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구름 마을 끝자락에는 언덕으로 올라가는 구불구불한 길 곁에 작은 정원이 하나 있었다. 정원은 넓지 않아, 사람이 천천히 걸어야 입구에서 정원 한가운데 있는 돌우물까지 갈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럼에도 그곳은 언제나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봄이면 울타리 곁에서 국화가 노랗게 피어났고, 여름이면 박하 덤불에서 상쾌한 향기가 퍼졌다. 가을이 오면 우물 앞 감나무에는 열매가 주렁주렁 매달렸다. 겨울이 되면 몇 무더기의 작은 꽃들이 여전히 피어나려고 애썼는데, 마치 꺼지기를 거부하는 아주 작은 별들 같았다.
정원을 돌보는 사람은 나라는 이름의 소녀였다. 나는 언덕 아래 기와지붕 집에서 할머니와 함께 살았다. 매일 아침, 학교에 가기 전에 아이는 초록색 물뿌리개를 들고 정원으로 나갔다. 잡초를 뽑고, 마른 잎을 줍고, 바람에 기울어진 나뭇가지를 바로 세우며, 꽃밭 하나하나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식물들도 귀 기울여 들을 줄 안다고 믿었다. 다만 자기들만의 방식으로 대답할 뿐이었다.
“국화야, 안녕. 오늘은 학교에 일찍 가야 하니까, 오후에 돌아와서 우리 계속 이야기하자.”
나는 늘 이렇게 속삭이곤 했다.
할머니는 그 말을 들으면 미소를 지었다. 할머니는 식물은 말을 할 수 없다고 나에게 말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사랑할 줄 아는 사람만이 알아볼 수 있는 것들이 있다는 사실을 할머니는 알고 있었다.
노란 우산
어느 날 오후, 하굣길에 나는 무화과나무 아래 놓여 있는 낡은 우산 하나를 보았다. 우산은 연한 노란색이었고, 천에는 빗방울처럼 작은 동그라미들이 찍혀 있었다. 우산살 하나는 휘어져 있었고 손잡이에는 긁힌 자국이 있었지만, 내가 우산을 집어 들자 우산이 손안에서 살짝 떨렸다.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길에는 아무도 없었고, 마른 잎 몇 장만 바람을 따라 굴러가고 있었다.
“누군가 떨어뜨린 모양이네.”
나는 말했다.
“내가 가져갈게. 주인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
말이 끝나자마자 우산이 살짝 펼쳐졌다. 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무 작아서 나는 나뭇가지 위의 새가 우는 소리인 줄 알았다.
“주인을 찾지 못하면 어떡해?”
나는 깜짝 놀라 우산을 떨어뜨릴 뻔했다.
“방금 네가 말한 거야?”
“응. 하지만 무서워하지 마. 나는 그저 너무 오랫동안 비를 맞으며 서 있어서 하늘과 땅의 모든 소리에 귀 기울이는 법을 배운 우산일 뿐이야.”
나는 우산을 조심스럽게 바라보았다. 말을 하는 우산을 만난 것은 처음이었지만, 그 목소리는 다정하면서도 조금 슬펐다.
“나와 함께 집에 갈래?”
내가 물었다.
“나는 누군가를 비바람으로부터 지켜 주고 싶어.”
우산이 대답했다.
“그게 우산이 해야 할 일이니까.”
나는 우산을 집으로 가져갔다. 할머니는 내가 우산살을 다시 펴도록 도와주고, 찢어진 곳에 작은 천 조각을 꿰매 붙인 뒤 손잡이를 깨끗이 닦아 주었다. 그날부터 노란 우산은 나의 동반자가 되었다. 날씨가 맑은 아침이면 우산은 문가에 가만히 놓여 있었다. 비가 내릴 때마다 우산은 내 머리 위에서 펼쳐져 차가운 빗방울을 막아 주었다.
멈추지 않는 비
그해 흰 구름 마을에는 긴 가뭄이 찾아왔다. 땅은 작은 금이 가득한 모양으로 갈라졌다. 언덕 아래의 개울에는 맑은 물웅덩이 몇 개만 남았다. 정원도 시들기 시작했다. 국화꽃은 꽃잎을 오므렸고, 박하는 더 이상 향기를 내뿜지 않았으며, 우물 앞 감나무는 햇볕 아래 말없이 서 있었다.
나는 날마다 물을 길어 올라가 물을 주었지만, 작은 물뿌리개로는 정원 전체의 갈증을 달랠 수 없었다. 걱정이 된 나머지 밤에 잠을 자면서도 마른 잎들이 마당 가득 날아다니는 꿈을 꾸었다.
“슬퍼하지 마.”
노란 우산이 위로했다.
“곧 비가 올 거야.”
“하지만 비가 너무 늦게 오면 어떡해?”
내가 물었다.
“정원이 그때까지 기다리지 못할까 봐 무서워.”
우산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천에 찍힌 동그라미들을 살짝 흔들었는데, 마치 생각에 잠긴 것 같았다.
정확히 사흘 뒤, 하늘이 갑자기 어두컴컴해졌다. 산 쪽에서 먹구름이 몰려왔고, 세찬 바람이 불어 나뭇가지들이 이리저리 흔들렸다. 그러더니 비가 쏟아졌다. 처음에 나는 기뻐하며 처마 밑으로 뛰어나갔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것이 평범한 비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언덕 비탈에서 물이 흙과 마른 나뭇가지와 작은 돌들을 휩쓸며 세차게 내려왔다. 물줄기는 곧장 정원을 향해 흘렀다.
