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가는 나뭇잎의 약속
맑은 시냇물이 양치식물 무리 사이를 굽이굽이 흐르는 푸른 숲 가장자리에, 언덕 비탈 옆에 늙은 사당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습니다. 사당나무는 수많은 비와 햇볕의 계절을 지나왔습니다. 나무의 넓은 가지와 잎은 한낮이면 아기 토끼와 갈색 다람쥐, 작은 새들이 시원한 그늘 아래에서 쉬어 갈 만큼 무성했습니다.
사당나무의 가장 높은 가지에는 작은잎이라는 이름의 어린 나뭇잎이 있었습니다. 작은잎은 몸집이 크지도 않았고, 계절 끝에 돋는 나뭇잎들처럼 선명한 붉은색도 아니었으며, 아래쪽에 있는 형들과 누나들처럼 짙고 윤기 나는 초록색도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작은잎에게는 특별한 점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는 바람이 온 세상 곳곳에서 가져오는 이야기를 듣는 것을 아주 좋아했습니다.
매일 아침, 햇살이 막 나무 꼭대기에 닿으면 작은잎은 목소리를 냈습니다.
“바람아, 오늘은 어디로 가니?”
바람은 사당나무 가지 주위를 한 바퀴 빙 돌고는 대답하곤 했습니다.
“나는 노란 꽃밭을 지나고, 하얀 구름이 있는 산에 들렀다가, 해 질 무렵 이 숲으로 돌아올 거야.”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작은잎은 먼 곳들을 상상했습니다. 노란 꽃밭이 얼마나 넓은지 알고 싶었고, 하얀 구름이 있는 산이 어떻게 생겼는지 보고 싶었으며, 구름들이 잠결에 자주 들려주던 바다의 소리도 듣고 싶었습니다.
어느 날, 초여름의 첫비가 내린 뒤 하늘이 유난히 맑아졌습니다. 먼 곳에서 불어온 바람은 젖은 풀 냄새와 들꽃 향기를 실어 왔습니다. 바람은 사당나무의 넓은 가지와 잎 사이를 부드럽게 지나갔고, 작은잎은 신이 나서 살랑살랑 흔들렸습니다.
“바람아, 나도 함께 가게 해 줘!” 작은잎이 말했습니다.
바람은 깜짝 놀랐습니다.
“사당나무를 떠나고 싶다고? 여행이 아주 길어질 수도 있어. 뜨거운 햇볕과 세찬 비, 그리고 한 번도 가 보지 못한 곳들을 만나게 될 거야.”
“나는 세상을 보고 싶어. 한 바퀴 둘러보고 곧바로 돌아올게.” 작은잎이 기대에 찬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늙은 사당나무는 그 대화를 들었습니다. 나뭇가지들이 살며시 흔들리며 한숨 같은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냈습니다.
“정말 원한다면 가도 좋단다.” 사당나무가 말했습니다. “하지만 떠나기 전에, 네가 시작한 곳 또한 여행의 중요한 한 부분이라는 걸 기억하렴.”
작은잎은 잠시 말없이 있다가 대답했습니다.
“기억할게요. 제가 본 것들을 모두에게 들려주러 꼭 돌아오겠다고 약속할게요.”
여행이 시작되다
바람이 조금 더 세게 불었습니다. 여러 날 햇볕을 받아 이미 말라 가던 잎자루가 갑자기 가지에서 떨어졌습니다. 작은잎은 하늘로 날아올라 공중에서 한 바퀴 빙 돌고는 바람을 따라 언덕 비탈을 넘어갔습니다.
처음에는 여행이 작은잎이 상상했던 그 어떤 것보다 즐거웠습니다. 그는 넓은 초원을 가로질러 미끄러지듯 날아갔습니다. 발아래에서는 작은 꽃들이 살랑살랑 흔들렸고, 노란색이 또 노란색으로 이어져 지평선까지 펼쳐진 양탄자 같았습니다. 작은잎이 지나가자 나비 떼가 날아올랐고, 어떤 나비는 쉬려고 잎 위에 내려앉기도 했습니다.
“정말 아름다워!” 작은잎이 외쳤습니다.
바람이 미소 지었습니다.
“네가 늘 보고 싶어 하던 노란 꽃밭이야.”
작은잎은 기뻤지만 오래 머물지는 않았습니다. 더 멀리 가 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바람은 작은잎을 흙길 너머로, 시냇물을 가로지르는 나무다리 너머로 데려가 과일나무가 가득한 정원에 이르게 했습니다. 그곳에는 초록 잎 사이로 빨간 사과들이 살짝살짝 매달려 있었습니다. 동박새 한 마리는 둥지를 만들려고 마른 풀 한 가닥을 애써 끌어당기고 있었습니다.
