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이는 단추
작은 길 끝에 연한 노란색으로 칠해진 집이 한 채 있었습니다. 그 집에는 안이라는 아이가 엄마와 외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었습니다. 안은 재빠르고 활발한 남자아이로, 뛰어다니는 것과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했고, 어른들이 보통 눈여겨보지 않는 아주 작은 물건들을 탐험하는 것을 특히 좋아했습니다.
어느 날 아침, 엄마는 안에게 파란색 외투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외투에는 둥근 단추 네 개가 달려 있었고, 단추 하나하나는 반들반들하게 빛나는 나무로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맨 위 단추에는 웃음처럼 보이는 자연스러운 빛무늬가 있었습니다. 안은 그 단추에게 ‘반짝이 단추’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습니다.
반짝이 단추는 가장 첫 번째 자리에 있다는 것이 무척 자랑스러웠습니다. 그래서 그곳에서 안의 밝은 얼굴을 보고, 안이 학교에 가기 전에 엄마가 당부하는 말을 듣고, 날씨가 쌀쌀해질 때마다 작은 손이 외투를 여미는 따뜻한 감촉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안에게는 엄마와 외할머니를 속상하게 하는 습관이 하나 있었습니다. 안은 아주 쉽게 약속하고, 또 아주 쉽게 잊어버리곤 했습니다. 놀고 나서 장난감을 치우겠다고 약속했지만, 저녁이 되어도 장난감은 바닥 여기저기에 널려 있었습니다. 고양이 므엽이에게 밥을 주겠다고 약속했지만, 공을 차느라 정신이 팔려 빈 그릇만 남겨 두었습니다. 외할머니에게 털실로 짠 목도리를 방 안으로 가져다 놓겠다고 약속하고도, 할머니가 찾으러 갔을 때 목도리는 여전히 현관 앞 의자에 놓여 있었습니다.
안은 나쁜 아이가 아니었습니다. 엄마가 장난감을 치워야 하거나 외할머니가 한숨 쉬는 모습을 볼 때마다 안은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잠시만 지나면 안은 자신이 방금 고치려고 했던 일을 또 잊어버렸습니다.
어느 날 밤, 안이 막 외투를 벗어 옷걸이에 걸었을 때 반짝이 단추는 안이 엄마에게 말하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내일은 학교 가기 전에 꼭 므엽이 밥 주는 걸 잊지 않을게요.”
반짝이 단추는 안을 믿고 싶었습니다. 그 약속이 정말 이루어지기를 바랐습니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발밑에 모래알 하나가 끼어 있는 것처럼 작은 걱정이 있었습니다.
밤이 깊어졌습니다. 집 안은 고요했습니다. 바람이 문틈으로 스며들어 파란 외투를 살짝 흔들었습니다. 바로 그때 반짝이 단추를 붙들고 있던 실 한 가닥이 풀렸습니다. 단추는 외투에서 굴러 떨어져 바닥에 닿은 뒤, 천천히 문틈을 지나 굴러갔습니다.
“나는 이제 어디로 가야 하지?” 반짝이 단추는 스스로에게 물었습니다.
반짝이 단추는 파란 외투를 마지막으로 올려다보았습니다. 나머지 단추 네 개는 가만히, 동그랗고 포근하게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반짝이 단추는 문득 생각했습니다. 자신의 걱정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한다면, 자신은 영원히 외투에 달린 작은 물건일 뿐, 안이 늘 하는 약속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할지도 모른다고 말입니다.
오래된 나무 아래에서의 만남
반짝이 단추는 마당을 빠져나와 길가 사람들이 함께 사용하는 정원으로 이어지는 돌길을 따라 굴러갔습니다. 달빛이 길 위로 내려앉아 반짝이 단추는 반짝반짝 빛났습니다. 얼마쯤 갔을 때, 반짝이 단추는 벽돌 두 장 사이에 끼어 있는 노란 잎사귀를 만났습니다.
“약속이 돌아갈 집으로 가는 길을 알고 있나요?” 반짝이 단추가 물었습니다.
잎사귀가 살랑살랑 흔들리며 대답했습니다.
“나는 흙으로 돌아가는 길만 알아. 약속은 한 번도 만나 본 적이 없어.”
반짝이 단추는 잎사귀에게 고맙다고 인사한 뒤 계속 길을 갔습니다. 오래된 나무 아래에서 반짝이 단추는 이끼 위를 느릿느릿 기어가고 있는 달팽이를 만났습니다.
“그렇게 천천히 가서 어떻게 가야 할 곳에 도착하나요?” 반짝이 단추가 물었습니다.
달팽이가 미소 지으며 대답했습니다.
“나는 빨리 갈 필요가 없어. 중간에 되돌아가지 않기만 하면 돼.”
