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다람쥐와 노래하기 시작한 정원

노란 다람쥐는 감히 노래하지 못했어요

숲 동쪽 가장자리에는 동물들이 바람의 정원이라고 부르는 작은 정원이 있었어요. 그곳에는 여러 색깔의 꽃밭만 있는 것이 아니었어요. 신기한 일이 하나 있었지요. 바람이 불어 꽃 사이를 지나갈 때마다 꽃들이 피리 소리처럼 맑은 소리를 냈답니다. 보라색 꽃은 낮고 깊은 소리로 흥얼거렸고, 노란 꽃은 아기 새처럼 재잘거렸으며, 하얀 꽃들은 부드러운 방울 소리를 내며 흔들렸어요.

숲속 동물들은 아침이면 바람의 정원으로 찾아오곤 했어요. 아기 토끼는 풀밭 곁에 누워 꽃들의 노래를 듣는 것을 좋아했어요. 참새는 낮은 가지에 앉아 정원에 울려 퍼지는 소리와 함께 노래했지요. 하지만 노란 다람쥐는 도토리를 두 손으로 꼭 안은 채 나무 밑동에 조용히 앉아 다른 친구들을 가만히 바라보고 듣기만 했어요.

노란 다람쥐도 노래하는 것을 무척 좋아했어요. 도토리를 주울 때나 나뭇가지 사이를 뛰어다닐 때, 또는 긴 하루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올 때면 자주 흥얼거렸지요. 하지만 목소리가 작고 조금 쉰 편이었어요. 참새가 높고 맑게 노래하는 소리를 듣거나 귀뚜라미가 아름답게 악기를 켜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노란 다람쥐는 풀이 죽어 귀를 축 늘어뜨렸어요.

“내 목소리는 하나도 예쁘지 않아.”

노란 다람쥐는 혼잣말했어요.

“친구들 앞에서 노래하면 분명 모두가 웃을 거야.”

그래서 노란 다람쥐는 나무 구멍 안에서 혼자 노래했어요. 아주 작게, 너무 작게 노래해서 가끔은 자기 목소리조차 잘 들리지 않을 정도였답니다.

부엉이 아저씨의 경고

건기가 끝나 갈 무렵의 어느 늦은 오후, 늙은 부엉이 아저씨가 숲 한가운데 있는 큰 참나무 줄기에 날아와 앉았어요. 아저씨는 숲속의 모든 동물을 불러 모아 말했어요.

“얘들아, 잘 들어라. 북쪽 개울이 거의 다 말라 버렸단다. 게다가 폭풍이 지나간 뒤 바람의 정원 주변에서 바람을 막던 덤불들이 쓰러져 숲속의 바람도 점점 약해지고 있어. 바람과 물이 충분하지 않으면 정원은 말라 버릴 거야. 그렇게 되면 꽃들은 더 이상 노래할 수 없단다.”

그 소식에 모두가 슬퍼했어요. 바람의 정원은 숲에서 가장 즐거운 곳이었어요. 정원이 사라진다면 아침이 얼마나 고요하고 쓸쓸해질까요.

부엉이 아저씨가 계속 말했어요.

“정원을 구하려면 개울에서 흘러오는 작은 물길을 다시 내고, 바람이 지나가는 길을 막고 있는 나뭇가지들을 치워야 한단다. 이 일에는 여러 날과 많은 힘, 그리고 모두의 협력이 필요해.”

아기 곰은 굵은 나뭇가지를 끌어내는 일을 맡았어요. 사슴은 뿔로 길을 가로막고 누워 있는 통나무들을 밀어냈지요. 토끼와 고슴도치는 물줄기 주변의 흙을 파기로 했어요. 참새는 어린 나무를 다시 심을 수 있도록 새 씨앗을 찾으러 날아갔어요.

노란 다람쥐도 힘을 보태고 싶었지만,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몰랐어요. 큰 나뭇가지를 끌 만큼 힘이 세지도 않았고, 흙을 빠르게 팔 만큼 다리가 길지도 않았지요. 노란 다람쥐는 고사리 덤불 뒤에 숨어 모두가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집으로 돌아갔어요.

그날 밤, 나무 구멍 안에서 노란 다람쥐는 마른 가지 사이로 부는 바람 소리를 들었어요. 노란 다람쥐는 정원과 목마른 꽃들에 대해 계속 생각했지요. 그러다 문득 한 가지가 떠올랐어요. 매일 아침 동물들이 바람의 정원에 오기 전에, 노란 다람쥐는 도토리를 주우러 작은 길들을 이리저리 뛰어다녔어요. 그래서 숲 주변의 길을 아주 잘 알고 있었지요. 아무도 거의 다니지 않는 오솔길까지도요.

“어쩌면 내가 물줄기로 이어지는 다른 길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몰라.”

노란 다람쥐는 혼잣말했어요.

다음 날 아침, 노란 다람쥐는 용기를 내어 직접 찾아보기로 했어요.