새는 날아가는 작은잎을 보고 물었습니다.
“너는 어디에서 왔니?”
“나는 언덕 비탈 옆에 있는 사당나무에서 왔어. 아주 먼 곳들을 찾아 여행하고 있어.”
동박새는 고개를 갸웃했습니다.
“멀리 가서 무엇을 하려고?”
작은잎은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습니다.
“세상이 얼마나 넓은지 알고 싶어서.”
동박새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더 묻지는 않고 부드러운 풀 한 가닥을 작은잎에게 선물한 뒤 다시 둥지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작은잎은 고맙다고 인사하고 다시 바람을 따라 날아갔습니다.
저녁이 되자 바람은 작은잎을 산기슭으로 데려갔습니다. 높은 산은 우뚝 솟아 있었고, 정상 부분은 하얀 구름 속에 잠겨 있었습니다. 작은잎은 놀라움으로 가득한 마음으로 한참 동안 올려다보았습니다. 이곳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넓고 웅장할 줄은 몰랐습니다.
“여기서 잠시 쉬자.” 바람이 말했습니다.
작은잎은 평평한 바위 위에 내려앉았습니다. 그는 해가 저 멀리로 천천히 내려가는 모습을 바라보았습니다. 하루의 마지막 햇빛이 산과 숲을 부드러운 주황빛으로 물들였습니다. 그 순간 작은잎은 익숙한 나뭇가지에서 용기를 내어 벗어날 수 있었던 자신이 정말 행운아라고 느꼈습니다.
바람의 방향이 바뀌었을 때
다음 날 아침, 바람은 다시 작은잎을 불러 길을 나섰습니다. 하지만 이번 여행은 전처럼 평온하지 않았습니다. 먼 곳에서 먹구름이 몰려왔습니다. 공기는 점점 차가워졌고, 바람은 갈수록 세게 불었습니다.
“우리 돌아가는 게 좋을 것 같아.” 작은잎이 말했습니다.
“나도 그러고 싶어.” 바람이 대답했습니다. “하지만 비가 너무 가까이 다가왔어.”
천둥소리가 울렸습니다. 갑자기 비가 쏟아졌습니다. 작은잎은 비탈을 타고 흐르는 물줄기에 휩쓸렸습니다. 풀숲을 붙잡으려 했지만 잎의 몸은 물에 젖어 이미 힘없이 부드러워져 있었습니다. 거센 바람이 한 차례 불어오자 작은잎은 비탈 아래로 데굴데굴 굴러 내려갔습니다.
작은잎은 무서웠습니다. 더는 바람이 보이지 않았고,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도 알 수 없었습니다. 빗물은 작은잎을 진흙 웅덩이 사이로, 바위 아래로 흘려보내다가 작은 도랑 안으로 밀어 넣었습니다.
비가 그치자 작은잎은 도랑가에 가만히 누워 있었습니다. 너무 지쳐서 꼼짝도 할 수 없었습니다. 사당나무를 떠난 뒤 처음으로, 작은잎은 먼 곳들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넓은 나무 그늘이 그리웠고, 서로를 부르는 다람쥐들의 목소리가 그리웠으며, 맑은 시냇물과 늙은 사당나무의 따뜻하고 낮은 목소리가 그리웠습니다.
“나는 너무 멀리 와 버렸어.” 작은잎이 슬프게 말했습니다.
그때 가까운 곳에서 초록 개구리 한 마리가 작은잎의 한숨 소리를 듣고 폴짝 뛰어왔습니다.
“길을 잃었니?” 개구리가 물었습니다.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데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모르겠어.”
개구리는 흠뻑 젖은 나뭇잎을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네 사당나무가 어디 있는지는 모르겠어. 하지만 이 도랑의 물은 큰 시냇물로 흘러갈 거야. 운이 좋다면 시냇물이 너를 숲 가까이까지 데려다줄지도 몰라.”
작은잎은 개구리에게 고맙다고 인사했습니다. 다른 방법이 없었기에 그는 물살에 몸을 맡겼습니다. 가는 길에 작은잎은 도랑을 가로막고 있는 부러진 나뭇가지를 만났습니다. 작은잎은 나뭇가지에 부딪혀 멈췄습니다. 영원히 꼼짝 못 하게 될 것 같았지만, 작은 게 한 마리가 다가와 집게발로 잎의 몸에 엉킨 뿌리들을 풀어 주었습니다.
