요?” 마이가 물었다.
“토요일 오후에는 돈을 받지 않는단다.”
“하지만 아저씨는 오후 내내 일하셨잖아요.”
“나는 매일 시계를 고친다. 이 오후가 다른 점은 돈을 받지 않는다는 것뿐이야.”
마이는 지갑을 꺼내 지폐 몇 장을 카운터 위에 올려놓았다. 림 씨는 그것을 다시 밀어 주었다.
“정 고맙다면, 언젠가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만났을 때 외면하지 말거라.”
마이는 시계를 들었다. 처음 가져왔을 때보다 더 무겁게 느껴졌다. 자신이 고쳐진 물건을 들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막 깨어난 아버지의 한 시절을 들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문을 나서기 전, 그녀가 물었다.
“아저씨는 언제부터 토요일 오후에 돈을 받지 않으셨어요?”
림 씨는 작은 드라이버에 손을 얹은 채 빗줄기를 바라보았다.
“돈으로 갚으면 갚을수록 영원히 다 갚을 수 없는 빚이 있다는 걸 알게 된 날부터란다.”
나이 든 수리공의 이야기
림 씨는 자신의 이야기를 자주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날은 비 때문에 골목의 시간이 느려졌기 때문인지, 아니면 마이의 손에 들린 시계가 오래전 한 시절을 떠올리게 했기 때문인지 이야기를 꺼냈다.
오래전 젊었을 때 그는 기계 공장의 노동자로 일했다. 일은 규칙적이었고 급여는 많지 않았지만 가족을 부양하기에는 충분했다. 그에게는 시간 측정 기계를 전문적으로 수리하는 나이 많은 스승이 있었다. 스승은 기어가 어긋났는지, 시곗바늘이 휘었는지를 알아보는 법만 가르친 것이 아니었다. 다른 사람들이 가져온 물건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도 가르쳤다.
“사람들은 여기로 시간을 가져오는 게 아니란다.” 스승은 말하곤 했다. “지키고 싶은 것을 가져오는 거지.”
얼마 후 스승은 일을 그만두었다. 떠나기 전, 그는 림에게 낡은 공구 세트를 선물하며 매주 한 번은 돈을 낼 형편이 안 되는 사람들의 시계를 무료로 고쳐 주라고 당부했다. 림은 웃으며 그것이 아름답지만 실천하기는 어려운 당부라고 생각했다. 당시 그는 집세를 내고 어린 자녀를 키우며 온갖 비용을 감당해야 했다.
그러던 어느 토요일 오후, 옛 스승이 그를 찾아왔다. 스승은 고장 난 손목시계를 들고 와서, 시골을 떠나 공부하러 가기 전 손자에게 선물하고 싶다고 말했다. 림은 시계를 다 고친 뒤에도 끝내 돈을 받지 않았다. 스승은 한참 동안 반대했지만, 결국 탁자 위에 오렌지 한 봉지만 올려놓고 돌아갔다.
몇 주 뒤 림은 스승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마지막으로 얼굴을 뵈러 갈 틈도 없었다. 스승의 시계는 여전히 작동했지만, 그때의 말은 그의 마음속에 남아 날이 갈수록 더욱 선명해졌다.
그때부터 그는 토요일 오후를 무료 수리에 할애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가난한 몇 사람만 오래된 시계를 들고 찾아왔다. 나중에는 어머니의 자명종을 들고 온 학생, 고장 난 결혼 시계를 가져온 노동자, 가족이 준 선물을 간직하고 싶은 노인들도 찾아왔다. 그는 그들이 얼마를 낼 수 있는지 묻지 않았다. 그 시계가 그들에게 어떤 의미였는지만 물었다.
고쳐지는 것은 시계 내부만이 아니다
마이는 또 다른 토요일 오후에 가게를 다시 찾았다. 이번에는 곳곳에 긁힌 자국이 있는 파란색 자명종을 들고 왔다. 카운터 앞에 서 있는 사람은 열 살쯤 된 남자아이였다. 아이는 그 시계가 어머니의 것이라며, 오래전부터 고장 났지만 어머니가 차마 버리지 못한다고 말했다.