나는 서둘러 노란 우산을 들고 언덕으로 뛰어 올라갔다. 나무 대문을 닫으려 했지만 물은 이미 발목까지 차올라 있었다. 꽃밭들이 물에 잠겼다. 감나무 밑동 주변의 흙은 깊은 도랑처럼 쓸려 내려갔다. 물이 계속 흐른다면 정원 전체가 언덕 아래로 휩쓸려 내려갈지도 몰랐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내가 외쳤다.
“모두를 불러.”
우산이 말했다.
“너 혼자서는 정원을 지킬 수 없어.”
나는 마을을 향해 달려갔다. 집집마다 문을 두드리며 아이들과 이웃들을 불렀다. 누군가는 삽을 가져왔고, 누군가는 자루를 가져왔으며, 누군가는 낡은 널빤지를 들고 왔다. 모두가 함께 언덕으로 올라가 울타리를 따라 배수로를 파서 물줄기를 빈 풀밭 쪽으로 돌렸다. 아이들은 돌을 주워 줄지어 쌓았고, 어른들은 흙을 담은 자루로 물이 세차게 넘치는 곳들을 막았다.
노란 우산은 나만 가려 준 것이 아니었다. 우산은 한쪽으로 기울어져 밧줄을 나르는 아기를 가려 주었고, 다른 쪽으로 기울어져 울타리를 다시 묶는 할머니를 비로부터 지켜 주었다. 누군가 미끄러지려 할 때마다 우산은 그 사람 앞에서 펄쩍 펼쳐져 진흙 웅덩이를 알아차리고 더 단단히 설 수 있게 해 주었다.
사람들은 오후 내내 빗속에서 일했다. 나는 계속 친구들을 격려했다.
“힘내! 조금만 더 하면 돼. 물줄기가 벌써 방향을 바꾸고 있어!”
날이 어스름해질 무렵, 물은 새로 판 도랑을 따라 흐르기 시작해 정원을 돌아 빈 풀밭으로 흘러내렸다. 꽃밭들은 여전히 흠뻑 젖어 있었고 몇몇 나무는 기울어졌지만, 정원은 지켜 낼 수 있었다.
우산이 받고 싶었던 것
다음 날 아침, 비가 그쳤다. 해가 구름 뒤에서 모습을 드러내며 잎사귀 위에 반짝이는 빛줄기를 비췄다. 마을 사람들은 나무를 세우고 흙을 돋우며 부러진 가지를 치우기 위해 다시 정원으로 모여들었다. 사람들은 모두 우물 앞 감나무가 여전히 굳건히 서 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 낮은 가지 하나에는 붉은 꽃봉오리가 피어나고 있었다.
나는 노란 우산을 들어 올리다가 우산살 하나가 완전히 부러진 것을 알아차렸다. 천에도 긴 찢어진 자국이 하나 더 생겨 있었다.
“네가 사람들을 정말 많이 도와줬어.”
내가 말했다.
“내가 아주 예쁘게 고쳐 줄게.”
우산은 한동안 말이 없다가 대답했다.
“나는 더 예뻐질 필요 없어. 그저 내일도 누구를 가려 줄 수 있을지 알고 싶어.”
나는 우산을 품에 안았다. 작은 친구는 깨끗한 상자 안에 넣어지거나 사람들의 칭찬을 받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니었다. 우산이 바라는 것은 그저 계속 유익한 일을 하는 것뿐이었다.
그 뒤로 나와 할머니는 정원 입구에 커다란 고리를 하나 달았다. 누구든 정원을 찾아왔다가 비가 내리면 노란 우산을 가져갈 수 있었다. 어떤 날에는 우편배달부를 가려 주었고, 어떤 날에는 길을 잃은 아기 고양이와 함께 다녔다. 또 어떤 날에는 어머니에게 약을 가져다주던 한 소년의 어깨 위에 놓여 있었다. 돌아올 때마다 우산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오기를 기다리며 문가에 가지런히 놓였다.
비가 내린 뒤 정원은 전보다 더 푸르게 자라났다. 마을 사람들도 함께 그곳을 돌보았다. 사람들은 작은 배수로를 더 만들고, 흙을 붙잡아 줄 나무를 심었으며, 울타리 옆에 물통 하나를 놓아 목마른 사람이 누구든 사용할 수 있게 했다. 나는 더 이상 정원을 걱정해야 하는 유일한 사람이 아니었다. 나는 어떤 곳이 오래도록 잘 유지되는 것은 한 사람이 모든 일을 맡아서 하기 때문이 아니라, 많은 사람이 기꺼이 자기 몫의 작은 힘을 보태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몇 달 뒤, 우물 앞 감나무에서 이제껏 본 적 없는 가장 큰 꽃 한 송이가 피어났다. 꽃잎은 선명한 붉은빛이었고, 꽃술은 황금빛으로 반짝였으며, 은은한 향기가 바람을 타고 퍼졌다. 나는 그 꽃을 노란 우산의 손잡이에 작은 리본을 묶는 방식으로 우산에게 선물했다.
“이건 정원이 보내는 감사의 선물이야.”
내가 말했다.
우산은 햇살 속에서 살랑살랑 흔들렸다. 다른 사람은 아무도 듣지 못했지만, 나는 친구가 속삭이는 소리를 들었다.
“돌아갈 곳을 마련해 줘서 고마워.”
나는 미소 지었다. 정원은 단지 꽃들이 자라는 곳만이 아니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그곳은 친절이 오가는 곳이자, 낡은 우산 하나가 믿음직한 친구가 될 수 있는 곳이며, 작은 행동 하나가 다른 손길들을 불러 함께 힘을 모으게 하는 곳이었다.
그때부터 비가 올 때마다 흰 구름 마을 사람들은 누구도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없을 만큼 작지는 않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우산 하나가 한 사람을 가려 줄 수는 있지만, 알맞은 때에 펼쳐진다면 공동체 전체가 서로 더 가까이 모여 설 수 있도록 일깨워 줄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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