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부는 계절을 위해 옷을 만드는 아기 고슴도치

미처 완성하지 못한 옷

푸르른 숲 가장자리, 오래된 참나무 아래에는 다져 만든 흙과 마른 나뭇가지로 지은 작은 집이 한 채 있었습니다. 그곳은 부지런하고 손재주가 좋지만 조금 수줍음이 많은 갈색 고슴도치의 집이었습니다. 매일 아침 갈색 고슴도치는 아직 이슬방울이 잎에 맺혀 있을 때 일어나 마당을 깨끗이 쓸고, 처마 곁에 앉아 자신이 쓸 작은 물건들을 꿰매곤 했습니다.

그해에는 바람의 계절이 예년보다 일찍 찾아왔습니다. 산비탈에서 불어 내려온 바람이 세차게 몰아치며 나뭇가지를 흔들고, 노란 잎을 길 곳곳으로 날려 보냈습니다. 숲속 동물들은 차례차례 문을 닫고 추위를 피할 따뜻한 곳을 찾았습니다. 갈색 고슴도치도 자신을 위해 마른 잎으로 외투를 준비했습니다. 반짝이는 노란 은행잎을 주워 여러 겹으로 포개고, 질긴 풀실로 묶었습니다.

옷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지만 정말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햇빛에 들어 올릴 때마다 잎들이 꿀빛으로 반짝였습니다. 갈색 고슴도치는 무척 기뻤습니다. 옷을 입고 숲을 산책하면 친구들이 따뜻하면서도 가벼운 옷이라며 감탄할 모습을 상상했습니다.

그런데 갈색 고슴도치가 막 옷깃 부분을 꿰매려던 순간, 거센 바람이 불어왔습니다. 집 문이 벌컥 열리면서 탁자 위에 있던 마른 잎 더미가 사방으로 날아갔습니다. 갈색 고슴도치는 서둘러 쫓아갔지만, 잎들은 바람에 휩쓸려 여러 방향으로 흩어졌습니다. 갈색 고슴도치는 잎의 절반만 겨우 붙잡을 수 있었습니다.

갈색 고슴도치는 처마에 털썩 주저앉았습니다. 너무 슬퍼서 더는 잎을 줍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때 갑자기 개울 쪽에서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습니다.

“누가 좀 도와줄 수 없나요?”

갈색 고슴도치는 고개를 들었습니다. 다람쥐의 목소리였습니다.

바람의 계절에 모두가 걱정하다

다람쥐는 개울가를 따라 밤이 든 바구니를 안고 달리고 있었습니다. 바람이 세차게 불어 목에 두른 털실 목도리가 펄럭였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작은 나뭇가지 하나가 떨어져 길을 가로막았습니다. 다람쥐는 그 나뭇가지에 걸려 넘어졌고, 바구니가 한쪽으로 기울면서 밤이 젖은 땅바닥에 이리저리 굴러갔습니다.

갈색 고슴도치는 친구를 도우러 달려갔습니다. 두 친구가 밤 몇 알을 막 주웠을 때, 양치식물 덤불 아래에서 또 작은 울음소리가 들려왔습니다. 흰 토끼가 나무줄기 옆에서 웅크리고 있었습니다. 토끼 가족의 풀 지붕은 바람에 날아가 버렸고, 아기 토끼 두 마리는 추위에 덜덜 떨고 있었습니다.

“엄마가 아빠가 돌아올 때까지 여기서 기다리라고 하셨어요.” 흰 토끼가 귀를 축 늘어뜨린 채 말했습니다. “하지만 바람이 너무 차가워요.”

갈색 고슴도치는 손에 들린 채 아직 완성되지 않은 나뭇잎 옷을 바라보았습니다. 남은 잎을 사용하면 자신이 입을 만큼 따뜻한 옷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서로 바싹 붙어 있는 아기 토끼 두 마리를 보자 마음이 편하지 않았습니다.

“우선 우리 집으로 가자.” 갈색 고슴도치가 말했습니다. “우리 집은 작지만 바람을 피할 자리는 충분히 있어.”

갈색 고슴도치는 다람쥐와 토끼 가족을 집으로 데려갔습니다. 마른 나뭇가지로 작은 불을 피우고, 아기 토끼 두 마리의 어깨에 수건을 덮어 준 뒤 따뜻한 물을 끓였습니다. 다람쥐는 갈색 고슴도치가 덤불 속으로 날아간 잎들을 다시 줍는 일을 도왔습니다. 흰 토끼는 어린 나뭇가지로 창문을 임시로 막았습니다.

모두가 일하고 있을 때, 밖에서 가느다란 신음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가시덤불 아래에서 참새 한 마리가 한쪽 날개가 덩굴에 걸린 채 꼼짝 못 하고 있었습니다. 참새의 온몸은 추위에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습니다.