가시덤불 아래의 길

노란 다람쥐는 동물들이 거의 다니지 않는 남쪽 비탈을 따라 걷기 시작했어요. 구불구불한 나무뿌리를 기어오르고, 가시덤불 아래를 빠져나가고, 이끼로 뒤덮인 돌멩이들을 뛰어넘었지요. 가시에 꼬리가 걸릴 때도 있었고, 미끄러져 마른 낙엽 위로 넘어질 때도 있었어요. 하지만 돌아가고 싶을 때마다 바람의 정원과 물을 기다리는 꽃들을 떠올렸어요.

정오가 가까워졌을 무렵, 노란 다람쥐는 커다란 바위 두 개 사이에 난 좁은 틈을 발견했어요. 그 틈에서 아주 작게 졸졸 흐르는 소리가 들려왔지요. 노란 다람쥐는 땅에 귀를 대고 아주 주의 깊게 들었어요. 정말 물소리였어요. 지하의 물줄기가 여전히 흐르고 있었지만, 출구가 흙과 돌, 나무뿌리에 막혀 있었던 거예요.

노란 다람쥐는 서둘러 돌아가 소식을 알렸어요.

“남쪽 비탈에서 물을 찾았어요!”

노란 다람쥐는 숨을 헐떡이며 말했어요.

“바위틈이 있는데, 물은 여전히 흐르고 있지만 안에 갇혀 있어요.”

동물들은 곧바로 노란 다람쥐를 따라갔어요. 아기 곰은 힘껏 큰 바위들을 흔들었고, 고슴도치는 틈 주변의 부드러운 흙을 팠어요. 토끼는 앞발로 마른 낙엽을 걷어 냈지요. 참새는 높은 곳을 빙빙 날며 물길을 바람의 정원 쪽으로 이끌 방향을 알려 주었어요.

일은 오후까지 계속되었어요. 마침내 큰 바위 하나가 빠져나왔어요. 맑은 물줄기가 틈에서 쏟아져 나와 흙길을 따라 흐르다가 비탈 아래로 내려갔지요. 모두가 기뻐서 환호했어요. 하지만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어요. 물이 너무 약하게 흘러 정원까지 닿을 수 없었거든요.

“더 넓은 물길을 내야겠구나.”

부엉이 아저씨가 말했어요.

“하지만 이 방향으로 길을 파려면 아주 단단한 바위밭을 지나야 한단다.”

모두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았어요. 바위밭은 비탈과 정원 사이에 놓여 있었고, 너무 넓어서 치우는 데 여러 날이 걸릴 것 같았어요.

작은 소리

모두가 나무 그늘 아래에서 쉬고 있을 때, 노란 다람쥐는 문득 이상한 소리를 들었어요. 바위밭 쪽에서 아주 먼 곳의 작은 종소리처럼 가느다랗게 떨리는 소리가 들려왔지요. 노란 다람쥐는 가까이 다가가 땅에 귀를 대었어요. 그 떨림은 바위와 바위 사이의 작은 틈에서 들려오고 있었어요.

“여기에는 빈 공간이 있어요.”

노란 다람쥐가 말했어요.

“정확한 곳을 두드리면 바위가 갈라질지도 몰라요.”

아기 곰이 발로 바위 하나를 내리쳐 보았지만, 묵직한 소리만 울려 퍼졌어요. 사슴은 다른 바위를 뿔로 두드렸지요. 그러자 갑자기 어느 바위틈에서 맑은 울림이 났어요.

“여기예요!”

노란 다람쥐가 외쳤어요.

“이 울림이 나는 소리를 따라 두드려 보세요!”

동물들은 노란 다람쥐가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바위들을 두드리기 시작했어요. 톡, 톡, 뎅. 소리들이 비탈 위에 잇달아 울려 퍼졌어요. 처음에는 소리가 제각각이고 뒤죽박죽이었어요. 그러다 참새가 일정한 박자를 알아차렸어요. 참새는 박자를 맞추기 위해 노래했고, 귀뚜라미는 반주를 맡았어요. 노란 다람쥐는 바위밭 한가운데 서서 울려 오는 소리를 하나하나 귀 기울여 들었지요.

노란 다람쥐는 아주 크게 노래하지 않았어요. 대신 어느 바위를 계속 두드려야 하는지 알려 주기 위해 짧은 가락을 흥얼거렸어요. 목소리는 작고 조금 쉬었지만, 조용한 비탈 위에서 모두가 똑똑히 들을 수 있었어요.

“노란 다람쥐의 목소리는 길을 알려 주는 실과 같구나.”

부엉이 아저씨가 말했어요.

“가장 크지는 않지만 아주 정확하단다.”

격려를 받은 노란 다람쥐는 용기를 내어 더 노래했어요. 물이 빠져나갈 길을 찾는 이야기, 물을 기다리는 꽃들에 대한 이야기, 모두가 힘을 합친 숲에 대한 이야기를 노래했지요. 노란 다람쥐의 가락은 참새처럼 높고 맑지도 않았고, 아기 곰이 바위를 두드리는 소리처럼 멀리 울려 퍼지지도 않았어요. 하지만 따뜻하고 한결같아서 모두가 혼란스럽지 않게 일을 계속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어요.