그 대답에 반짝이 단추는 생각에 잠겼습니다. 어쩌면 약속도 길과 같은 것인지 모릅니다. 처음부터 아주 거창하게 시작할 필요는 없지만, 한 번 걸음을 내디딘 사람은 계속 나아가려고 애써야 합니다.
달팽이는 반짝이 단추에게 호수로 이어지는 작은 길을 가리켜 주었습니다. 그곳에는 나무다리가 하나 있었고, 다리 아래로는 맑고 투명한 시냇물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반짝이 단추가 가까이 굴러가자 물결이 일렁였습니다. 흰 황새 할머니 한 마리가 물가에 서 있었고, 긴 다리의 그림자가 시냇물 위에 비쳤습니다.
“너는 무엇을 찾고 있니?” 황새 할머니가 물었습니다.
“약속이 보관되는 곳을 찾고 있어요. 어떤 사람들은 왜 약속을 아주 쉽게 하면서도 자신이 말한 일을 하지 않는지 알고 싶어요.”
황새 할머니가 고개를 갸웃했습니다.
“약속은 어떤 상자 안에 보관되는 것이 아니란다. 약속은 말을 한 뒤에 그 사람이 하는 행동 속에 있지. 네가 이해하고 싶다면 저 건너편 물가를 보렴. 그곳에 나무집이 한 채 있단다. 그 집에 사는 사람은 날마다 약속을 하나만 하지만, 그 약속을 땅에 떨어뜨린 적은 한 번도 없단다.”
목수 아저씨의 집
반짝이 단추는 나무다리를 건너 작은 집 앞에 도착했습니다. 집 안에서는 목수 아저씨가 이웃집 아기를 위해 낮은 의자를 고치고 있었습니다. 탁자 위에는 나무 조각들, 망치 하나, 그리고 여러 가닥의 밧줄이 놓여 있었습니다.
목수 아저씨는 반짝이 단추를 발견하고 주워 손바닥 위에 올려놓았습니다.
“밤중에 길을 잃은 단추라니? 내가 무엇을 도와주면 되겠니?”
반짝이 단추는 안에게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습니다. 목수 아저씨는 아주 오랫동안 귀 기울여 듣고 나서 말했습니다.
“어떤 약속은 정말로 좋은 일을 하고 싶어서 하는 말이란다. 하지만 바라는 마음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아. 약속을 지킬 줄 아는 사람은 자신이 한 말을 구체적인 일로 바꿀 방법을 찾지.”
“구체적으로 어떻게요?”
“예를 들어 안이 학교에 가기 전에 고양이에게 밥을 주겠다고 약속했다면, 전날 밤에 그릇을 문 옆에 놓고 사료도 곁에 준비해 둘 수 있지. 장난감을 치우겠다고 약속했다면, 장난감만 넣는 바구니를 하나 정할 수도 있고. 해야 할 일이 하루 일정 속에 자리를 잡으면, 약속은 기억력에 덜 의존하게 된단다.”
반짝이 단추의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반짝이 단추는 안이 약속을 지키려면 완전히 다른 아이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안은 작은 일부터 시작하는 방법만 배우면 되었습니다.
목수 아저씨는 파란 실 한 가닥을 가져와 반짝이 단추의 몸통에 조심스럽게 묶어 주었습니다. 단추가 너무 멀리 굴러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이제 바로 집으로 돌아가도 된단다.” 아저씨가 말했습니다. “하지만 돌아가기 전에 한 가지를 기억하렴. 약속을 깜빡했을 때 사람은 피하거나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는 척할 필요가 없어. 잘못을 인정하고 다시 하고, 다음에는 더 잘 기억할 방법을 찾으면 된단다.”
반짝이 단추는 목수 아저씨에게 고맙다고 인사했습니다. 황새 할머니와 달팽이, 노란 잎사귀에게도 인사한 뒤, 왔던 길을 따라 다시 굴러가기 시작했습니다. 이번에는 자신이 더 이상 작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반짝이 단추는 시냇물 위 달빛처럼 분명하게 빛나는 생각을 품고 있었습니다.
안은 약속을 지키는 법을 배웠어요
날이 밝아 올 무렵, 반짝이 단추는 집 마당으로 돌아왔습니다. 반짝이 단추는 파란 외투의 발치에서 멈추었습니다. 바로 그때 안이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안은 길게 하품하고 방에서 나왔다가 바닥에 놓인 반짝이 단추를 보았습니다.
“아, 내 단추!” 안은 몸을 숙여 단추를 주웠습니다.
엄마는 소리를 듣고 곧 밖으로 나왔습니다. 안은 단추를 상자에 넣어 두었다가 나중에 다시 꿰매겠다고 말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반짝이 단추에 묶인 파란 실을 보자 안은 갑자기 말이 없어졌습니다.
안은 므엽이에게 밥을 주겠다고 한 약속이 떠올랐습니다. 부엌 옆에 놓여 있던 빈 그릇도 생각났습니다. 매일 저녁 장난감을 주워야 해서 지쳐 보이던 엄마의 모습도 떠올랐습니다.
