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하를 따라 이어지는 길 끝에는 도시 사람 대부분이 지나가지만 이름을 기억하는 이는 거의 없는 작은 버스 정류장이 하나 있었다. 정류장에는 함석 지붕 하나와 색이 바랜 나무 벤치 두 개, 한쪽으로 기울어진 버스 노선 안내판이 전부였다. 아침이면 그곳은 다급한 슬리퍼 끄는 소리와 경쾌하게 울리는 엔진 소리, 버스가 도착하는 소리에 끊기는 대화로 가득했다. 오후가 되어 햇빛이 서서히 도로에서 물러나면 정류장은 다시 한산해졌고, 사박거리는 아카시아 잎 소리와 벤치에 달라붙은 눅눅한 먼지 냄새만 남았다.
럼 아저씨는 늘 안쪽 벤치에 앉아 있었다. 아무도 그가 정확히 몇 살인지 알지 못했다. 사람들은 거의 백발이 된 머리와 느릿한 걸음걸이를 보고 예순은 넘었을 거라고 짐작했지만, 그의 눈은 여전히 빛났고, 때로는 휴대전화에 정신이 팔린 젊은이들보다 더 빨랐다. 그는 표를 팔지도 않았고 버스 회사에서 일하지도 않았다. 그저 매일 정류장에 나와 첫 버스가 지나갈 때부터 마지막 검표원이 문을 닫고 내릴 때까지 그곳에 머물렀다.
그가 하는 일은 꽤 이상했다. 승객이 버스에서 내릴 때마다 그는 몸을 숙여 벤치 아래로 바람에 밀려온 종이 버스표를 주웠다. 어떤 것은 아직 새것이었고, 어떤 것은 구겨져 있었으며, 어떤 것은 물자국이나 신발 자국이 묻어 있었다. 그는 표를 아주 조심스럽게 털어 낸 뒤, 천 가방 안에 넣어 둔 파란 양철 상자에 차곡차곡 담았다. 누군가 이유를 물으면 그는 그저 웃으며 말했다. “버스표도 누군가를 어딘가로 데려다준 적이 있단다.”
남겨진 종잇조각들
처음에는 모두 럼 아저씨가 이해하기 어려운 어떤 일을 하려고 표를 줍는다고 생각했다. 한 대학생이 그에게 수집하는 거냐고 물은 적이 있었다. 그는 고개를 저었다. 근처에서 장사하던 한 여자는 그 표로 불쏘시개를 만드는 것 같다고 추측했다. 그는 또 고개를 저었다. 어떤 사람은 그가 너무 한가해서 쓰레기나 줍는 놀이를 벌였다고 비웃었다. 그는 반박하지 않고 조용히 계속 표를 주웠다.
사실 그는 모든 표를 간직하지는 않았다. 너무 찢어졌거나 흠뻑 젖은 표는 쓰레기통에 버렸다. 날짜와 시간, 또는 노선 번호가 알아볼 수 있게 남아 있는 표만 골랐다. 집에 돌아오면 그는 작은 나무 집게로 표 한 장 한 장을 거실 벽을 가로질러 팽팽하게 걸어 둔 줄에 집었다. 각각의 버스표 곁에는 흰 종이 한 장이 놓였다. 그 위에는 표를 두고 간 사람에 대해 자신이 기억하는 것을 적었다.
“노란 우비를 입은 여자아이, 병원에서 내림.”
“과자 상자를 안은 남자아이, 가는 내내 창밖만 바라봄.”
“잠든 남자, 종점에 와서야 깜짝 놀라 깨어남.”
그는 그들의 이름도 몰랐고, 그들의 삶이 앞으로 어디로 향할지도 알지 못했다. 메모는 대단한 사건을 기록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그저 스쳐 지나간 몇몇 모습을 남겨 두어, 그날 아침 그 버스에서, 그 정류장 지붕 아래 한 사람이 분명히 존재했음을 증명할 뿐이었다.
그의 일을 진정으로 이해한 첫 번째 사람은 학교에 가기 위해 버스를 타곤 하던 열두 살 소녀 안이었다. 안은 운하 건너편의 작은 집에서 어머니와 함께 살았다. 아버지는 몇 년 전부터 먼 곳에 일하러 가 있었고, 어머니는 시장 근처에서 음료 가판대를 운영했다. 안은 매일 아침 정류장에 아주 일찍 도착해 럼 아저씨 곁에 앉아 어머니가 준비해 준 바인미를 서둘러 먹곤 했다.
어느 날 안은 그가 진흙이 묻은 버스표 한 장을 휴지로 조심스럽게 닦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표에는 버스가 출발한 시간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소녀가 물었다.
“할아버지는 이런 걸 왜 간직하세요?”
럼 아저씨는 손에 든 표를 바라보다가 안에게 보여 주었다.
“사람들은 언제나 어딘가로 가고 있다는 걸 기억하려고.”
안은 이해하지 못했다. 안에게 버스를 타는 일은 매일 해야 하는 일이었을 뿐이다. 학교나 보충 수업에 가기 위해, 혹은 어머니의 허리가 아플 때 병원에 가기 위해 버스를 탔다. 작은 종잇조각 하나로 간직해야 할 만큼 어떤 여정이 기억에 남을 수 있다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었다.