갈색 고슴도치는 곧바로 밖으로 달려갔습니다. 등에 난 가시로 나뭇가지를 한쪽으로 밀어낸 다음, 참새의 날개에서 덩굴을 조심스럽게 풀어 주었습니다. 너무 서두른 탓에 갈색 고슴도치의 가시 하나가 덩굴에 걸려 부러지고 말았습니다.

“아프지 않아?” 참새가 걱정스럽게 물었습니다.

“괜찮아.” 갈색 고슴도치가 웃으며 말했습니다. “일단 집에 들어가 몸을 녹이자.”

제자리를 찾아가는 나뭇잎들

그날 밤에도 바람은 세차게 불었습니다. 갈색 고슴도치의 작은 집은 평소보다 비좁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따뜻했습니다. 다람쥐는 모두에게 밤을 나누어 주었습니다. 흰 토끼는 언덕 비탈에서 피어나는 꽃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참새는 목소리가 아직 떨렸지만 짧은 노래를 불렀습니다. 갈색 고슴도치는 불가에 앉아 남은 마른 잎 더미를 말없이 바라보았습니다.

남은 잎으로는 작은 옷 한 벌을 만들 수 있을 뿐이었습니다. 자신을 위해 옷을 만들면 앞으로 며칠 동안 추위에 떨지 않아도 될 터였습니다. 토끼 가족의 지붕을 고치는 데 잎을 쓰면 바람 부는 계절에 계속 잎을 주우러 다녀야 했습니다. 갈색 고슴도치는 한참을 생각하다가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내일은 먼저 토끼네 지붕부터 고치자.” 갈색 고슴도치가 말했습니다. “그다음에는 참새의 날개를 덮어 줄 것을 만들 거야. 내 옷은 나중에 만들어도 괜찮아.”

다람쥐는 갈색 고슴도치를 바라보다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나는 먹을 것과 마른 나뭇가지를 찾아올게.”

“나는 지붕을 묶을 부드러운 풀을 찾을게.” 흰 토끼가 말했습니다.

참새는 다친 적 없는 날개를 살짝 퍼덕였습니다.

“나는 다른 친구들에게 우리가 도움이 필요하다고 알려 주고 올게.”

다음 날 아침, 바람이 막 잦아들자 참새는 숲 곳곳을 날아다녔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많은 동물들이 갈색 고슴도치의 집 앞에 모였습니다. 사슴 아저씨는 긴 나뭇가지를 가져왔습니다. 들쥐 가족은 마른 짚을 가져왔습니다. 사향고양이는 튼튼한 덩굴 한 뭉치를 가져왔습니다. 평소 소나무 꼭대기에서 혼자 지내던 까마귀까지 온전한 큰 잎 몇 장을 가져왔습니다.

모두가 함께 토끼 가족의 지붕을 고쳤습니다. 나뭇가지로 틀을 만들고, 아래에는 마른 짚을 깔고, 위에는 큰 잎을 덮었습니다. 갈색 고슴도치는 돌아다니며 매듭을 하나하나 단단히 묶었습니다. 갑자기 바람이 한 번 불어왔지만 지붕은 흔들리기만 할 뿐 더는 날아가지 않았습니다.

그다음에는 참새의 날개를 덮을 작은 덮개를 만들었습니다. 갈색 고슴도치는 부드러운 잎 몇 장을 사용하고 마른 풀을 한 겹 더 깐 뒤, 참새가 불편하지 않으면서도 따뜻하도록 몸 둘레에 살며시 묶어 주었습니다.

오후가 되자 모두 지쳤지만 기뻤습니다. 흰 토끼는 새 집으로 모두를 초대해 따뜻한 물을 대접했습니다. 참새는 이제 낮은 나뭇가지에서 다른 낮은 나뭇가지로 뛰어갈 수 있었습니다. 다람쥐는 바구니에서 가장 큰 밤을 찾아 갈색 고슴도치의 손에 올려 주었습니다.

“이건 네게 주는 선물이야.” 다람쥐가 말했습니다. “우리에게 네 집을 빌려주었으니까.”

갈색 고슴도치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나는 그저 누구든 친구라면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야.”

참나무 아래의 선물

그 후 며칠 동안에도 갈색 고슴도치에게는 외투가 없었습니다. 낡은 목도리를 두르고, 밖에 나갈 때마다 바람을 피하려고 아주 빠르게 걸어야 했습니다. 그래도 불평하지 않았습니다. 아침에는 흰 토끼가 지붕을 단단히 고정하는 일을 도왔습니다. 점심에는 다람쥐와 함께 밤을 주웠습니다. 오후에는 참새에게 바람을 피할 수 있는 나뭇가지를 찾아 쉬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어느 날 갈색 고슴도치가 집으로 돌아왔을 때, 문 앞에 커다란 잎 더미가 놓여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은행잎, 단풍잎, 참나무 잎, 양치식물 잎이 가지런히 다발로 묶여 있었습니다. 그 옆에는 질긴 풀실과 부드러운 덩굴, 마른 나무 가시로 만든 작은 바늘이 놓여 있었습니다.