“엄마,” 안이 말했습니다. “제가 여러 번 약속하고도 잊어버렸어요. 오늘은 제가 말한 일을 바로 할래요.”
안은 므엽이에게 먹이를 주고 그릇을 깨끗이 씻은 뒤 눈에 잘 띄는 곳에 놓았습니다. 그런 다음 장난감을 바구니에 넣었습니다. 안은 바람처럼 서두르지 않았습니다. 한 가지씩 일을 했고, 때로는 책상 밑으로 굴러 들어간 장난감 자동차를 주우러 다시 돌아가야 하기도 했습니다.
엄마는 아주 큰 목소리로 칭찬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미소 지으며 말했습니다.
“네가 한 번도 잊지 않았다는 것이 소중한 게 아니란다. 네가 깨닫고 고치기 시작했다는 것이 소중한 거야.”
정오가 되자 엄마는 반짝이 단추를 다시 파란 외투에 꿰매 주었습니다. 바늘이 천을 뚫고 지나갈 때 안은 곁에 앉아 아주 주의 깊게 지켜보았습니다. 안은 엄마에게 헌 단추 하나를 천 조각에 꿰매 보는 법을 가르쳐 달라고 했습니다. 안의 첫 번째 바느질은 비뚤어졌고, 두 번째 바느질은 더 엉켰지만, 안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날부터 안은 장난감을 넣어 둘 바구니를 문 옆에 놓고, 기억해야 할 일을 적는 작은 칠판을 방 안에 두었으며, 므엽이의 식사 시간을 알려 주는 알람시계도 마련했습니다. 매일 밤 잠자리에 들기 전, 안은 자신이 어떤 일을 끝냈고 내일 계속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스스로 물었습니다.
안은 여전히 잊어버리는 날이 있었습니다. 한 번은 책을 읽는 데 정신이 팔려 식탁 위에 책과 공책을 그대로 두었습니다. 또 한 번은 제기차기를 생각보다 오래 해서 외할머니가 기다리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럴 때 안은 “깜빡 잊었어요.”라고 말하고 그냥 넘어가지 않았습니다. 안은 사과하고 해야 할 일을 다시 했으며, 다음에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방법을 찾았습니다.
약속에는 작은 발이 있어요
며칠이 지나고 또 며칠이 지나도 반짝이 단추는 여전히 파란 외투에 달려 있었습니다. 반짝이 단추는 안이 조금씩 자라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안은 더 이상 모두를 기쁘게 하려고 많은 약속을 하지 않았습니다. 말을 하기 전에 자신이 정말 지킬 수 있는지 생각했습니다. 지킬 수 있다면 무엇을 할 것인지 분명하게 말했습니다. 아직 할 수 없다면 솔직하게 시간을 더 달라고 했습니다.
어느 날 오후, 이웃집 아기가 대문 밖에 털실 목도리를 떨어뜨렸습니다. 안은 그것을 보았지만 친구 집에 급히 가는 중이었습니다. 안은 그냥 지나가려다가 목수 아저씨의 말을 떠올렸습니다. 안은 돌아가 목도리를 주워 먼지를 털고 아기에게 돌려주었습니다.
“고마워요, 안 오빠.” 아기가 말했습니다.
안이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괜찮아. 내가 잠시 네 동생을 잘 봐주겠다고 엄마에게 말했거든.”
반짝이 단추는 그 말을 듣고 자신의 표면에 있는 빛무늬가 더욱 눈부시게 빛나는 것을 느꼈습니다. 반짝이 단추는 약속이 사람을 자유롭지 못하게 묶는 밧줄이 아니라는 것을 이해했습니다. 약속은 작은 두 발과 같습니다. 진실한 마음과 행동으로 소중히 보살피면, 사람과 사람을 서로 더 가까이 데려다줍니다.
그날 밤, 안은 파란 외투를 옷걸이에 걸었습니다. 불을 끄기 전에 안은 반짝이 단추를 살짝 건드렸습니다.
“나에게 알려 줘서 고마워.”
반짝이 단추는 목소리로 대답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부드러운 달빛 속에서 반짝이 단추는 미소를 짓고 있는 듯했습니다.
그날부터 안이 약속을 하려 할 때마다 반짝이 단추는 파란 외투 위에서 반짝였습니다. 그리고 안은 아름다운 말이 진정한 의미를 가지려면, 그 말이 행동으로 가는 길을 찾아야 한다는 것을 이해했습니다.
아기를 위한 작은 교훈
약속을 지킨다는 것은 언제나 모든 일을 곧바로 해내야 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약속하기 전에 먼저 생각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작은 일부터 시작하며, 스스로 기억할 방법을 마련하고, 깜빡 잊었을 때 솔직해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잠시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하려고 한 약속보다, 사과와 함께 잘못을 바로잡는 행동이 따르는 것이 언제나 더 소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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