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바람이 많이 부는 어느 평야 끝에, 말라 버린 강줄기 곁에 자리한 마을이 하나 있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그곳을 마른 강 나루터라고 불렀습니다. 더는 오가는 배가 없었고, 강바닥에는 늙은 손바닥의 손금처럼 갈라진 땅줄기만 구불구불 이어져 있었지만 말입니다.
그보다 더 옛날에는 강이 너무 넓어서 이쪽 강둑에 서면 맞은편 집 지붕이 선명하게 보이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계절에 따라 강물은 불어나고 줄어들었고, 논으로 비옥한 흙을 날라 왔으며, 장을 보러 가고 학교에 가고 또 다른 삶을 찾아 떠나는 사람들을 나룻배에 실어 날랐습니다. 하지만 여러 해 동안 비가 내리지 않자 강은 점점 가늘어졌고, 탁한 물웅덩이 하나로 오그라들더니, 마침내 마른 진흙층 아래로 사라졌습니다.
나루터 곁 늙은 목화나무에 걸린 청동 종만은 여전히 그 자리에 남아 있었습니다.
종은 크지 않았고, 청동 표면은 이미 빛을 잃었으며, 한쪽 고리는 깨져 있었습니다. 바람이 불어 지나갈 때마다 종은 아주 희미한 울림을 냈는데, 마치 누군가 멀리서 부르는 소리 같았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그 종이 물이 불어나는 것을 알리기 위해 걸어 둔 것이라고 했습니다. 종이 세 번 연이어 울리면 모두 어린아이와 노인들을 높은 언덕으로 데려가야 했습니다. 강이 마른 뒤로는 아무도 더는 그 종에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마이만 빼고요.
마이는 열두 살로, 마을 끝의 낮은 기와집에서 어머니와 함께 살았습니다. 어머니는 날마다 대나무 바구니를 엮었고, 마이는 대개 강 나루터에 나가 깨진 도자기 조각과 조개껍데기, 바람에 날려 온 나무 씨앗을 주웠습니다. 마이는 목화나무 아래에 앉아 종소리를 듣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종이 울리는 일은 거의 없었지만요.
마이의 어머니는 딸이 혼자 나루터에 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어머니는 그곳에 이제 뜨거운 바람과 옛이야기만 남아 있다고 늘 일렀습니다. 마을 어른들도 마이에게 어머니를 도울 일을 찾아야지, 죽은 강이 다시 흐르기를 기다리며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고 말했습니다.
마이는 반박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강은 물이 마를 수는 있어도 완전히 죽은 것은 아닐지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무더운 한낮이면 마이는 갈라진 땅에 귀를 대고 아주 깊은 곳, 아주 먼 곳에서 졸졸 흐르는 소리를 듣는 듯했습니다.
어느 해, 가뭄이 여느 해보다 오래 이어졌습니다. 벼논에는 이삭이 패지 않았고, 마을 우물은 검은 진흙층만 남을 때까지 수위가 내려갔습니다. 사람들은 떠나기 시작했습니다. 다른 곳에 친척이 있는 가족들이 먼저 짐을 짊어지고 길을 나섰습니다. 남은 사람들은 소를 팔고, 밭을 팔고, 여러 세대가 살아온 집까지 팔았습니다.
이장은 청동 종을 떼어 팔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지나가던 고물상이 꽤 높은 값을 제시했는데, 그 돈이면 온 마을이 몇 주 동안 먹을 쌀을 살 수 있었습니다.
그날 오후, 몇몇 남자들이 사다리를 목화나무 밑으로 가져왔습니다. 마이는 달려가 나무줄기를 끌어안았습니다.
마이는 종은 어느 한 사람의 것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그것은 이곳에 살았던 사람들의 당부라고요.
이장은 마이를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습니다. 그는 당부는 밥으로 끓여 먹을 수도 없고 우물을 채울 수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마이는 그가 옳다는 것을 알았기에 논쟁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날 밤, 마이는 어머니 곁에 아주 오래 앉아 있다가 종이 왜 목화나무에 걸려 있는지 물었습니다.