“도와줘서 고마워.” 작은잎이 말했습니다.
“누구나 도움이 필요할 때가 있단다.” 게가 대답했습니다. “집에 도착했을 때 어려움을 겪는 누군가를 만나면, 그 친구를 도와주는 걸 잊지 마.”
작은잎은 게의 말을 마음에 새겼습니다. 물은 계속해서 작은잎을 갈대밭 사이로 데려갔고, 마침내 큰 시냇물로 흘러 들어갔습니다. 바로 그곳에서 바람이 다시 작은잎을 찾아냈습니다. 바람은 잎 아래로 부드럽게 불어 작은잎을 물 위로 들어 올렸습니다.
“나는 어제부터 너를 계속 찾고 있었어.” 바람이 말했습니다.
“나는 바람이 나를 버린 줄 알았어.” 작은잎이 대답했습니다.
“나는 너를 버리지 않았어. 다만 폭풍 속에서는 가끔 서로를 볼 수 없을 뿐이야.”
돌아가는 길
바람은 더 이상 작은잎을 먼 곳으로 데려가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는 물기를 가득 머금은 무거운 구름을 피해 천천히 조심스럽게 불었습니다. 작은잎은 노란 꽃밭을 지나 날아갔습니다. 꽃들은 비를 맞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지만, 꽃잎 아래에는 작은 물방울들이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그는 과일나무 정원을 지나갔습니다. 동박새는 여전히 새로 만든 둥지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작은잎을 본 동박새는 기뻐하며 날개를 흔들었습니다.
“알고 싶었던 것을 찾았니?” 동박새가 물었습니다.
작은잎이 미소 지었습니다.
“세상이 아주 넓다는 걸 알게 되었어. 하지만 또 다른 것도 알게 되었지. 멀리 떠나는 것은 정말 즐겁지만, 돌아갈 곳이 있다는 건 정말 소중하다는 걸.”
마침내 바람은 작은잎을 언덕 비탈로 데려왔습니다. 늙은 사당나무는 여전히 그곳에 서 있었고, 아침 햇살 속에서 가지와 잎을 살랑살랑 흔들고 있었습니다. 다른 나뭇잎들은 작은잎이 돌아온 것을 보고 웅성거렸습니다. 갈색 다람쥐가 먼저 달려 나왔고, 참새는 높은 가지 주위를 빙빙 날았습니다.
바람은 작은잎을 나무 밑의 부드러운 흙 위에 내려놓았습니다. 작은잎은 예전 가지로 돌아갈 수 없었지만 슬프지 않았습니다. 늙은 사당나무는 시작한 곳이 여행의 중요한 한 부분이라고 말했고, 이제 작은잎은 정말로 그곳으로 돌아왔기 때문입니다.
“너는 약속을 지켰구나.” 사당나무가 말했습니다.
“노란 꽃밭과 하얀 구름이 있는 산, 그리고 아주 큰 비를 보았어요.” 작은잎이 이야기했습니다. “좋은 친구들도 만났어요. 하지만 제가 가장 많이 떠올린 것은 우리 나무의 그늘이었어요.”
사당나무가 가지를 살며시 흔들자, 이슬 한 방울이 작은잎의 얼굴 위로 떨어졌습니다.
“기억에 남는 여행은 네가 어디에 갔는지에만 달려 있는 것이 아니란다.” 사당나무가 말했습니다. “길에서 무엇을 배웠는지, 그리고 그 배운 것을 어떻게 가지고 돌아와 모두와 나누는지에도 달려 있지.”
그날부터 작은잎은 사당나무 아래에 누워 아주 작은 개미들의 쉼터가 되었습니다. 다른 나뭇잎이 탐험을 떠나고 싶어 할 때마다 작은잎은 꽃밭과 구름 덮인 산, 그리고 자신을 길 잃게 했던 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작은잎은 친구들에게 세상으로 용감하게 나아가되, 마음속에 돌아오는 길 하나를 간직하는 것도 잊지 말라고 늘 일러 주었습니다. 우리에게 눈을 크게 뜨게 해 주는 곳도 있고, 마음이 평온하다는 것을 느끼게 해 주는 곳도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을 위한 작은 교훈
새롭고 낯선 것들을 탐험하면 우리는 더욱 성장할 수 있지만, 가족과 집은 언제나 소중히 여겨야 할 곳입니다. 어려움을 만났을 때는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을 망설이지 마세요. 그리고 친절을 받았다면, 다른 사람이 도움이 필요할 때 그 친절을 다시 베푸는 것을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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