해가 서쪽으로 기울 무렵, 큰 바위 하나가 갈라졌어요. 물줄기는 곧바로 바위밭을 가로질러 작은 개울이 되어 흘렀어요. 모두가 큰 소리로 환호했지요. 물은 새로 판 물길을 따라 나무 밑동을 빙 돌아 바람의 정원 쪽으로 조금씩 나아갔어요.

다시 노래하기 시작한 정원

물줄기는 다음 날 아침 정원에 도착했어요. 마른 꽃밭이 시원하게 물을 머금었어요. 아기 토끼와 고슴도치는 계속 흙을 고르고 일구었어요. 참새는 바람이 지나가는 길을 따라 씨앗을 뿌렸지요. 사슴과 아기 곰은 비탈 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을 수 있도록 어린 나무들을 다시 세웠어요.

며칠이 지나자 꽃잎 위에 반짝이는 물방울이 맺히기 시작했어요. 첫 번째 바람이 불어오자 보라색 꽃들이 따뜻하고 낮은 소리를 냈어요. 노란 꽃들이 맑은 소리로 그 뒤를 이었지요. 하얀 꽃들은 은방울처럼 살며시 울렸어요.

바람의 정원이 다시 노래하기 시작한 거예요.

동물들은 정원이 되살아난 것을 축하하기 위해 함께 모이는 자리를 마련했어요. 참새가 모두 함께 노래하자고 제안했어요. 귀뚜라미는 악기를 켜고, 아기 곰은 박자를 두드렸으며, 꽃들은 바람을 따라 노래를 울려 퍼뜨렸어요.

그때도 노란 다람쥐는 평소처럼 정원 가장자리에 앉아 있었어요. 조용히 듣다가 돌아가려 했지만, 부엉이 아저씨가 노란 다람쥐를 불러 세웠어요.

“네가 물줄기를 찾았고, 바위밭의 울림을 알아차렸으며, 모두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었단다. 오늘은 우리와 함께 노래하렴.”

노란 다람쥐는 조금 떨렸어요.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아무도 웃지 않았어요. 참새는 미소를 지으며 노란 다람쥐가 먼저 시작할 수 있도록 자리를 내주었어요. 노란 다람쥐는 깊이 숨을 들이마신 뒤 노래를 시작했어요.

목소리는 여전히 작고 조금 쉬어 있었어요. 하지만 이번에는 다른 누군가의 목소리처럼 바꾸려고 하지 않았어요. 가시덤불 아래의 길과 바위틈의 물줄기, 그리고 함께 정원을 구한 친구들에 대해 가장 자연스러운 자신의 목소리로 노래했어요.

노란 다람쥐가 노래를 마치자 바람의 정원 전체에 부드러운 소리가 울려 퍼졌어요. 노란 다람쥐의 목소리가 가장 컸기 때문이 아니었어요. 모두가 노란 다람쥐의 노래에 귀를 기울였기 때문이었답니다.

바람의 정원이 가르쳐 준 교훈

그날부터 노란 다람쥐는 더 이상 나무 구멍 안에 숨어 혼자 노래하지 않았어요. 자신의 목소리가 참새나 귀뚜라미, 또는 다른 누구의 목소리와도 다르다는 것을 여전히 알고 있었지요. 하지만 작은 소리 하나도 다른 이들이 나아갈 방향을 찾도록 도울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어요. 소박한 행동 하나도 알맞은 때에 이루어지면 중요한 일이 될 수 있다는 것도요.

숲속 동물들도 서로의 말에 더 귀 기울이는 법을 배웠어요. 아기 곰은 힘만이 필요한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더 이상 생각하지 않았어요. 참새는 아름다운 노래도 다른 소리들과 어우러질 줄 알 때 더욱 의미 있어진다는 것을 깨달았지요. 그리고 바람의 정원의 꽃들은 여전히 매일 노래를 부르며, 아무도 다른 이의 소리를 억누르려 하지 않을 때 숲이 가장 아름답다는 사실을 모두에게 일깨워 주었어요.

어느 날 자신이 작게 느껴지거나 다른 사람보다 잘하지 못한다고 생각될 때는 노란 다람쥐를 떠올려 보세요. 다른 이들을 돕기 위해 가장 높은 목소리나 가장 빠른 발걸음, 가장 큰 힘을 가져야 하는 것은 아니에요. 중요한 것은 잘 살펴보고, 용기를 내어 시도하며, 자신의 능력으로 기꺼이 힘을 보태는 일이랍니다.

노래로 가득한 정원에서는 모든 소리가 꼭 아주 크게 울려 퍼질 필요는 없기 때문이에요. 어떤 작은 소리들은 오히려 전체 음악이 박자를 놓치지 않도록 지켜 주기도 한답니다.