갈색 고슴도치는 깜짝 놀랐습니다. 누가 가져다 놓았는지 묻기도 전에 사각사각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다람쥐, 흰 토끼, 참새, 사슴 아저씨, 들쥐 가족과 많은 친구들이 함께 나타났습니다.

“우리가 너에게 옷을 만들어 주고 싶어.” 흰 토끼가 말했습니다.

“모두 조금씩 보탰어.” 다람쥐가 말을 이었습니다. “나는 은행잎을 보탰어.”

“나는 부드러운 풀을 보탰어.” 들쥐가 말했습니다.

“나는 개울 건너편에서 큰 잎들을 찾아왔어.” 참새가 재잘거렸습니다.

갈색 고슴도치는 감동해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자신에게는 완성하지 못한 옷 한 벌과 작은 집 한 채만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순간에야 갈색 고슴도치는 자신 곁에 기꺼이 서 줄 친구가 아주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숲 전체가 옷을 만드는 일에 나섰습니다. 사슴 아저씨는 나뭇가지로 틀을 만들었습니다. 들쥐는 크기를 쟀습니다. 다람쥐는 색깔이 비슷한 잎들을 골랐습니다. 흰 토끼는 옷깃을 꿰맸습니다. 갈색 고슴도치는 바람이 들어오지 않도록 잎을 포개는 방법을 모두에게 알려 주었습니다.

사흘 뒤, 옷이 완성되었습니다. 갈색 고슴도치가 처음 만들던 옷과는 달랐습니다. 새 옷에는 노란 잎, 갈색 잎, 붉은 잎, 그리고 아직 남아 있던 초록 잎 몇 장까지 들어 있었습니다. 옷 등에는 참새가 낡은 목도리에서 찾아낸 작은 천 조각도 붙어 있었습니다. 옷의 모든 부분에는 친구 한 명 한 명의 흔적이 담겨 있었습니다.

갈색 고슴도치가 옷을 입어 보았습니다. 어깨 부분은 조금 헐렁하고 왼쪽 소매가 오른쪽 소매보다 길었지만, 무척 따뜻했습니다. 갈색 고슴도치가 문밖으로 나서자 바람이 다시 숲을 가로질러 불어왔습니다. 옷에 달린 잎들이 살랑살랑 흔들리며 박수 소리 같은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냈습니다.

겨울을 따뜻하게 만드는 것

그날부터 숲속 동물들은 갈색 고슴도치의 옷을 ‘착한 바람 옷’이라고 불렀습니다. 그 옷에 마법이 있어서도 아니고, 특별한 잎으로 만들어졌기 때문도 아니었습니다. 그 옷이 소중한 이유는 아주 많은 이들의 노력과 관심, 감사하는 마음이 그 안에 담겨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해 겨울에도 몹시 추운 날들이 있었습니다. 바람은 여전히 나무줄기 사이로 불었고, 차가운 비는 지붕 위로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숲의 그 누구도 혼자 추위에 떨지 않았습니다. 어느 집이 망가지면 모두가 함께 고치러 갔습니다. 누군가 먹을 것이 부족하면 밤이 든 바구니를 나누었습니다. 다친 동물이 생기면 친구들이 번갈아 돌보았습니다.

갈색 고슴도치도 더는 예전처럼 수줍어하지 않았습니다. 다른 이를 돕는다고 해서 자신이 작아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오히려 선행 하나하나는 부드러운 풀 한 가닥과 같습니다. 풀 한 가닥은 바람에 쉽게 날아갈 수 있지만, 여러 가닥을 함께 꼬으면 튼튼한 끈이 됩니다.

사랑하는 어린이 여러분, 때로 우리는 누군가를 도우려면 아주 큰 선물을 주거나 정말 대단한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갈색 고슴도치는 좋은 일은 아주 소박한 일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보여 주었습니다. 친구가 바람을 피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 주는 일, 떨어진 물건 몇 개를 주워 주는 일, 음식의 일부를 나누는 일, 또는 슬퍼하는 사람 곁에 앉아 주는 일처럼 말입니다.

나뭇잎 한 장으로는 겨울 전체를 막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많은 잎을 나란히 포개면 따뜻한 옷을 만들 수 있습니다. 친절한 행동 하나는 작을 수 있지만, 많은 사람이 함께 나누면 숲 전체로 퍼져 나갈 만큼 충분한 온기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