마이의 어머니는 한동안 말이 없었습니다. 마침내 어머니는 나무 궤짝 밑바닥에서 낡은 천 조각 하나를 꺼냈습니다. 그 안에는 녹이 슨 작은 철제 열쇠가 들어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자신이 어렸을 때 외할머니가 강 나루터 아래에 오래된 돌 우물이 있다고 말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우물은 마을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굽이진 강 너머에 있었고, 흙과 풀에 뒤덮여 있었습니다. 조상들은 배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이 물을 길을 수 있도록 우물을 팠습니다. 강물이 빠지면서 우물로 내려가는 길이 흙에 묻혔습니다. 이 열쇠는 그곳에 있는 돌문을 여는 데 쓰인다고 했지만, 아직 아무도 그 문을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마이의 어머니는 그 이야기가 사실인지 알지 못했습니다. 외할머니는 길을 가르쳐 주기도 전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다만 어느 날 바람이 없는데도 종이 세 번 울리면, 듣는 사람은 오래된 우물을 찾아가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그때가 바로 땅이 감추어 둔 것을 돌려줄 준비를 마친 때이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이야기를 들은 마이는 가슴이 뜨거워졌습니다. 그날 밤, 달은 초승달처럼 가늘었습니다. 온 마을이 잠든 뒤, 강 나루터 쪽에서 세 번의 울림이 들려왔습니다.
뎅. 뎅. 뎅.
마이는 벌떡 일어났습니다. 어머니도 그 소리를 들었지만 딸의 손을 붙잡았습니다. 그저 금속이 나뭇가지에 부딪힌 소리일까 봐 두려웠던 것입니다. 하지만 밖에는 바람이 없었습니다. 바나나 잎사귀들은 꼼짝하지 않았고, 풀끝도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다음 날 이른 아침, 마이는 열쇠와 밧줄 한 두루마리, 작은 괭이, 그리고 집에 남은 마지막 물이 든 항아리를 챙겼습니다. 그리고 강바닥을 따라 북쪽으로 걸어갔습니다. 마른 갈대 줄기가 더 빽빽하게 자란 곳이었습니다. 세 번째 굽이를 지난 뒤, 마이는 흙 아래로 드러난 돌바닥을 발견했습니다. 돌바닥에는 물고기 모양이 새겨져 있었는데, 종 몸체에 희미하게 남아 있는 무늬와 똑같았습니다.
마이는 오전 내내 땅을 팠습니다. 흙은 벽돌처럼 단단했고, 두 손에는 물집이 부풀어 올랐습니다. 해가 서쪽으로 기울 무렵, 괭이날이 속이 빈 물체에 부딪혔습니다. 마이는 손으로 흙을 걷어 내다가 위쪽에 녹슨 자물쇠가 달린 낮은 돌문을 보았습니다.
열쇠는 꼭 맞았습니다.
돌문은 느릿하고 묵직한 소리를 내며 열렸습니다. 그 뒤에는 지하로 이어지는 계단길이 있었습니다. 아래에서 올라오는 공기는 서늘했고, 이끼와 돌의 눅눅한 냄새를 머금고 있었습니다. 마이는 밧줄을 갈대 뿌리에 묶고 석유등을 든 채 아래로 내려갔습니다.
계단 끝에는 둥근 방이 하나 있었습니다. 방 한가운데에는 돌우물이 있었고, 우물 벽에는 기묘한 글자들이 가득 새겨져 있었습니다. 맞은편 벽에는 누군가 마이가 읽을 수 없는 옛 문자로 문장을 적어 놓았습니다. 벽 아래에는 밀랍으로 봉한 토기 항아리 하나가 놓여 있었습니다.
마이가 항아리 뚜껑을 열자, 안에는 금은보화가 아니라 짙은 푸른빛의 작은 씨앗들이 들어 있었습니다.