마이는 그 아이를 알아보았다. 아이는 골목 끝집에서 외할머니와 함께 살며, 아침이면 할머니의 찹쌀밥 장사를 돕곤 했다. 전날 마이는 아이가 바람에 날려 간 종이봉투들을 길에서 허둥지둥 줍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그녀는 아이가 봉투를 모으는 것을 도와주었고, 아이의 어머니가 멀리서 일하며 아주 드물게만 집에 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이에게는 시계를 고칠 돈이 없었다. 마이는 림 씨의 말을 떠올리고 아이를 이곳으로 데려왔다. 자신이 한 일이 대단한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다만 누군가가 전에는 감히 들어오지 못했던 문을 지나갈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뿐이다.
림 씨는 시계를 살펴보다가 안쪽의 플라스틱 조각 하나가 부러진 것을 발견했다. 알맞은 교체 부품이 없었기에 다른 시계에서 부품 하나를 떼어 냈다. 작업하는 동안 아이는 말없이 앉아 그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눈으로 따라갔다.
“왜 이 시계를 고치고 싶으냐?” 그가 물었다.
“엄마가 자기 월급으로 처음 산 선물이라고 했어요.”
림 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은 그저 오래된 시계일 뿐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물건의 가치를 알아보는 사람들은 겉모습만 보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계가 다시 작동하자 아이는 미소를 지었다. 마이는 그 미소가 자신의 아버지 회중시계에서 들리던 째깍거림과 닮았다고 느꼈다. 작고 일정하지만, 침묵으로 생긴 빈자리를 채우기에 충분한 소리였다.
이어지는 선의의 가치
그 후 마이는 몇 가지 습관을 바꾸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알아보기도 전에 낡은 물건들을 서둘러 버리지 않게 되었다. 여러 번 안부를 물어 왔지만 늘 대충 대답하고 말았던 이모에게 시간을 내어 전화를 걸었다. 나이 많은 이웃의 나무 선반도 고쳐 주었다. 그 일은 오후 한나절이면 충분했다.
그 어떤 일도 마이를 더 부유하게 만들지는 않았다. 아버지에 대한 슬픔이 사라진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슬픔은 서서히 더 부드러운 무언가로 바뀌어 갔다. 회중시계의 째깍거림을 들을 때마다 그녀는 아버지가 떠난 날만 떠올리지 않았다. 자신이 신발 끈을 다시 묶는 동안 참을성 있게 기다려 주던 아침들, 햇볕 아래 학교 문밖에 서 있던 아버지의 모습, 그리고 절대 늦지 않기 위해 늘 시계를 몇 분 빠르게 맞추던 아버지의 모습을 함께 기억했다.
마이는 어떤 사람들은 우리 삶을 떠난 뒤에도 우리가 다른 사람을 대하는 방식 속에서 계속 존재한다는 것을 이해했다. 친절한 행동은 받은 사람에게서 끝나지 않는다. 그것은 다른 손을 거쳐, 다른 당부를 통해, 겉보기에는 평범한 어느 오후를 통해 계속 이어질 수 있다.
연말이 되자 림 씨는 가게 안에 작은 표지판을 하나 더 걸었다. 표지판에는 가격도, 영업시간도, 광고 문구도 없었다. 그저 이런 문장 하나만 적혀 있었다. “오늘 도움을 받았다면, 내일은 다른 한 사람을 도와주세요.”
마이는 그 문장을 누가 썼는지 묻지 않았다. 림 씨가 선행을 자랑거리로 만들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에게 시계 하나를 고치는 일은 톱니바퀴를 제자리로 돌려놓아 시간이 다시 흐를 수 있게 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관계나 신뢰, 혹은 슬픔을 고치는 데에는 더 많은 인내가 필요했다. 그래도 원칙은 다르지 않았다. 조심스럽게 손을 대고, 주의 깊게 살피며, 멈춰 버린 것이 다시는 움직일 수 없다고 성급히 단정하지 않는 것.
그 주 토요일 오후에도 가게는 문을 열었다. 거리에는 은빛 먼지처럼 가느다란 비가 내렸다. 림 씨는 탁자 위의 시계에 몸을 숙였고, 마이는 그의 옆에 앉아 분리해 둔 유리들을 닦았다. 아무도 많은 말을 하지 않았다. 그들 사이에는 작은 방을 규칙적으로 가로지르는 째깍거림만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소리 속에서 단순한 한 가지 사실이 다시 일깨워졌다. 우리는 시간을 되돌릴 수 없지만, 남은 시간으로 무엇을 할지는 언제나 결정할 수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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