럼 아저씨가 말을 이었다. “어떤 사람은 슬픔을 안고 버스에 올라탔다가 희망을 안고 내린단다. 또 어떤 사람은 더 이상 갈 곳이 없다고 생각해서 버스에 올랐다가, 우연히 마음을 바꾸게 만드는 사람을 만나기도 하지. 우리가 그 일을 알지 못한다고 해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 건 아니란다.”
비 오는 날의 버스
그달 말, 도시는 큰비를 맞았다. 비는 정오부터 시작되어 저녁까지 이어졌고, 운하 옆 도로에는 물이 빠르게 차올랐다. 버스들은 평소보다 느리게 달렸다. 정류장에 서 있던 사람들은 서로 바짝 붙어 있었고, 옷은 흠뻑 젖었으며, 모두의 얼굴에는 피곤함이 드리워져 있었다.
그날 안은 우비를 가져오지 않았다. 어머니는 하늘이 그저 흐리기만 할 거라고 생각해 안에게 학교에 다녀오라고 했다. 수업이 끝난 뒤 소녀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젖은 채 정류장으로 달려왔다. 럼 아저씨는 벤치에 앉아 있다가 곧바로 자신이 가진 유일한 마른 수건을 안에게 내주었다.
“할아버지가 쓰세요.”
“할아버지는 하루 종일 여기 앉아 있어서 이미 말랐단다. 네가 먼저 머리를 닦으렴.”
버스는 거의 30분이나 늦게 도착했다. 그동안 한 여자가 고열이 난 아이를 안고 정류장으로 달려왔다. 여자는 전화를 걸면서도 도로를 바라보고 있었고, 걱정 때문에 목소리가 떨렸다. 한 배달원이 곧바로 우비를 벗어 여자에게 건네며 아이를 가려 주었다. 근처에 서 있던 젊은 남자는 도로 입구까지 달려가 버스가 물에 잠긴 구간에 막혀 있는지 살펴보았다. 럼 아저씨는 가방에서 깨끗한 수건을 꺼내 아이의 얼굴을 닦으라고 엄마에게 건넸다.
버스가 도착하자 사람들은 모자가 먼저 올라탈 수 있도록 길을 비켜 주었다. 배달원은 옆으로 물러섰고, 젊은 남자는 모자가 안전하게 안으로 들어갈 때까지 버스 문을 붙잡고 있었다. 불과 몇 분 만에, 낯선 사람들로 가득했던 버스 정류장은 갑자기 하나의 공동 거실처럼 변했다. 모두가 각자의 걱정으로 분주했지만, 다른 사람의 걱정을 알아볼 만큼의 관심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다음 날 아침, 럼 아저씨는 벤치 아래에서 버스표 세 장을 주웠다. 하나에는 빗물 자국이 있었고, 하나는 반으로 접혀 있었으며, 나머지 하나는 방금 내려놓은 것처럼 깨끗했다. 그는 세 장 모두 집으로 가져갔다. 흰 종이에 그는 이렇게 적었다. “비 오는 밤, 많은 사람이 하나의 지붕 아래 함께 서 있었다.”
안은 주말마다 럼 아저씨의 집에 가기 시작했다. 집은 조용한 골목 안에 있었고, 앞에는 종이꽃 덩굴과 낡은 자전거가 놓여 있었다. 거실에는 줄이 벽을 가득 채운 채 걸려 있었다. 수백 장의 버스표는 도시의 기묘한 지도를 이루고 있었다. 도로명도, 주소도 없고, 출발 시간과 노선 번호, 그리고 몇 줄의 메모만 있었다.
안은 집중한 표정으로 종잇조각들을 하나씩 읽었다. 슬픈 이야기들도 있었다. 남편을 병문안하러 간 여자의 버스표, 아버지와 다툰 뒤 고향을 떠나는 청년의 버스표, 옛집을 찾아 나섰지만 결국 어디에서 내려야 하는지 기억하지 못한 노인의 버스표였다. 즐거운 이야기들도 있었다. 처음으로 혼자 버스를 탄 아이, 여러 해 만에 다시 만난 두 친구, 받을 사람에게 건넬 용기가 나지 않아 여정 내내 꽃다발을 안고 있던 소녀의 이야기였다.
“그 뒤에 그 사람들이 어떻게 됐는지 아세요?” 안이 물었다.
“모른단다.”
“그런데도 왜 계속 적으세요?”
럼 아저씨는 안이 앉을 수 있도록 의자를 끌어 주고 천천히 말했다. “의미 있는 모든 일에 분명한 결말이 필요한 건 아니란다. 때로는 누군가 그날을 지나갔다는 사실만 알아도 충분하지.”