바로 그때 위쪽에서 종소리가 들려왔습니다. 한 번, 그리고 또 한 번. 마이는 서둘러 위로 뛰어 올라갔습니다. 돌문 밖으로 막 나서는 순간, 땅이 살짝 흔들렸습니다. 우물 안에서 가느다란 물줄기가 솟아나와 땅의 틈 사이로 스며들었습니다. 물은 너무 맑아서 모래알 하나하나가 보일 정도였습니다.
마이는 한 모금 마셔 보았습니다. 물은 달고 시원했습니다.
마이는 마을로 달려가 모두를 불렀습니다. 처음에는 아무도 믿지 않았습니다. 이장은 마이가 작은 물웅덩이 하나를 발견했을 뿐이며, 누구도 구할 만큼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마이와 함께 나루터로 가 보니, 물은 이미 긴 도랑을 이루어 흐르고 있었습니다. 물은 세차게 쏟아지지도, 대단한 기적을 일으키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끈기 있게 퍼져 나가 메마른 땅속으로 스며들고 있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물길을 넓게 팠습니다. 남아 있던 항아리들을 이용해 물을 우물로 이끌었습니다. 마이의 어머니는 항아리 속 씨앗을 나루터 근처의 땅에 시험 삼아 심었습니다. 그것이 어떤 식물의 씨앗인지 아는 사람은 없었고, 여러 해의 가뭄 뒤에도 싹을 틔울 수 있을지는 더더욱 알 수 없었습니다.
날이 가도 물은 계속 흘렀습니다. 느리지만 한결같았습니다. 첫 씨앗들은 짧은 비가 한 차례 내린 뒤 싹을 틔웠습니다. 싹은 키가 낮고 잎이 두꺼우며 푸른 식물로 자라났고, 땅속에 물을 붙잡아 두는 능력이 있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씨앗을 받아 번식시킨 뒤 강바닥을 따라 심었습니다. 다음 해 우기가 오자 언덕 비탈에서 흘러내린 물은 더는 그대로 흘러가 버리지 않았습니다. 뿌리가 흙을 붙잡고, 흙이 물을 붙잡았으며, 물은 다시 강바닥으로 돌아가는 길을 찾았습니다.
3년 뒤, 강은 옛사람들의 이야기처럼 넓은 모습으로 돌아오지는 않았지만, 강바닥에는 맑은 물줄기가 흐르고 있었습니다. 마을 아이들은 다시 작은 배를 젓는 법을 배웠습니다. 한때 떠났던 가족들도 집을 고쳐 돌아오기 시작했습니다.
청동 종은 여전히 목화나무에 걸려 있었습니다.
그때부터 마을 사람들은 종을 더 이상 홍수를 알리는 물건으로만 여기지 않았습니다. 씨앗을 뿌리는 계절이 오면 사람들은 함께 나무 밑으로 가서 청동 표면을 깨끗이 닦고, 아이들에게 자신들이 태어나기 훨씬 전부터 우물을 파고 나무를 심고 땅을 지켜 온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마이는 자라서 물 나루터를 지키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마이는 자신이 마을을 구했다고 결코 말하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이 마른 강바닥 곁에서 울고 탄식하는 일을 멈추고 함께 땅을 파 내려갔을 때 비로소 물줄기를 찾았으니, 마을이 스스로를 구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여러 해가 지난 뒤, 한 소년이 마이에게 바람이 불지 않아도 종이 울리느냐고 물었습니다. 마이는 저녁 햇살 아래 흐르는 강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습니다.
마이는 어떤 부름은 바람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그것은 기억에서, 땅속에서, 사람들이 잊어버린 것들에서 옵니다. 하지만 그 소리를 들으려면 사람은 충분히 고요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부름을 생명으로 바꾸려면 사람들이 함께 일해야 합니다.
그날 밤, 강 나루터에서 종이 맑은 소리로 한 번 울렸습니다. 그것이 바람 때문인지, 목화나무 가지가 살짝 흔들렸기 때문인지는 아무도 알지 못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그저 걸음을 멈추고 귀를 기울였습니다. 그들의 발밑에서는 물줄기가 말없이 들판을 향해 흘러가며 비옥한 흙과 새로운 푸른 계절에 대한 약속을 실어 나르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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