주인 없는 버스표
몇 달 뒤, 럼 아저씨가 버스 정류장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첫날에는 모두 그가 감기에 걸렸을 거라고 생각했다. 둘째 날, 근처에서 장사하던 여자가 그가 가슴 통증으로 병원에 입원했다고 말했다. 안은 그 말을 듣자 어머니에게 부탁해 병문안을 갔다. 그는 병상에 누워 있었고 얼굴은 창백했지만, 소녀를 보자 여전히 웃었다.
“오늘 정류장은 어떠니?” 그가 물었다.
“평소보다 한산해요.”
“할아버지 대신 표를 주워 주고 있니?”
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조심스럽게 접은 버스표 한 장을 꺼냈다. 안이 처음으로 직접 주운 버스표였다. 안은 뒷면에 이렇게 적어 두었다. “다른 사람을 바라보는 법을 가르쳐 준 사람을 만나러 온 소녀.”
럼 아저씨는 그 글을 아주 오래 읽었다. 그리고 버스표를 안에게 돌려줄 때 그의 손이 가볍게 떨렸다.
“네가 간직하렴.”
“하지만 이건 할아버지 일이잖아요.”
“이제는 네 일이기도 하단다.”
럼 아저씨는 거의 2주 동안 병원에 입원했다. 그동안 안은 매일 아침 정류장에 갔다. 표만 줍는 것이 아니라 노인들의 짐을 들어 주고, 낯선 승객에게 길을 알려 주며, 버스가 도착할 때 어린아이들에게 안쪽으로 물러서라고 일러 주었다. 사람들은 점차 럼 아저씨의 부재가 정류장을 텅 비게 만든 것이 아니라, 그동안 무심코 지나치던 것들에 더 주의를 기울이게 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가 돌아왔을 때, 파란 양철 상자는 벤치 위에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그 옆에는 안과 동네 아이들이 함께 만든 종이꽃 한 다발이 있었다. 근처에서 장사하던 여자는 그에게 따뜻한 차 한 주전자를 가져다주었다. 비 오는 밤의 배달원도 들렀다. 그가 어디에서 소식을 들었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럼 아저씨는 정류장 한가운데 서서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누구도 거창한 말을 하지 않았다. 환영식을 연 사람도 없었다. 그저 몇 사람이 함께 미소를 짓고, 그가 늘 앉던 자리에 앉을 수 있도록 옆으로 조금씩 자리를 옮겼을 뿐이었다. 하지만 럼 아저씨에게는 그것으로 충분했다.
지나가고 머무는 곳
그날 이후, 버스표 상자는 더 이상 럼 아저씨만의 것이 아니었다. 누군가 예쁜 버스표를 주우면 상자 안에 넣었다. 어떤 사람은 몇 줄의 글을 곁들였고, 어떤 사람은 조용히 넣은 뒤 버스에 올라탔다. 안은 자라났지만 매일 아침 그와 나란히 앉는 습관을 계속 지켰다. 안은 더 긴 이야기들을 쓰기 시작했다. 버스를 타는 사람들뿐 아니라 상인, 운전기사, 환경미화원, 그리고 도시가 너무 빠르게 스쳐 지나가 버리곤 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썼다.
럼 아저씨는 그 이야기 속 인물 대부분의 이름을 여전히 알지 못했다. 알아내려고 하지도 않았다. 그는 모든 사람이 저마다의 세계를 품고 있다고 믿었다. 때로는 그 세계가 버스를 기다리는 몇 분 동안에만 모습을 드러날 뿐이었다. 자리를 양보하는 일, 안부를 묻는 한마디, 때맞춰 내미는 우비 한 벌은 한 사람의 인생 전체를 바꾸지는 못할지 모른다. 하지만 하루를 덜 춥게 만들기에는 충분하다.
운하를 따라 이어지는 길 끝의 버스 정류장은 여전히 예전처럼 작았다. 비가 내리면 함석 지붕은 여전히 똑똑 소리를 냈고, 벤치에는 여전히 페인트가 벗겨진 곳이 있었으며, 버스 노선 안내판도 여전히 조금 기울어져 있었다. 달라진 것은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인 듯했다. 사람들은 휴대전화 화면에 고개를 덜 숙였다. 어디에서 내려야 할지 몰라 서성이는 사람, 제대로 서 있지 못하는 노인, 엄마의 어깨에서 잠든 아이에게 더 관심을 기울였다.
그리고 누군가의 손에서 버스표 한 장이 바람에 날아갈 때마다, 늘 그것을 주워 드는 손이 있었다. 럼 아저씨일 수도 있었다. 안일 수도 있었다. 아니면 작은 종잇조각 하나에 이렇게 많은 이야기가 담길 수 있다는 사실을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던 누군가일 수도 있었다.
결국 버스표는 단순히 한 번의 여정만 기록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버스표는 도시가 수없이 많은 짧은 만남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낯선 사람들이 하나의 지붕과 한 줄의 벤치, 그리고 한순간의 관심을 함께 나눈다는 것을 말이다. 어떤 사람들은 버스에서 내린 뒤 시야에서 사라진다. 하지만 그들의 흔적은, 설령 낡은 버스표 한 장에 불과하더라도, 누군가가 자신이 이 삶을 결코 혼자 지나온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하게 할 만큼 오래 남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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